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신혼부부의 좌충우돌 결혼이야기 #2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결혼을 할까...?
나이가 한 살 한 살 많아지며 조금씩 조금씩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서른셋이 되고서야 나에 대해 깨달은 한 가지.
난 생각보다 자유의지가 약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난 이유 없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의 관습들에 대해 늘 의문을 품은 아이였고, 항상 그것들에 대한 반항심으로 가득 차 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작 내가 그런 상황 앞에 놓이게 되면, 난 결국 안전하고 평범한 선택지를 고르곤 했다.
사진을 배워보고 싶었지만 경제학과를 선택했던 고3 때가 그랬고,
푸드트럭을 해 보고 싶었지만 취업을 선택했던 취준생 때가 그랬고,
다 버리고 내 사업을 하겠다고 해놓고 결혼이란 걸 결심했던 30대 초가 그랬다.
머리로는 생각이 많으면서, 하고 싶은 게 많으면서도, 실천할 의지가 없었던 거다.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닌, 안정적인 답을 골라온 나의 삶이 늘 답답하다고 생각했으면서 왜 난 또 결국 이러한 선택지를 고른 것인가.
사실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 독립된 가정이 되어 마냥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싸울 것도 예상했고, 중간중간 힘든 일이 있을 것도 예상했지만, 내가 생각한 건 오로지 둘 사이의 벌어질 일들에 대한 대비였던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와 내가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고 생각했지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어려서부터 독립심이 강했고, 늘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당당한 독립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비로소 완전한 독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착각했다.
그런데 나의 잘못된 선택 이후 나에게 두 명이던 부모님은 네 명이 되어버렸다.
나에게 결혼은 무엇이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으쌰으쌰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약속이라고 생각해 발을 들였는데,
결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고민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었고,
우리나라에서의 결혼은 여전히 개인과 개인의 약속이 아닌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결혼을 할까...?
#결혼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