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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연 Jan 25. 2022

안목 바다에서

안목 바다에 가 보았지.

모진 바람에 

이제는 깊게 주름진 추억만 남아 있는 곳

겨울 바다는 여전히 거침이 없고

그 사람도 없지만, 

피멍 든 모래알로라도 사랑이 남아 있길 바랐네.

낯익은 듯 날 선 파도는 

오늘도 격렬하게 고개 젓고 있는데.


줄담배를 피워대던 너의 뒷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그땐 묻지 못했지

왜 그렇게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냐고.

간절한 사랑을 시작했지만

우리에게 허무한 눈물만 남으리란 것을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


오늘, 안목의 바다는 

즐비한 커피숍 간판이 현란하게 춤을 추고

모래 위에

짓궂은 낙서만 가득 채우는 사람들로 그저 어지러울 뿐.


흔적 없는 우리의 시간은 어디로 간 걸까.

나는 

어디에서 

그토록 그리웠지만 올 수 없었던  바다를 찾아야 하는가.

잃어버린 사랑과 두려움의 비겁한 편린이 

녹아내린 


안목의 바다에서

시간의 바다에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쓸쓸한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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