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드라마 <산후조리원>.
난 이미 몇 년 전에 저 과정들을 끝냈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 출산 직후의 기억은 점점 잊혀 가고 있었다. 주위에 갓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나에게 뭘 물어봐도 기억이 안 나 대답을 제대로 못하는 지경까지 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산후조리원>을 보면서 조금씩 되살아 나는 저 때의 내 감정들.
특히 극 중에서 사랑이 엄마 조은정(박하선)와 욤이 엄마 이루다(최리)가 '모유수유'를 두고 대립하는 멘트들이 어찌나 사실적이고 공감이 가던지...ㅎㅎㅎ
이루다: 엄마가 술 마시면 그 날은 분유 주면 되지. 분유가 독도 아니고 왜이렇게 모유에 집착해요?
조은정: 선배 엄마로서 더 좋은 걸 추천해 주는거예요. 모유가 면역력이나 두뇌발달에 더 좋으니 추천하는거라구요.
이루다: 요새 소들도 방목하면서 스트레스 없이 자라서 분유도 얼마나 잘 나오는데요. 지금 여기 있는 엄마들 좀 보세요. 밤새 잠도 못자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짠 엄마 젖이 분유보다 진짜 좋을까요?
조은정: 그렇게 엄마의 이기심으로 분유를 줬다가 나중에 아이가 잘못되면요? 그게 다 내가 모유를 주지 않아 그런거란 죄책감에 후회하게 될거예요.
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는 현진(엄지원)은 상상 속에서 자신이 모유를 주지 않아 미래의 아들이 아토피, 감기, M자 탈모에 걸리는 상상을 한다.
이루다: 그런 죄책감을 주고 엄마를 구속하는 거 구시대적 발상이예요. 엄마도 행복해야죠.
드라마 <산후조리원> 3화 대사를 기억나는 대로 정리 해 봄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 느낀 우리나라는 '모유'에 '집착'하는 나라다.
즉, 난 <산후조리원> 극 중에서 이루다 캐릭터의 의견과 같다.
오죽하면 내가 얼마 전에 냈던 책 <보통사람들>에도 모유수유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았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행복한 에너지를 쏟을 수 있지 않을까?
모유 수유에 적합한 환경을 가진 엄마들은 즐겁게 모유 수유를 하면 되는 거고,
그런 환경이 안되거나 굳이 모유 수유를 희망하지 않는 엄마들은 죄책감 느끼지 말고 분유 먹이면서 잘 키우면 된다.
"왜 분유 먹여?"
"그래도 모유 먹여야지~"
이렇게 말하는 오지라퍼는 되지 말자.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거다.
무심코 던지는 저런 한마디가 당사자들에겐 매우 큰 스트레스가 된다.
모유를 먹이든, 분유를 먹이든 우리는 지극히 정상인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