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시간을 보낼 때면 나는 자주 당신을 생각합니다. 아니, 생각을 한다기 보다는 당신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저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키와 몸집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옷차림을 하고, 어떤 소지품을 들고 있을까, 어떤 분위기를 풍기고, 어떤 냄새가 날까, 눈빛은 어떤 느낌일까. 나를 알아볼까. 나를 알아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잘 놀라는 사람일까, 무던한 사람일까.
그리고는 당신을 본 나에 대해 상상합니다. 나는 아마 놀라겠지. 얼굴이 빨개질까? 혹시 내가 못생겨 보이면 어떡하지. 내가 못생겼을까. 만약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나는 먼저 말을 걸어야 할까. 그럼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우리가 첫눈에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내 상상 속에서 나는 매번 당신을 또렷이 알아봅니다. 지금 당장 머릿속에 당신의 얼굴을 그리지는 못하지만, 보는 순간 당신인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왜인지 당신의 눈을 알아볼 것 같습니다. 눈을 통해 들여다 보이는 내면을 알 것만 같거든요. 당신의 내면을 샅샅이 알지는 못하겠지만 알아보고 느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내게 당신이라는 인연이 불가해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티끌에서 시작되어 상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연이 과연 나를 당신에게 데려갈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신에게 나라는 사람의 흔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행여 살짝 잡아 당기는 것만으로 풀려 버릴 매듭이라도, 작지만 예쁜 매듭 하나를 살짝 지어놓고 싶습니다. 당신도, 나도, 그 인연도 매듭이 지어졌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되더라도, 이 세상 속 시간의 어딘가에 작고 예쁜 매듭이 지어졌다는 사실이 기록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다가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