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당하는 게 일상이지만, 맷집은 단단해졌습니다.
고등학교 때, 남자 학교를 다녔음에도 친구들끼리 편지나 엽서를 주고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손이 오글거리는 일인데, 그 시절에는 그러고 놀았다.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서로에게 좋은 문구로 위로하고 격려했다.
그 중 하나의 편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친구는 항상 노심초사해 하고 불안해 하는 나에게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에 대해서 소개해 줬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베이비루스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책에서 봤다며 전설적인 타자도 통산 타율이 3할에 불과했다고 했다. 열 번을 타석에 나서서 세 번 정도 성공한다며 실패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나에게 충고해 주었다.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면 무너질 수 있다고 말이다.
친구가 보내준 글귀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것은 그 이야기가 큰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그렇구나'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3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꼭 매사에 다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세 번만 쳐도 엄청난 거라고, 그러니 실패해도 너무 힘들어 하지 말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다.
갑자기 3할 타자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최근 있었던 몇 가지 실패의 경험 때문이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직장생활온&오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자기발견 모임의 리더로 4주짜리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운영하게 됐다. 버킷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4주간 새로운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흥분도 됐다. 나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고, 참여한 분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지난주부터 모집이 시작됐는데, 어제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가 진행하는 모임에는 최소 인원이 차지 않아서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는 연락이었다. 내심 모집이 안될까 불안했는데 나의 불안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전화를 끊었다.
최근에 강의가 불발이 된 경험이 또 하나 있다. "꾸그"라는 어린이 대상 플랫폼에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었다. 초등학생들에게도 버킷리스트 쓰기가 유효하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터라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이 해보고 싶어 강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도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이 모이지 못해 수업이 불발됐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그것도 두 번이나.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해서 콜드 메일도 올리고, 플랫폼 사이트에 제안서도 보내고 있지만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수시로 일희일비하고 수시로 낙담하는 중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낙담할 때마다 3할 타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전설적인 타자도 열 번 중 세 번 안타를 치는 마당에 나 또한 매번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니 괜찮다고 나를 위로한다.
덕분에 맷집이 좋아졌다. 사소한 실패를 자주 경험하다 보니 수시로 낙담하면서도 금방 본디의 마음으로 돌아오는 회복탄력성을 갖게 됐다. 타율이 1할에 불과하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타석에 더 많이 들어서면 기회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갖게 됐다. 맷집이 좋아지면서 실패의 경험을 복기할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됐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하고 내가 시도한 방법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도 고민할 수 있게 됐다.
큰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여전히 무섭지만, 작은 실패를 자주 경험하는 것이 꼭 나쁘지는 않은 듯 하다.
첫 번째 책 <퇴사 말고 휴직>을 낼 때 수많은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기획서를 쓰고 초고의 일부를 정리해서 보냈지만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나에게 보내온 답변은 "아쉽지만..."으로 시작되는 것들이었다. 그나마 답이 오는 것은 양반이었다. 아예 답장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덕분에 반성도 많이 했다.내가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며.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했기에 끝까지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될 때까지 문을 두드리면 어떻게든 답이 올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메일을 보냈고, 결국 지인이 소개해 준 출판사 대표님이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 준 덕에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었다.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해서 얻은 결과였다.
그 때 크게 깨달았다. 의지가 있고 계속해서 실천하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언젠가가 꽤 긴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버티기만 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얻게 됐다.
지금 내가 하는 일도 그렇다. 열심히 콜드 메일도 보내고, 제안서도 넣고, 새로운 프로그램도 열기도 하지만 잘 안되는 경우가 꽤 많다. 잠시 우울하긴 하지만, 다시 일어나서 해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만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계속해서 하고 있다. 하다보면 나도 3할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말이다. 끝까지 해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라며.
그나마 다행인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워크숍을 내가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버티는 게 수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희망을 갖고 잘 버텨보련다. 3할 타자가 되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