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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자몽 Mar 01. 2021

[책] 자급을 다시 생각한다.

  ‘식생활이 바뀌면 자급도 바뀐다.’ 20.8.

자급을 다시 생각한다. by 야마자키농업연구소



   이 책을 읽고 책 제목이 ‘밥상을 다시 생각하다’이라고 읽힐 정도로 우리의 음식이 올라오는 밥상과 우리의 식생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농업과 식량 그리고 밥상. 이 셋은 정말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밥상이 단순히 밥상이 아니라 정말 농부와 식량자급을 살리는 어쩌면 식량위기와 농의 위기를 살려낼 수 있는 생명의 밥상이라고 느껴진다.


밥상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우리의 밥상을 살리는 길이 농사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모든 음식의 과정을 찬찬히 추적해보면 그 끝은 농사와 농부의 손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밥상이 사라지고 있다. 나조차도 바쁘고 귀찮으니 가공식품이나 한손으로 먹을 수 있는 간단 조리식품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이 대체는 되지만 대안을 될 수 없다. 환경권을 위해 채식을 시작하였는데, 예를 들어 고기를 먹지 않기 위해 내 식탁에 콩고기가 있다. 하지만 그 콩고기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수입산 대두와 여러 가지 화학 첨가물 범벅 투성이에 기업의 공장에서 열심히 석유화학에너지를 돌려 가공된 것이다.


그것이 고기를 먹는 것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본질을 생각하게 되었다. 채식만이 답이 아니라 음식이 나의 밥상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고 올라오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현재 우리의 식습관을 들여다보면 간편하게 먹기 위해 자주 먹는 빵, 간편하게 조리하기 위해 나온 냉동식품과 가공식품 그리고 그것을 조리하기 위해 필요한 식용유들의 향연이다. 먹기 위해서 심어졌던 콩과 옥수수는 기름으로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생산량이 필요했고 그것은 콩의 자급률은 낮췄다. 이것은 비단 콩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식습관은 바쁘고 빠른 현대문명에 발맞추어 변해왔고 그것이 식량자급률을 낮추는데 큰 한 몫을 하였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우리의 한국식 밥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조상의 현명한 삶의 지혜와 우리나라의 기후, 풍토, 지리 등이 녹아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식 밥상이었다. 밥, 국, 반찬 이 하나하나가 계절감과 우리의 환경에 맞춘 현명한 음식들이었다. 무치고 데치고 삶아서 나온 음식들. 수입산 대두로 만들어진 식용유가 필요 없는 조리방식으로 만들어진 정갈하고 소박한 음식이 사실 식량주권을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만 실현하더라고 자급률은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저자가 제시한 마지막 방식이 간단한 것인데 생각지도 못한 참신한 방식이었다. ‘자급률을 높이는 농산물에 라벨 표시하여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요즘 착한 소비, 개인의 소비 행위가 이웃, 사회, 환경에까지 미치는 윤리적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이자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데, 이것을 자극하고 활용할 수 있는 쉽고 현명한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사람들의 착한 소비 문화를 자극하며 자급률을 높이는 라벨표시가 된 농산물의 소비를 높이고 확산된다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도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어 움직여 이러한 소비문화를 활성화시키면서 식량자급률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갑자기 이런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머지않아 나의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가족과 함께 오래되고 옅게 바랜 나무 식탁에 앉아 밥, 국 몇 가지 반찬은 내가 심고 수확한 쌈 채소, 몇 가지는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농부들이 수확한 신선한 야채로 이루어진 알록달록 계절감이 느껴지고 제주도의 향이 물씬 느껴지는 그런 밥상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맛있게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 것이다. 상상만으로 무척이나 행복하다. 누군가 보기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 이것이 우리의 농사를 살리는 길이고 환경을 살리는 길이고 식량자급률이 회복하는 길이자 내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아주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이 소중한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행복해진다.     

  코로나19로 많은 재난과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19로 인한 것이 아닌 그동안 당연히 보이지 않게 잠식되어가던 문제가 코로나로 인해 터져 나온 것 일지도 모른다. 식량위기와 식량주권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쓰여진 연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관심을 덜 가졌을 뿐 오래전부터 우리는 이미 식량위기와 식량주권으로부터 위협받아 왔다.    


  ‘혁명’, ‘주체성’ 지난 세미나 시간에 다루었던 이야기이다. 식량 위기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지금, 밥상의 혁명이 필요하진 않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리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나에게 있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나의 밥상을 주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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