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메타버스 편의점, 오징어 파크, 번지 피지오
인싸 or 핵인싸
나랑은 거리가 먼 단어다. 근데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 핵인싸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초등학생 1학년 나의 딸!
에피소드 1. 메타버스 제페토 CU 편의점 사건
1~2주일 전쯤...
- 남편: 여보, 제페토에 세계 최초 메타버스 편의점 생겼대. CU 편의점 한강점이래.
- 나: 와 진짜? 신기하네. OO(우리 딸)한테 말해 줘야지.
우리 딸은 제페토 게임을 이미 즐겨하는 어린이라 이 사실을 얼른 알려주고 싶었다.
- 나: OO아! 너 제페토에 편의점 있는 거 알아?
- 딸: 나 거기서 음료수 샀는데.
헐..........
아는 걸 떠나서 이미 음료수를 사봤대 ㅋㅋㅋㅋㅋㅋㅋ 충격...
그래서 기사를 찾아보니 이미 지난 8월에 오픈했었다. 난 최근에 오픈한 줄 ㅠㅠ 나와 남편은 뒷북을 친 것이다.
- 나: 진짜???? 거기서 음료수 사봤어????? 거기 무슨 편의점이게!!??
- 딸: CU 편의점.
딸은 허세를 떨기 위해 아는 척한 게 아니라 '진짜로' 알고 있었다.
나 나름 젊은 엄마에 트렌디한 엄마라 생각했는데... 또 다른 세상은 미처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에피소드 2. 오징어 파크
어느 날 학교를 다녀온 딸이 다짜고짜,
- 딸: 엄마 나 오징어 파크 갈래. 친구들 갔다 왔대. 갈래!!
우리 아이는 (당연히) 오징어게임을 보진 않았지만 각종 매체에 도배되어 버린 오징어게임에 매우 익숙해져 있긴 하다.
- 나: 오징어 파크가 뭐지? (포털 사이트에 검색 시작)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쇼핑몰에 '오징어 파크'라는 곳이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아이의 한 마디에 우리 세 식구는 오징어 파크로 달려갔다.
영화의 콘텐츠를 잘 살린 동시에 게임 구성도 재미있게 잘 만들어 놔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었다. 아이도 즐거워했지만 사실... 우리 부부(특히 남편)가 제일 신났다. 심지어 블로그에 오징어 파크 후기를 포스팅했는데 며칠 만에 조회수가 2천 명을 돌파했다.
- 남편: 최근 쓴 돈 중에서 오늘이 제일 안 아깝네.
(칭찬에 인색한 우리 남편이 이 정도로 말할 정도면 진짜 재밌었던 거다.)
우리 딸의 한 마디로 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에피소드 3. 번지피지오(번지피트니스)가 뭣이여?
며칠 후면 아이의 겨울 방학이 시작된다. 방학 동안 계속 이렇게 뒹굴다가는 아이가 더 땡그래 질까 봐 운동을 시키기로 결심했다.
- 나: OO야, 방학 동안에 운동할 건데 지난번 다니던 수영, 아니면 친구가 있는 태권도, 아니면 줄넘기. 이 중에서 골라봐 봐.
- 딸: 셋 다 싫어.
- 나: 아 제발.. 방학 동안에 운동 딱 한 개만 하자.
- 딸: 나 하고 싶은 운동이 있긴 있어.
- 나: (엄청 반가움) 뭔데 뭔데????
- 딸: 간니닌니 (딸이 가끔 즐겨보는 키즈 유튜버 채널) 언니들이 하는 운동 하고 싶어. 그네 타고 막 점프하는 거야.
- 나: (또 당혹) 그런 운동이 있어...? (속으로 정글짐 방방 뭐 그런 건가? 하고 예스러운 것만 떠올랐음ㅠㅠ)
이렇게 한 마디를 남긴 채 학원으로 떠나버린 그녀..ㅋㅋ
난 운동을 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간니닌니 채널을 검색해 본다. 다행히 나는 검색을 잘하기 때문에 바로 정보를 알아냈다.
'점핑피지오 (혹은 번지피트니스)'
진심 처음 들어보는 운동이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데 내가 늦은 거겠지만)
번지피지오 사진과 영상들을 찾아보니 운동량도 어마어마하고 계속 점핑을 하는 거라 키 크는 것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진짜 내가 딱 시키고 싶었던 바로 그런 운동이다. 다행히 집 근처에 키즈 클래스가 있길래 당장 내일 날짜로 예약을 해버렸다.
난 이제 어디 가서 '번지피지오'라는 단어를 써먹을 수 있게 됐다.
8살 꼬꼬마 핵인싸 덕분에 오늘도 새로운 세상을 알아간다.
앞으로도 새로운 정보 잘 부탁해. (엄마도 열심히 공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