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가시처럼 불편하고 날 선 하루가
서서히 끝나고 있다.
거세게 휘몰아쳤던 노동의 시간이 지나면
무심했던 가면부터 벗어던진다.
땀으로 가득한 얼굴이
거울 속에서 능글맞게 번들거릴 때
내가 아닌 것 같아 몹시 낯설다.
원한 바 없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이제는 마음이라도 편해지지 않았냐고 위로해 보지만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그늘을
그저 유쾌한 웃음으로 포장하며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어느새
날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잘한 분노나 소심한 위선을 토해내는
문제적 인간이 되었다.
평생 유익한 삶을 꿈꿔 왔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짓이겨진 무명의 벌레가 된 기분이다.
의미도 없고
의욕도 없는
이처럼 무익한 삶을 생각한 적은 없다.
그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을 뿐이라고
무능함을 자조한들 무슨 소용 있을까만
때로는 아직 기회가 있을 거라는 환상에 빠져든다.
그리고 오히려
한없이 무익한 삶을 꿈꾼다.
꿈은 언제나 유익하다는
너스레를 떨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