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도 없는 그곳에
스스럼없이
당신이 서 있습니다
기계처럼 아침에 눈을 뜨고
한없이 낮게 드리운 천장을 바라볼 때
표정 없는 당신이
거기,
그렇게,
서 있습니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단지 어제가 아니라는 안도감에 기대어
찌개 국물에 수저를 담그고
서툰 젓가락질로 일상을 집어 올립니다.
빛바랜 사진으로 남은
나,
그리고
당신도 그 젓가락에 묻혀
조금씩 허물을 벗고 있습니다.
빛으로도 다가설 수 없는
그 자리에
얼굴 없는 당신이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