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또 잠에서 깬다.
제멋대로인 꿈을 꾸다
졸린 눈을 뜨면
언제나 예상보다 빠른 시간.
이제 포기할 때도 된 건가.
깊어지는 한숨 속
움직이지 않는 심연의 그림자만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다.
하루라도
그저 무구한
기억되지 않는 잠을 자고 싶다.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건
그래서 슬픈 일이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낯익은 장소에서 시나브로 추억을 떠올리고
상투적인 감정을 곱씹게 되는 건
언제나 어색하다.
정신은 육체를 지배하지 못한다.
자기 최면일 뿐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재울 수 없다는 뜻인가 보다.
식어버린 열정과 이상만큼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일까.
끝도 없는 불면의 밤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내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게 다는 아닐 거라는
허무한 믿음
그 무게를 아직은 견디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