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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제 May 29. 2021

부먹, 찍먹에 관하여

볶먹이 근본이지만요.

논란은 피하고 싶다.


나는 부먹과 찍먹, 어느 편에도 손을 들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탕수육은 볶먹인 음식이기에 정통성을 논하기엔 부먹과 찍먹 둘 다 근본 없는 행태이다.


그러면 부먹, 찍먹의 개념이 왜 생겼을까.

인천의 포크 1집을 함께 한 박영환과 평양냉면에 대하여 대화를 나눈 적 있다.

필자 : 면이 잘 불어서 배달을 하면 안 된다는 평양냉면 업장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박영환 : 원래 냉면(평냉 포함)은 배달음식으로 활용이 많이 되었고 주문 시 면과 육수 따로 준비하여 주문지에서 육수를 부어주는 시스템이 있었다. 


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부평의 해민면옥에서 즐겁게 한 잔을 마신 후였다.


물론 탕수육에 비할바는 아니다.

주문지에 “웍좀 빌리겠습니다” 하고 작성을 하거나 정말로 빌린 웍을 사용해서 배달지에서 탕수육을 볶을 수는 없기에.

배달의 영역에서 볶먹을 해가다 보면 당연히 튀김옷의 연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기에 ‘볶’이 아닌 소스를 챙겨주는 개념이 생겨났을 것이다.

여기서 취식 방법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부먹과 찍먹은 근본이 아니다.

2018년, 인천의 포크 미팅 차 홍대 림가기에서 




근본이 아니라면 배제해야 할까.


'부먹과 찍먹'을 논하기 전에 '배달'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중식이 있다.

한국식 중식에서는 탕수육의 취식 방법이 볶먹, 부먹, 찍먹으로 나뉘게 되었다.(나열은 철자 순)
심지어 근본인 볶먹은 업장에서 먹는 경우가 아니면 접하기 힘들기에 마지막 순서로 밀려났다.(요즘은 중식집에서도 볶먹을 먹는다고 장담 못한다)


그렇다면 “근본이 흔들려서야 쯧쯧쯧”(약간 꼰대 어르신 넉김으로 말해줘야 한다)으로 바라보기보단 

“시대가 바뀌었구나” 라 해야 할 것이다. (안경 끼고 정돈된 헤어스타일의 흰머리가 조금 있으신 교수 타입의 어르신보단 이전에 이야기한 꼰대 어르신이 이야기한다면 조금 더 간지가 날 것 같다. 이리 보니 필자는 편견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대사와 함께 닭꼬치 하나 사가셨으면 더 좋겠다)


당연히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음식의 형태 또한 바뀌기 마련이다. 본고장의 근본 레시피일지라도.

원조격 볶먹 꿔바로우, (인천논현 산시 도삭면)




찍먹파들의 논리는 무엇일까.

물론 찍먹이라면 고기튀김 서타일로 소금에 찍어먹을 수 있다는 입장도 있겠지만 대부분 "부먹은 튀김이 눅눅해져서”이다.


부먹파의 입장은 "어차피 탕수육은 소스가 함께하는 음식이니 부어서 먹는 게 더 풍부하다”는 주장이다.


-볶먹은 이미 비주류가 되었으니 앞으로는 제외한다-

-두 부류 모두 별 생각이 없다. 라면 진짜 미안한데 한 번씩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런데 그 이전에 논할 것이 있다.

탕수육 튀김이 원래부터 적응이 안 될 만큼 눅눅한 음식인가?

최근에 먹어본 탕수육(꿔바로우 제외)은 대개 튀김옷이 두꺼웠고 기본적으로 눅눅했다.

중식에서 요리류의 메뉴로 주문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탕수육은 보통 초벌 튀김을 해두는 경우가 있는데 초벌과 2차 튀김의 텀이 길수록 쩐내와 튀김의 감도가 좋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

(첨부된 사진은 너무 맛이 없어서 남겨버린 탕수육과 너무 맛있어서 흡입한 유린기의 배달 직후 모습이다)


그거 아나? 아무리 맛있는 소스도 맛없게 튀긴 음식은 못 살린다.

튀기면 맛있다고? 튀기고 몇 시간 지나고 먹어보길 추천한다.

튀김옷을 맛있게 만드는 것이 기술이다.


단골집인데 이 날은 맛이 너무 당황스러웠음. 랭크는 유린기 > 제로콜라(보유분) > 단무자, 양파 > 집안 내부 미세먼지 > 나머지,, 넉김이었음..


해당 사진은 해물 짜장, 깐풍기를 자주 시켜먹는 단골가게인데 당일에 먹은 짜장, 탕수육은 너무 먹기 힘든 맛이었기에 비공개로 사장님께 리뷰를 남겼다. 차창용과 유현종에게 묵직한 사과를 남긴다. (풀네임을 부르다니.. 정말 큰 사과다)



굳이 무엇이 "짱"이다 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듣고 싶다면 "볶먹이 짱이다" 라고 할 거다. (정말 짱이라서가 아니라 심술 나서)


근데 정확히는, [좋은 튀김]이 기반이라면 무엇이던 애정 한다.

튀김은 사랑이라 하지만, 마음이 담긴 음식이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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