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의미 있는 성취 at 낯선 곳
Single-engine Commercial add-on 취득하다
모든 것들이 낯설었다
새로운 비행 환경에서부터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 전에 있던 곳 보다 조금 더 도시 느낌이 나는 주변 동네 등등. 무엇보다 이번에 거처를 옮기면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낯선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예전에는 낯선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는데 이제는 새로움에 대한 설렘보다는 두려움과 귀찮음이 앞서고 있었다. I am feeling my age lol
새로운 곳에 오기 전, 새로운 비행 교관과의 호흡을 가장 크게 걱정했었는데 이는 기우였다. 정말 다행히도 비행 교관과 케미가 좋았어서 한 달 만에 Single engine commercial add-on Check ride를 보기 위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초반에 비행 퍼포먼스가 잘 나오지 않아서 서로 어색한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하지만, 비행 시험이 언제 내 뜻대로 된 적이 있던가? 계속해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캘리포니아에 산불이 크게 나면서 비행시험 스케줄을 잡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약 한 달간 기다려야만 했다.
그 어떤 것 보다 중독성 있는 ‘비행 성취감’
비행을 한다는 건 사실 ‘종합 고민 세트’ 한 상자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다니는 것과 같다. 매번 비행할 때마다 달라지는 비행기 기종 상태와 날씨, 옆에 탄 사람의 컨디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하면서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번 비행할 때마다 소요되는 비용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생활비 등 경제적인 압박감도 꽤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버는 것 없이 쓰기만 하니... 이에 더해서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모든 항공업계가 위축되어 있지 않은가.
이렇게 수많은 고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행을 고집?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아직 비행하는 것보다 더 즐거운 것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좀 더 나아가 2016년 항공업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공업계 말고 더 재밌는 분야를 찾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비행을 통해 얻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비행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다이내믹하면서도 평온한,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끼는 짜릿함. 해도 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이 기분이 무척 좋다.
그렇게 약 한 달이란 시간을 기다린 끝에 예정된 날짜에 Single engine commercial-add on 비행 자격시험을 봤다. 예상했던 기간보다 2배가 더 걸렸고, 비용 또한 2배 이상 더 발생했다. 에라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나와 함께 고된 비행의 길을 걷고 있는 베스트 비행 파트너이자 친구가 옆에 있었기에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사실 예전에는 개인주의인지 혹은 이기주의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꾸역꾸역 뭔가를 해내려고만 했었다. 나의 부족한 면을 세상에 노출시키는 것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주변에 사람들은 늘 많았어도 진정 나를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이러한 성격과 태도가 비행하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크고, 작은 실패들을 경험하다 보니 유연해진 걸까? 계절이 바뀌듯 그냥 자연스럽게 변했다. 무엇보다 나보다 내적으로 더 성숙하고, 외유내강 형인 비행 파트너를 만난 덕분이기도 하다. 홀로 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결국엔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됐으니. Thank you Captain J!
‘합격’만큼 기분 좋은 단어가 또 있을까
Single engine commercial add-on 자격증은 이미 멀티 엔진 사업용 자격이 있는 상태에서 싱글 엔진 사업용 조종사 자격을 추가로 취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시험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다가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은 결코 놓을 수 없다.
하나님께서 이미 모든 플랜을 짜 놓은 것처럼 시험은 딱 예상했던 대로 이루어졌다. 우선 심플하게 약 30분 동안 구두시험을 봤다. 이미 멀티 엔진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질문에 까다로움이 없었고, 시험관의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니 시험관도 나의 답변에 신뢰감을? 느낀 듯 보였다. (나만의 큰 착각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리고 곧장 비행 실기 시험을 봤다. 한창 더운 여름 오후에 시험을 봐야 했기 때문에 비행하기에 좋은 날씨 조건은 아니었다. 40°를 육박하는 온도에 Gust wind인 돌풍이 20~30 속도로 불었고, 바람의 방향도 수시로 바뀌었다. 역시나 끝나기 전 까진 아무도 모른다라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하는 날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훈련받았던 대로 비행 기동 시험에서는 하나하나 차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날씨가 조금 까탈스러웠어도 300시간 이상 비행을 탄 '짬밥' 덕분이라고 본다. 무흣. 하지만, 시험이 끝나기 직전, 긴장이 풀렸던 탓일까. 랜딩 파트에서 예상치 못한 wind shear-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수시로 바뀌는 현상-으로 인해서 조금 불안정한 랜딩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가장 소프트하게 내려야 하는 Soft-field landing에서 말이다. 정말이지 순간 아차 싶었다.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포기하지 않고, 곧장 정신 집중해서 그 불안정했던 랜딩을 바로 correction 하는 태도를 '오버'해서 보였다. "Oh oops! Today, the wind is too strong sir!"라고 하면서... (이런 능청스러운) 최대한 끝까지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서 correction 하는 태도를 보이니 다행히 그걸로 딴지를 걸진 않았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비행에서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그것을 곧장 알아채고 다시 correction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 또한 실력으로 여겨지는 걸까? 이건 비단 비행에서 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
그렇게 나머지 랜딩도 무사히 잘 마치고서, 마침내 Single engine commercial add-on 미션을 완수했다. 큰 시험은 아니었지만, 낯선 곳에서 이룬 성취여서 그런지 의미가 좀 더 깊었다. 끝은 또 다른 여정의 시작 아니겠는가. 이제, 드디어 교관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