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고 끊는 것
‘맺고 끊음이 확실하다’는 말은 대개 일을 맺는 것과 그것을 끊는 것, 시작하는 것과 끝내는 것을 명료히 한다는 말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실팔찌를 만들면서 하나를 완성하고 마지막 매듭을 지은 후 남은 실타래를 가위로 잘라버리며 조금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맺고 끊는다는 건 결단을 내린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며, 결단이라는 것은 완성돤 일에 마무리 매듭을 짓고 주렁주렁 따라오는 미련을 잘라 버리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침묵하는 것이 인간관계에서의 예의일 수도 있지만, 나는 애정하는 정도와 침묵이 예의가 되는 정도는 반비례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애정하는 만큼 침묵이 길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거쳐 지나가는 일에 대한 침묵이 최선의 예의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쩌면 나는 침묵이 예의가 되는 지점을 이미 지나쳐 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정하는 만큼, 소중했던 만큼 솔직해져야 하는 것 같아요.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