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철학자가 됩니다(2)
여행은 떠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과 환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행이라는 것은 확실한 현실 도피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현실을 벗어나려는 시도이다.
현실에 대한 강박과 답답함이 여행이라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을 가져오게 한다.
인터넷 서핑이라는 네트워크 혹은 사이버 여행이 주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보다 현실적으로
내 살이 낯선 바람을 느끼고, 낯선 흙의 냄새를 맡았을 때
비로써 현실에서 조금, 떨어져있구나, 도망쳤구나, 하는 위안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단어는 결국 돌아온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떠날 때는 부푼 마음이지만 돌아올 때는 그렇지 못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우리는 알고 있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문제는 무엇으로부터 떠났고, 무엇을 위해 돌아오는 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으로부터 떠나는 지는 알지만 무엇을 위해 돌아오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
우리는 왜 떠남을 지속하지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