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은 가상의 마을 마콘도를 배경으로 10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부엔디아 가문의 사람들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다. 마술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이 소설은 신비롭고 묵직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릿하다. 인간 존재의 숙명적인 고독을 긴 시간 동안 마콘도의 변화와 부엔디아 가문의 반복되는 운명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전쟁과 혁명의 실패, 외국 자본의 침투와 노동자 탄압, 자연재해 등 라틴 아메리카 역사에서 반복된 비극을 담고 있기도 하다.
1. 어떻게 읽었나요?
Y 생각보다 재밌었다.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책 한 권을 3주간이나 읽었다. 앞부분은 힘들게 읽히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2대 3대 이야기로 접어드니 점차 이름이 뒤엉키면서 읽기가 힘들어졌다. 그래도 죽기 전에 이 책을 읽어 냈다는 것에 만족한다.
D 나도 읽기는 힘들었지만 재밌게 봤다. 드디어 고전 중에서도 대단한 책을 읽고 있다는 뿌듯함.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먼저 보고 읽었더니 “마~꼰↗도↘, 아울레리~아↗노↘”하는 식의 스페인어 억양이 떠올라 더 재밌게 본 것 같다.
S 고전이 다 그런 건지(다른 멤버들, 함께 아니라고 아우성;), 읽기가 힘들고 오래 걸려서 다 읽지는 못했다. 몇 세대에 걸쳐 수백 개의 에피소드가 나오다 보니, 하나하나 재밌긴 한데, 요행을 바랄 수 없이 계속 성실하게 봐야 하는 책이고(그래서 불참한 속독가 멤버 K씨는 다 볼 수 없는 책이 아니었을까 ㅎㅎ), 상징 같은 것도 많은데 다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냥 내려놓고 읽고 있다.
J 단톡방에서 Y의 재밌다는 코멘트를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디가 재밌다는 거야?’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재미없는 책이구나’ 생각하고 '그래도 읽어야겠다' 마음먹었더니, 그 후로는 재밌었다(!). 완독 하기 어려운 책이었지만, 마법 세계가 흥미로웠다.
R 초반까지만 읽어서, 아직 아들이 둘 밖에 태어나지 않았다.(ㅎㅎ)
M 예전에 읽은 책인데 다시 읽으니 처음처럼 새로웠다. 전에는 인물들의 비극적인 사랑 얘기가 깊게 남았는데, 이번에는 전쟁과 고독, 그리고 마꼰도라는 사회의 흥망성쇠가 흥미롭고 인상 깊었다.
부엔디아 가문의 사람들은 개인적 욕망이 사회적 변화의 큰 흐름과 맞물려 갈등과 비극을 겪는다. 개인의 운명은 사회 권력이나 전쟁 같은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과 얽혀서 세대를 거듭할수록 저주에 걸린 듯 반복되는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독과 어긋난 사랑은 부엔디아 가문을 파멸로 이끈다.
2. 가장 애정이 갔던 인물과 가장 답답했던 인물은?
애정: 우르술라 4표, 아우렐리아노 1표
Y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우르술라였다고 생각한다. 내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고, 어느 나라나 가족의 기둥은 외할머니구나 싶었다.
D 나도 역시 1세대로서 모든 흥망성쇠를 다 지켜보면서, 자식들이 미치광이처럼 망쳐놓은 것들을 끊임없이 복구하는 우르술라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고?’ 싶어서 참 허탈했다)
S 나도 이 집안에 없어서는 안 될 현명한 사람이자, 그나마 이 사람이 있어서 가문이 유지되는 것 같아서 우르술라가 제일 좋았다.
J 가장 애정하는 인물은 나도 우르술라,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랑 비슷하다.
M 나는 어쩌다 전쟁에 말려들고 지휘관이 되고, 회의감을 느끼고, 고독에 빠지는 아우렐리아노 대령에게 가장 마음이 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지금의 시국과 맞아떨어져서인지 사회적인 상황에 휩쓸리는 인물의 변화가 흥미로웠다.
답답: 아마란타 3표,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1표, 우르술라 1표, 페르난다 1표
Y 가장 답답했던 인물은 아마란타. 하필 언니와 같은 사람을 좋아해서 자꾸 ‘결혼하면 죽여 버리겠다’며 미친 짓을 하더니, 언니가 다른 남자랑 결혼하고 자기도 다른 사랑하는 남자에게 청혼까지 받았는데, 그냥 결혼을 하지 왜 자기 손을 불태우고… 이 고집 세고 미친 여자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돌 것 같 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사냐!
D 나도 아마란타가 왜 두 남자를 받아주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놈의 피가 문제인지, 나중에 조카들이랑 애무를 하고 그런 게 왜 나오는지도 이해가 안 됐다. 섹스를 못하면 그렇게 되는 건가?
S 역시나 아마란타가 제일 속 터지고 열받게 했다. '도대체 왜 이 상황에서 이런 선택을 하지?' 이상하지만 읽다가 보면 나중에는 이해가 되겠지... 싶었는데, 죽을 때까지도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냥 ‘이런 사람이 있구나’ 받아들이기로 했다.
J 내가 답답했던 인물은, 마꼰도를 창립했지만 나중에 연금술에 집착하느라 주변 사람들을 챙기지 못하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였다. 이제 주변 좀 챙겨라~!
R 초반까지만 읽었지만, 우르술라가 되게 답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세 아르카디오는 제멋대로 미쳐서 사는데 우르술라는 제정신을 가지고 상황을 어떻게든 붙잡고 매끄럽게 만들어 보려는 사람이니까. '왜 도망 안 가지?' 싶은 정도였다
M 내가 가장 답답했던 인물은 페르난다. 스스로도 말도 안 되는 규율에 얽매여 있고, 아들과 딸 등 주변에도 그걸 강요하는 모습이 너무 답답해서 보는 내내 짜증이 났다.
p.204 똑같은 이름을 자꾸만 되풀이해서 쓰다 보니,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머리는 좀 좋은 편이면서도 성격만은 내성적이었고, 호세 아르카디오라는 이름을 받은 아이들은 충동적이며 모험심을 타고났으며 어떤 비극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3. 가장 강렬하게 남은 에피소드는?
D 레베카와 아마란타가 싸우기 시작하고, 아마란타의 독약으로 레메디오스가 죽었을 때. 제일 몰입해서 조마조마해하며 봤다. 부엔디아 가문의 순환되는 사건의 시발점이 그 둘의 대립인 것 같다.
Y 30대 때 이 책을 한번 읽어보려 시도했다가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려워서 때려치웠다. 기억에 남은 건, 한 독재자가 ‘저 새끼를 죽여야 하는데…’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그가 죽은 거. 자기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도 주변 사람이 눈치채고 실행을 해버릴 정도로 비대해진 권력에 대해 슬퍼하며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 장면을 찾기 위해 이번에 다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콘도에 비가 오기 전에 아우렐리아노 세군도가 페트라 코테스와 동거를 하면서 그들의 관계가 좋을수록 가축들이 새끼를 많이 낳고, 농사도 잘 되는 장면. 그 부분이 너무 풍성하고 기분이 좋고 재밌었다. 두 남녀의 생명력 때문에 농장이 풍성해진 게 사실이고, 규율 같은 걸 다 떠나서 인간의 에너지가 땅과도 연결된다는 걸 잘 보여준 부분이었다. 난 페트라 코테스가 참 좋더라.
그리고 미녀 레메디오스가 커튼을 털다가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도 재밌었다. 백치 같은 천사를 하나 만들어 놓고 결국은 날아가게 만드는 장면에서 약간 해방감을 느꼈다.
J 초반에 ‘어 재밌네, 이제 이 책을 읽을 수 있겠다’하고 느낀 부분이 불면증이었다. 그 부분부터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이 책은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마법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관점을 바꿔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S 레베카가 순식간에 호세 아르카디오에게 넘어가는 부분. 읽다가 갑자기 ‘오잉?’하며 훅 빨려 들어 도파민이 확 돌았다. ‘이럴 수도 있구나~’싶어 재밌었다. 몇 대에 걸친 이야기라 한 사람의 흥망성쇠와 생로병사가 다 나오니까 이 사람이 어떻게 죽을지 궁금해지는 것도 재밌었다. 미녀 레메디오스의 승천은 황당해서 기억에 남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밤나무에 묶였을 때는 ‘어 뭐지?’ 싶었다.
p.249 그리고 죄 없는 그 샛노란 기차는 마콘도에 수많은 불안과 확신을, 기쁘거나 슬픈 수많은 순간들을, 그토록 많은 변화와 재앙을, 그리고 옛 시절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을 가져다주게 되었다.
4. 마꼰도 마을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가보고 싶은 시기와 장소는?
M 마콘도 초기 시절, 집시들이 가져온 마법 양탄자를 타보고 싶었다.
J 나도 그렇다! <알라딘> 영화를 극장에서 2D, 3D, 4D까지 세 번이나 본 이유가, 양탄자를 탔을 때 의자가 흔들리고 그런 효과 때문에 간접 경험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었다.
Y 마콘도에 바나나 회사가 들어오고 비가 오기 전 초창기는 다 좋았다. 그 축축함은 견딜 수 없다.
D 마콘도 초창기의 3월에 가고 싶다. 기적이 벌어지고 집시들이 삐까번쩍 하게 오는 게 3월이라고 쓰여있었다. 이번 발제도 3월이라 더 의미가 있다.(헐, 몰랐다!!)
S 평화로운 시기에 식사에 초대받아서 나도 대접을 받아보고 싶다. 황금 물고기를 만드는 작업실에 같이 틀어박혀 있어 보고 싶고, 멜키아데스가 있었을 때의 작업실에도 신기한 게 정말 많았을 것 같다.
Y 나도! 금세공 물고기 하나 쎄벼 와야지!
p.368 이제 3대째 이른 아랍 사람들은 그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불면증이 만연했을 때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서른두 번의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그랬듯이, 아무 말도 않고 꿋꿋하게 살아서 버티고 있었다.
5. 누가 이 소설에 대해 묻는다면,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요?
J 비추천.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소설이다.
D 판타지가 가미된 라틴아메리카판 토지. 할머니 무릎에 누워 얘기 듣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라면 추천.
S 소설이 하나의 세계를 압축해 놓은 느낌. 많은 캐릭터와 생로병사, 그 사이의 관계를 한 가문의 이야기로 재밌게 엮었다. (책 표지 줄거리와 실제 스토리는 달랐다.) 엔간히 참을성 있게 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추천하기 쉽지 않겠다.
R 한 일타 강사가 삼국지와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많이 읽을수록 넓고 길게 보는 독서의 힘이 길러진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런 식으로 인물이 많은 걸 잘 못 읽는 것 같아서 이 책은 한 번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은… 사람 봐 가면서(ㅎㅎ)
M 전 세계적으로 지금 사회 정치적인 상황이 좋지 않으니, 부엔디아 대령 이야기에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p.374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다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2025. 3. 22(토) 오전 10시 반 @보난자커피 군자점
참석자: 6명 (Y, D, J, R, S,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