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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대성 Sep 21. 2018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003

003. letter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003. letter


01. 폐쇄적인 사람

02. 후회없게

03. 상처를 치료해 줄 사람 어디 없나

04. 슬라임

05. 생각하는대로

06.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

07. 상태 메세지

08. 왜 망설이게요 ?

09. INNERVIEW



인체의 선과 한글 레터링. 아름다운 조합.


01. 폐쇄적인 사람


그누 : 작업을 진행하기 전에 간단하게 인터뷰를 진행할까 합니다. 인터뷰 시간은 15분에서 20분입니다. 우선 ‘나는 어떤사람인가’, 성격, 가치관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조금 폐쇄적인 것 같아요




그누 : 어떤 의미에서요 ?

벼리 : 내 사람한테는 정말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거리를 많이 두려고해요

그누 : 이유가 있으세요 ?

벼리 : 내 사람 챙기기도 바쁜데 굳이 다른 사람에게 과한 에너지를 써야하나 싶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건 제 욕심이니까요. 근데... 의외로 요가 강사를 하고있네요.

그누 : 요가강사를 하시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나요 ? 낯을 가리는 성격은 아니신가봐요 ?

벼리 : 낯을 가려요. 낯도 가리고 낯선 사람을 싫어하기도 해요

그누 : 어... 근데 어떻게 요가 강사를 ...

벼리 : 그러게요 ...(웃음)




02. 후회없게


그누 : 인생의 가치관이라던지, 그 밖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까요?

벼리 : 어렸을 때 가훈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였어요. 근데 어떻게 사람이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합니까, 그래서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은


백년을 살아도 후회 없게, 내일 죽어도 후회 없게




03.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그누 : 일 하시는 시간 이외에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생겼을 때는 주로 뭘 하세요?

벼리 : 요즘에는 심리 상담쪽으로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를 좀 하고있는 상태에요. 이제 첫강의를 듣긴했지만 ...(웃음)



거창하게 심리를 치료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나눌 때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배우려고 합니다. 제가 단어를 선택하고 말을 하는 데 있어서 예쁘게 말하는 편이 아니라 간혹 상처를 받는 사람이 생기더라구요.




그누 : 혹시 대상이 요가를 배우러 오시는 고객분들이에요 ?

벼리 : 요즘은 요가를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다이어트 목적도 있지만 정신적인 부분도 많거든요. 무언가를 잘해야한다는 압박감에 힘든 분들, 다른 일에 밀려 자기 자신을 우선 순위에서 미뤄놓은 분들의 마음을 조금 더 잘 위로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리고 물론 그 분들도 중요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한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가 가장 크죠. 가족들, 친구들.




04. 슬라임


그누 : 그럼 공부를 제외하고 쉴 때 ? 글쎄요, 공부가 본인이 말씀하시는 휴식일 수도 있지만 그냥 온전히 본인을 위해 쓰는 시간이 공부 말고는 더 없으세요?

벼리 : 남자친구를 만난다던가, 저희 집 강아지가 되게 크거든요. 강아지랑 생각없이 논다거나, 뇌를 쉬게 해주는 시간에는 요즘 많이 하는 액체괴물을 만지작거린다거나(웃음)

그누 : 아 슬라임이요 ? 저 진짜 궁금한데 슬라임은 왜 하는거에요?


벼리 : 그걸 만지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머리속에 아무런 생각이 안들어요. 그게 너무 좋은거에요(인터뷰 하면서 가장 행복해보이는 얼굴)

그누 : 정말 뇌를 쉬게 해주는거구나, 말그대로



한참 만지다보면 정말, 머리가 살균세탁받은 기분이 들어요 (웃음)




05. 생각하는대로


그누 : 처음 타투를 받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벼리 : 제가 어릴 때부터 큼직 큼직하게 안좋은 일들이 종종 있었어요. 그래서 자꾸 경계를 하게 되더라구요 ‘아 이맘때쯤되면 뭔가 또 큰일이 생길때가 됐는데’하면서.



근데 그렇게 생각하는게 싫었어요. 생각하는대로 살게 된다잖아요.




움츠려들고 싶지 않았어요. ‘이제 나는 아무일도 없을거야, 괜찮을거야’ 이런 뜻으로 타투를 하나 새겼었는데, 그게 한 일 년쯤 됐네요. 그리고 그 뒤로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어머니의 편지, 어머니의 사랑


06.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


벼리 : 타투를 하고 오히려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어요.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는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어릴 때도, 사춘기 때도 자주 보던 엄마가 저 어릴 때 써주셨던 육아일기가 있거든요. 거기서 제일 마음에 드는 구절을 몸에 새기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07. 상태 메세지


그누 : 본인에게, 우리나라에서 타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타투를 하는 행위, 타투 그 자체, 사람들의 인식,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벼리 : 제 자신에게는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메세지같아요

그누 : 타투가 ?



내가 나에게 하고싶은 말, 나에게 보내고 싶은 메세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약간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나요 ? 저게 뭐지 ? 무슨 의미로 새긴거지? 그런 느낌




그누 : 타투는 한 번 하면 지우기가 어렵잖아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상태 메세지는 사실 자기가 보기에도 조금 민망한, 나중에 봤을 때 낯 부끄러운 것들은 삭제하면 되잖아요. 근데 몸에 새기는건 한 번 하게되면 삭제가 어려운데 그런 점에 있어서 타투는 어떠세요 ?

벼리 : 저한테 있어서 이 두가지 메세지들은 나중에 나이가 들더러도 부끄럽지는 않아요. 지우고싶은 생각도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는게 모두에게 주어진건 아니잖아요?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데, 후회가 된다면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08. 왜 망설이게요 ?


그누 : 평소에 타투에 대해서 궁금했던 점, 혹은 타투를 했을 때 사람들이 제일 많이 했던 질문 ?

벼리 : 안아파 ?, 안아프냐고 제일 많이 물어봤어요. 근데 저는 받다가 잤어요, 그리고 무슨 내용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많이 물어봤어요. 근데 반응들은 대부분 그랬어요.



와 나도 하고싶다.




그누 : 근데 사람들은 왜 망설일까요 ?

벼리 : 확신이 없는 것 같아요. 하고싶은 도안이 확실히 있는 게 아니고 그것을 했을 때 나중에 후회 하지 않을지에 대한 확신. 근데 저같은 경우에는 엄마가 써준 메세지라서 후회 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엄마와 의절하지 않는 이상?(웃음)



편지 속 글씨를 그대로 옮기는 작업은 직접 그린 도안보다 긴장된다.


09. INNERVIEW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세번째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확실히 레터링은 어떤 내용, 무슨 의미가 담겨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써주신 편지라니 !, 도안과 작업 위치 상담 후에 작업이 끝나고 몸에 새겨진 편지를 보면서 인터뷰이의 말씀대로 타투가 가진 상태메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P.S.
 9월 마지막 예약이 취소된 관계로 이번 인터뷰가 9월의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 같습니다.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10월 예약은 9월 29일 토요일 이후로 편하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10월에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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