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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쌤 Mar 31. 2022

먹느냐, 마느냐

가끔은 철학자가 됩니다(12)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지금처럼 맛있는 음식은 먹을 수 없습니다. 애슐리나 아웃백과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은 당연하고, 김밥천국이나 한솥도시락과 같은 곳도 모두 문을 닫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고픈 배를 채우시겠습니까?


여기 살아 있는 벌레가 있습니다.

아직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기근에 대처하기 위해서 하는 실험입니다. 식사 습관을 바꿔두면 전쟁이 일어나도 큰 불편함과 징그러움 없이 벌레로 식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여러분들은 실험자로 오셨으니 드시지 않아도 됩니다. 벌레를 먹는 행위가 혐오스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나가주세요. 하지만 여러분들은 전쟁과 기근에 대한 실험의 실험자로 동의서까지 써 주신 분들이라는 사실, 명심해 주시고요. 자, 그럼 앞에 있는 벌레를 드시죠.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위와 같은 실험에서 대부분의 실험자들은 벌레를 먹었다고 합니다. 실험자들은 벌레 먹는 행위를 스스로 합리화했다고 하는데요. 그들의 말을 들어보죠.

“벌레 먹는 것이 혐오스럽지만, 나는 겁쟁이가 아니며 용기와 자제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학자들이 나를 초급의, 별것 아닌 장애도 넘지 못하는 허약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 더욱이 벌레는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배고픈 자들을 위한 음식이 될 수 있다. 나의 사소한 감상 때문에 이같이 중요한 실험을 포기하게 해야 할 것인가? 벌레에 대한 혐오감은 편견일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새롭고도 과감한 경험이 아니겠는가. 만약 그로 인해 나 자신이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한다면 나에게 오히려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닐까.”


세상은 우리에게 산 벌레 먹기를 요구합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나 다가올 미래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혹은 직장과 학교에서 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상사의 눈 밖에 나기 싫어서 산 벌레들을 받아먹습니다. 술과 담배, 돈의 유혹과 불안한 미래를 회피하려는 자살 등등. 눈 딱 감고 먹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대수롭지 않게 먹게 되는 산 벌레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혹시 우리는 위의 실험자들처럼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합리화하고 있지 않나요. 나아가 벌레를 먹는다는 새로운 경험이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 마냥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요.


어느 쪽이든 우리는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전쟁이 난 후 벌레를 먹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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