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의 시작
결혼을 하고 나면 대부분 당연하게 무엇인가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기대는 좋은 방향을 향해 있다. 서로에 대해 좀 더 집중하고, 서로를 좀 더 생각하게 되면서 서로가 원하는 반려자로서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결혼을 하고 나면 연애 때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조금씩 생기게 된다. 그러나 그 변화가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집에 돌아와 사는 그 순간부터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 결혼식을 마치고 여행을 다녀온 뒤 신혼집에 들어서게 되면 '내가 결혼했구나'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된다. 결혼 생활이 시작하면 불편한 점이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고 함께 생활을 공유한다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서로 함께 한다는 즐거움에 어느새 결혼 전의 걱정은 잊힌다. 중간중간 약간의 불편함이 눈에 들어오더라도 좋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고 그다지 큰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냥 참고 넘어간다. 마치 연애 때 함께 어딘가 긴 여행을 가있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조금씩 작게 쌓아둔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어느덧 나만 양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나만 노력하고 있고 나만 맞추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조금씩 커진다. 그동안 모른 척하려고 노력했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터지게 되고 결국 싸움이 생기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다툼이 시작될 때 상대도 나와 똑같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도 쉽게 양보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서로의 생활이 다른 것을 인지하고 있어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생활의 다름이 얼마나 큰지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직접 생활을 하다 보면 하나씩 눈에 거슬리는 작은 일들이 생기게 되고 처음에는 그런 부분을 고쳐달라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 상대에게 고쳐달라고 요구하는 부분이 큰 문제 거나 큰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이야기를 할 때 지나가듯이 한 번씩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반복되고 같은 문제를 여러 번 이야기하게 되면 조금씩 기분이 상한다.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상대는 나의 요청을 귀담아듣지 않고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결혼하면 치약 짜는 방향을 가지고도 싸운다'라고 말하는 것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비롯된다. 가족들과 생활할 때는 항상 같았던 작은 생활패턴들이 조금씩 흔들리면 사람은 생각보다 예민해진다. 너무 당연해서 이런 부분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부분들이 어느 순간 당연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해하고 맞춰가려고 하기보다는 '이렇게 당연하고 간단한 걸 왜 바로 해결해 주지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이러한 생각이 꼬리를 물면 상대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상대는 결혼에 맞지 않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나는 '이런 사람'과의 결혼을 잘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하게 된다.
주변에서 결혼 한 사람들이 결혼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는데 그중에 한 명의 이야기가 꽤 인상 깊게 남았었다. 그 지인은 누가 봐도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으며 서로가 배려하고 맞춰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부부였다. 오랜 연애를 끝으로 결혼했기 때문에 마치 두 사람은 처음부터 그렇게 결혼 생활을 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분이 해준 말은 매우 의외였다. 결혼을 하고 육 개월간은 너무 행복하고 재밌어서 함께 소꿉장난 하는 느낌이었으나 육 개월이 지나자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부터 같이 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끊이지 않는 다툼을 했었다고 했다.
집에 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의미는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집'처럼 편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처음에는 좋은 기분과 각오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편함을 참고 조금씩 희생하려고 하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순간 '함께'라는 사실에 지치게 된다. 기존에 행동하던 '당연한 나의 생활 패턴'대로 편하게 생활하고 싶어 지고 그런 나의 당연함을 이해 못하고 불평을 늘어놓는 상대가 힘들게 느껴진다.
그런데 나의 상대도 사실 나와 똑같은 과정을 겪고 있다. 서로를 많이 배려해주어도 못 느끼게 되는 것은 상대가 정말 배려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서로 말하지 못하는 작은 부분을 참고 쌓아두기 때문에 결국 서로가 똑같이 예민해지고 다툼이 발생해도 서로 제대로 대화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뿐이다.
결혼을 해서 정말 '함께' 하는 삶을 살고 내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변화를 느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 중에 수많은 조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조율은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많은 부분을 보게 만든다. 내가 원했던 좋은 변화는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혼자에서 둘이 되는 과정을 천천히 겪어가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변화가 생기게 된다. 즉 결혼 초반의 싸움은 내가 원하는 부부가 되어가는 성장통과 같다. 이 성장통은 사람마다 기간도 고통도 다 다르다. 즉 남과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 함께 방향을 찾으면서 현명하게 잘 넘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금 힘들더라도 곧 내가 원했던 안정적이고 함께 하는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