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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 박하림 Sep 16. 2020

사랑이 전부일까요

사랑이 전부이기 때문에, 모든 걸 걸어서는 안 되는 게 아닐까요








나는 수영을 잘 못합니다. 내게는 수영장이 여러개 있는데 늘 그 사이를 걷다가 발을 헛디뎌 빠져버리고는 하죠. 망설임. 내가 부쩍 자주 서성이다가 빠져 버리곤 하는 물바다의 이름입니다. 몇 번이고 허우적대다가 가까스로 스스로를 건져 올립니다. 아직은 아니거든요.


사람에게 사랑이 전부라는 말에는 자조와 희망이 동시에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인생이 밋밋하고 공허해진다는 자조와, 사랑이 전부니까 다른 모든 사소한 것들을 저리 밀쳐버리고 싶다는 유치한 희망. 하지만 역설적으로 삶에서 사랑을 앗아가버리는 것 역시 이 자조와 희망입니다. 우리는 늘 사랑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고 너무 많은 걸 걸기 때문에 전부를 잃어 버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조와 희망 사이의 실버라이닝을 각자 찾아내어야 합니다.


내게도 사랑이 전부입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더더욱 그럴 겁니다. 사랑이 내게 전부인 만큼 나는 자조에도, 희망에도 빠져서 허우적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왔고, 그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게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내가 터득한 방법입니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연애가 거듭될 수록 연애에 망설이고 소극적이게 된다고 하죠.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 슬퍼합니다. 하지만 그건 퇴보 혹은 노화가 아니라 발전이자 성장입니다. 사랑에 모든 걸 걸지 않아야 사랑을 지킬 수 있다는 걸 머리는 알지 못해도 영혼으로 알게 된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혼이 일어주는 것을 머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해 슬퍼하는 겁니다. 마침내 이해하게 되면 그들은 다시 힘차고 신중하게 사랑을 찾아나서게 될 겁니다.


나는 찾았습니다. 하지만 신중해야 합니다. 지금은 신중하게 힘을 내야 할 때가 아니라 온 힘을 다해 신중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토목공사를 탄탄히, 또 탄탄히, 어떠한 지진에도 흔들리지 않을 기초를 닦고 있습니다. 이건 자아라는 기초입니다. 얼기설기 땜질로 간신히 버텨온 기초를 다 들어내어 정돈하고, 말뚝을 박고, 단단히 못질을 하고, 튼튼히 바닥을 깔고 있습니다. 바닥이 완성되면 나의 자아 위에 아름답지만 철옹성 같이 튼튼한 요새를 얹을 겁니다. 어떤 자연재해나 전쟁도 거뜬히 막아내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 사랑을 지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망설임에 발을 헛디뎌 빠질 일은 없겠죠. 이미 여유롭게 사랑 속에서 유영하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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