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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연 Apr 17. 2021

당신이 있는 자리

그림자도 없는 그곳에 

스스럼없이

당신이 서 있습니다  

   

기계처럼 아침에 눈을 뜨고

한없이 낮게 드리운 천장을 바라볼 때

표정 없는 당신이 

거기,

그렇게,

서 있습니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단지 어제가 아니라는 안도감에 기대어

찌개 국물에 수저를 담그고

서툰 젓가락질로 일상을 집어 올립니다. 

    

빛바랜 사진으로 남은 

나,

그리고 

당신도 그 젓가락에 묻혀

조금씩 허물을 벗고 있습니다.   

  

빛으로도 다가설 수 없는

그 자리에 

얼굴 없는 당신이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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