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도전’ 생활
도전만이 줄 수 있는 기쁨
모든 시작과 도전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도전’, 이 단어를 그저 보고, 듣고,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모든 만남에는 이별이 있듯이 모든 시작에는 끝맺음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그 끝맺음은 항공 승무원으로서의 졸업이었다. 30살, 약 3년 간 몸 담았던 항공사를 그만두고, 항공기 조종사에 도전했다. 지금 생각해도 약간은 무모하고 위험한 결단이었지만, 그래서 더욱더 가치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위험하지 않은 꿈은 꿔야 할 가치가 없다.”
- 홍정욱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그리고 그때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도전의 가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고민에서 끝내고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왜냐면 보이지 않는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그러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항상 묻는다.
“내가 지금 이걸 하지 않으면 나중에 ‘아, 그때 그거 해볼 걸...’ 이러면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비행에 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파일럿이 되기 위해 맨땅에 헤딩하듯 미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미국에 온 지 벌써 일 년이 넘었다.
애석하게도 이 긴 시간 동안 제대로 웃어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심지어 첫 몇 달간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아, 뭐든지 때가 있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는데, 내가 너무 생각 없이 결정했나?”
이런 상태로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텼다. 그렇게 시간이 좀 더 흐르니 어느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처음에는 분명 열 번, 스무 번 넘게 봐도 도무지 모르겠던 여러 비행 이론들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비행을 할 때도 그랬다. 한국에서 운전도 해보지 않았던 내가 비행기를 조종해야 하는 상황이니 웃기기도 하고, 조금 슬프기도 했다. 주변에서 소문난 기계치이기도 해서 처음에 비행기를 조종할 때 꽤나 애를 먹었다. 내 생각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비행에 소질이 없는 건가? 누구는 세 번 정도만 타봐도 감이 온다는데, 나는 열 번을 넘게 비행했는데도 왜 이 모양일까?”
그렇게 좌절하고, 낙담했던 시기를 보내고 나니 또 놀라운 현상이 발생했다.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컨트롤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생각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하지만, 그‘때’는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슬기롭게’ 이 난관을 극복해내자.
이렇게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내고 이제 마지막 사업용 조종사 시험만을 남겨두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COVID-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코로나 바이러스로 감염시켜 버렸다. 전무후무한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최악의 피해를 입은 불명예 국가가 됐다. 그래서 결국, 단 며칠 차이로 마지막 시험을 보지 못한 채 미국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억울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격분한다고 해서 이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서 의미 없는 격노와 망상 대신 재빨리 마음을 재정비했다. 죽음의 수용소에 있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슬기로운 자가격리 생활
“집에서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멀리했던 독서를 하며 메말랐던 마음에 물을 준다. 언제나 갈증을 느끼는 영어를 위해 온라인으로 테솔 자격증 공부를 하며 나의 영어를 좀 더 견고하게 다져나간다. 지금까지 브런치에 쓴 글들을 정리하면서 예전 뜨거웠던 ‘도전 정신’을 상기하며 답답한 마음을 다잡는다.”
요즈음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잠 못 이루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막막해서 두 다리를 쭉 뻗고 자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이 힘든 시기는 곧 지나갈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슬기롭게 대응해서 전 세계가 인정하는 모범국가가 된 대한민국처럼, 우리들 또한 Covid-19 팬데믹을 슬기롭게 끝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끝맺음 뒤에는 또다시 시작되는 설렘 가득한 도전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 지금 하루하루 슬기로운 ‘도전’ 생활을 해나가자.
- 여전히 많이 미숙하고 부족하지만 항상 ‘도전의 가치’에 대한 글을 쓰고, 생각을 하며 조금씩 발전해왔다. 이번 ebs 공모전 <나도 작가다>를 통해서 도전을 꿈꾸는 이들과 함께 이러한 생각을 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