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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수집가 Feb 12. 2024

받침 하나 차이로, 완고(頑固)하다 - 완곡(婉曲)하다

완고(頑固)하다 - 완곡(婉曲)하다

헷갈린 적 있음?


이 두 단어를 보자마자 ‘맞아! 나 이거 엄청 헷갈렸었어!’라고 마음의 소리 지른 분 계시죠? 쑥스러워하진 마세요. 여러분만의 일이 아닙니다. 헷갈리는 단어 뜻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여러분을 위해 이 시리즈가  존재하니까요.


보시다시피 이 두 단어는 모두 대상의 성질과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의 용법으로 쓰이는 데다, 표기까지 비슷하지만 뜻은 아주 달라서 특히 유의해서 이해해야 할 단어들이랍니다. 바꿔 쓰면 큰일 납니다!     


● 완고(頑固)하다: 융통성이 없이 올곧고 고집이 세다.

[예] 저 사람은 성격이 완고하여 말이 잘 통하지 않아.

● 완곡(婉曲)하다: 말하는 투가 상대의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모나지 않고 부드럽다.

[예] 그는 나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먼저 ‘완고하다’부터 살펴봅시다.

이 두 단어의 차이는 한자어 ‘완’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완고하다’의 완(頑)은 ‘무디다’의 뜻을 지니고 있어서 대체로 부정적인 것을 묘사하는 다음과 같은 단어를 만들어 냅니다. 즉 ‘성질이 억세게 고집스럽고 사납다(완악하다)’, ‘태도가 검질기고 의지가 굳세다(완강하다)’, ‘사리에 어둡고 완고하다(명완하다)’, ‘완고하고 어리석다(완둔하다)’와 같은 유사한 어감을 지닌 단어들과 연관되고 있어요. 참고로, 프랑스 루이 10세의 별명이 ‘완고왕’이었다고 하는데요, 루이 10세의 고집을 짐작할 수 있겠어요.                    

완고왕 루이 10세

그에 비해 ‘완곡하다’의 완(婉)은 ‘순하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다음과 같이 주로 긍정적인 것을 나타내는 단어를 만들어 냅니다. ‘태도가 의젓하고 부드럽다/ 가파르지 않다(완만하다)’, ‘아름답고 겸손하다(완숙하다)’, ‘예쁘고 온순하다(완순하다)’, ‘정숙하고 아름답다(완려하다)’와 같은 유사한 어감을 지닌 단어들과 연관되지요. 우리가 어떤 것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것을 ‘완곡하게 이르다’, 혹은 ‘완곡어법(婉曲語法)’이라고 하는데 이때 쓰이는 말과 같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 글을 보다 보면 ‘완곡하다’를 ‘단호하다’와 같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아마도 ‘완고하다’와 뜻을 헷갈린 것 같습니다.    

      


둘 다 사람의 성격이나 대상의 상태를 설명하는 형용사이다 보니 비슷한 맥락에서 자주 쓰일 수 있으므로 두 단어의 뜻을 혼동하여 실수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완고한 말투’와 ‘완곡한 말투’는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요!     




<문해력이 쑥쑥, 한 줄 요약>

완고한 것은 고집이 센 것, 완곡한 것은 부드러운 것!



● 요즘 많이 쓰이는 신조어, 완곡하다!     


최근 ‘완곡하다’의 또 다른 사용법이 있던데, 들어보셨나요?  

   

○○○ 첫 싱글 뮤직비디오 티저 공개완곡 기대감 UP” 

(라온 신문, 2023. 7. 13.)  

   

노래의 음원 일부가 공개되어 전체 곡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쓰인 ‘완곡’은 ‘완결된 곡 전체’를 의미하네요. 

그리고 때로 ‘완곡하다’는 ‘전체 곡을 듣다/ 전체 곡을 부르다’와 같은 의미의 신조어로도 폭넓게 쓰이고 있어요. 사실 이 의미는 그동안 ‘완창’이라는 단어가 담당하고 있던 의미와 아주 가깝습니다. 판소리 한 마당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었죠.. 그런데 완창이라는 말이 너무 예스럽고 현대에 와서 잘 사용되지 않다보니 그러한 의미를 비슷하게 가지는 신조어 ‘완곡하다’가 생긴 모양입니다. 언어의 사용 양상이 아주 다채롭지 않나요? 그래서 맥락을 통해 단어를 이해하면서 단어의 쓰임과 변화상을 함께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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