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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land Sep 17. 2020

7살 딸은 나의 홍보 보좌관 “울 엄마는 작가예요!”

고마워. 고마운데... 조금만 적당히 해줘. 엄마 부끄러워.>.<

홍보 (PR) 일을 십여 년 간 해왔다. 나 자신을 위한 홍보가 아닌 남 (클라이언트)을 위해 열정을 불태워 왔다.


재미난 사실은 얼마 전에 내 이름을 건 진짜 내 콘텐츠 ‘책’이 세상에 나왔지만, 전무한 마케팅 예산과 이런저런 이유들을 핑계 삼아 정작 홍보에 열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매일 쓰는 마스크는 내 피부에 열심히 열 내고 있는데 말이다 ㅎㅎ)


주위 사람들에게 책 출판 소문을 내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홍보의 첫 단계인데...


막상 책이 나오니 진짜 친한 지인이 아닌 이상, 책을 냈다는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왜 그런가 이유를 생각해 봤더니, 우선 내가 쓴 글에 대해 100% 자신감이 없다. 나의 글은 현란한 문체를 자랑하지도 않고, 뛰어난 통찰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일기처럼 적은 글이기에 전문성은 제로다. 거기에서 오는 뭔가 모를 부끄러움이 나를 주춤하게 만든다.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생각한 혹은 봐온 나의 이미지가 이 글에 담긴 내 모습과 매칭이 될까?’라는 걱정 때문이다. 이제껏 나름대로 이미지 메이킹해 온 내 모습과 책 속의 내가 괴리감이 있을까봐.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내가 너무 ‘남들 의식’을 하고 있는거다. ‘사람들은 자기 인생 사느라 남들에게 별 관심 없는데...’ 이 사실을 알면서도 나 혼자 열심히 남 의식을 하느라 홍보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홍보인 출신인 나는 ‘중이 제 머리카락 못 깎는’ 형상을 보이며, 내 책을 조용히 조심조심 알리고 있던 그 어느 날...






이런 나에게 엉뚱 발랄 구세주(?)가 등장하였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7살 난 우리 딸!


그녀의 홍보 스타일은 장단점이 매우 뚜렷하다.


장점은 매우 저돌적이고 직접적!

단점은 너무 저돌적이고 직접적!


얼마 전 코로나로 인해 아이는 온라인으로 학원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과 친구들 몇 명이 모여 한창 수업이 진행 중인데 내 전담 홍보 보좌관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한 마디 외친다.


“울 엄마 작가예요!!”


아주 다행히 친구들은 아무 관심 없는 눈치였지만, 하필 선생님은 내 딸의 말을 들으시고야 말았다.


엄마가 진짜 책을 냈다는 사실이 한창 신기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딸.

한창 뽐내기를 좋아하는 7살 꼬마.


정말 고맙긴 한데, 선생님께 이 소식을 알리는 건 내 홍보 계획에 전혀 없었던 일이라 당황스럽기만 했다.


며칠 후, 오프라인 수업이 재개되어 찾은 학원.


친한 엄마와 학원 원장 선생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아이들의 학습 방향에 대해 나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때였다.


나의 저돌적인 홍보 보좌관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울 엄마 작가예요! 제목은 보통사람들이에요!”하고 너무나 정확하게 말해버렸다.


마침 그 옆에 있던 딸의 친구는 본인 엄마에게

“엄마, 작가가 뭐야?”하고 물었고, 원장 선생님은 “어머, 어머님 무슨 책 내셨어요???” 등의 질문들이 오가며 빨리 마무리하고픈 이 주제의 대화는 길게 이어지고야 말았다...



며칠 뒤, 딸의 피아노 레슨 시간.


“울 엄마 작가예요! 책 제목은 보통사람이에요”


알람을 맞춘 것 마냥 똑같은 멘트로, 이번에는 피아노 선생님에게 열심히 직설적인 홍보 멘트를 날린다. 집에서 진행되는 레슨이다 보니 책장에 꽂아 둔 내 책 한 권을 가져다가 아예 선생님 손에 쥐어 드리기까지 하는 적극성을 보이면서 말이다.


10초 안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내가 어찌 손을 쓸 새도 없이!


선생님은 정말 축하한다며 싸인까지 요청하셨지만 역시나 내 계획에는 전혀 없던 일이라 정신이 몽롱했다.


특히 이 사건이 발생한 때는 내가 책을 공저한 작가님들(육책만 멤버)과 그룹톡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 보좌관의 돌발 홍보 덕분에 난 그룹톡을 하고 있다는 걸 망각한 채 아이를 향해 “내가 못살아ㅜㅜ”라고 외치는 바람에 다른 작가님들을 놀라게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그러지 말라고 애초부터 주의를 주지 않았던 내가 자처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입단속을 시킨다고 들을 아이가 아니지만),

아니면 나의 무의식이 딸의 이러한 저돌적인 홍보를 은근히 즐기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ㅎㅎㅎ


과정이야 어찌 됐든 간에,

나의 7살 홍보 보좌관 덕분에 무려 4명+@에게 책 홍보 완료!  

(왠지 내가 볼 수 없는 유치원에서도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브런치에는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내 책을 소개하겠다.

온라인이라는 점이 나에게 마구마구 용기를 준다 ㅎㅎ



5명의 평범한 사람이 모여 만든 따뜻한 책 <보통사람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 :)

* 알라딘은 무료 배송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250937527​​​​​


<보통사람들> 공식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botong.peopl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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