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혜림
01. 극과 극
02. 자기만족
03. 컬쳐쇼크
04. 헤드윅
05. 대나무와 바늘
06. 색안경
07. 타투
08. INNERVIEW
01. 극과 극
그누 : ‘나’는 어떤 사람인지 간단하게 말씀해주시겠어요?
김식 : 딱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극과 극적인 부분도 많고, 행복한 것, 나만의 것, 내가 하고자 하는, 나에 대한,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단은 행복한 것, 내가 좋은 것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
그누 : 극과 극이 무슨 뜻이죠 ?
김식 : 사람들과 있을때는 활발하고 쾌활하고 즐겁게 지내다가 혼자 있을 때는 극도로 우울해지는, 그런식으로 극과 극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그누 : 그럼 혼자 있을때는 주로 뭘 하세요?
김식 : 예전에 제가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었던적이 있는데 그때 기준으로 많이 바뀌었어요. 요즘은 책도 읽고 자전거도 타고, 계획이지만 악기도 배워보고 싶어서 피아노나 기타를 배워 볼 생각입니다. 얼마전까지는 복싱도 했고 여러가지를 많이 하려고 해요. 일단 제가 좋으니까 하는 것도 있는데 혼자 있으면 우울한 감정이 커져서 자신에게 그런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바쁘게 지내는거죠.
02. 자기만족
그누 : 최근에 가장 관심이 가고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요? 아무거나 상관 없어요. 잠을 자는 것도 괜찮고.
김식 : 잠을 잔다는 게 just sleep 말씀하시는거죠?(웃음)
그누 : 아 … 네 그럼요 just sleep이죠 …(당황)
김식 : 농담이에요(웃음), 요즘 관심 있게 하고있는건 라이딩(자전거)인데, 사실 쉬는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못타는 편이라서 쉬는 날에 많이 타요. 집 근처에 아라뱃길이 있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가봐야지’, ‘오늘은 저기까지 가봐야겠다.’ 이런식으로 목표 설정을 해서 조금씩 더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운동량도 많아지고, 오늘은 내가 여기까지 왔네 ? 내가 이만큼 할 수 있구나 하는
당장 할 때는 힘들지만, 어쨌든 ‘힘들어도 하니까 된다’는 자기만족이 크죠
03. 컬쳐쇼크
그누 : 타투를 하러 오시는 분들은 정말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주로 제가 봤던 분들은 자기가 하고싶어하는 것을 찾아서 일단 해보는 편인 것 같아요. ‘이유가 없어도 하고싶으니까 한다.’ 가수 혁오씨가 이런 말을 했었어요. ‘타투를 하는 어른이 많아져야한다. 성인이 되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선택해서 하는 거니까.’ 그런 점에서 타투를 처음 몸에 받게 된 계기가 뭐에요? 왜 타투를 하셨어요 ?
김식 : 딱히 계기라고 할 건 없지만 어렸을 때 부모님 지인분 몸에 있는 타투를 본 적이 있어요. 그 때 ‘부담스럽다, 무섭다’라는 느낌보다 ‘되게 멋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레즈미(*타투 장르 중 하나)였는데 제가 일본 문화를 좋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컬쳐쇼크, 긍정적인 의미에서 컬쳐쇼크였어요
04. 헤드윅
그누 : 첫 타투(경험)에 대해 말하자면 ?
김식 : 처음 타투를 했던 도안은 헤드윅의 심볼인데, 영화 헤드윅을 보면서 자유와 구속 받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새겼어요. 앞으로 그렇게 살고싶다는 생각에 했는데 아무래도 처음 할 때는 겁도 나고 주위의 신경도 쓰이고 하다가 절충안을 찾다보니 손 위에 조그맣게 했지만 이걸 하고 단 한번도 후회한적이 없어요. 심지어 지금 직장이 타투를 전혀 드러낼 수 없는 곳이라 매번 가려야하는데도 한번도 ‘귀찮다’거나, ‘이걸 왜 했지?’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내가 좋아서 했던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의미가 있었으니까. 타투를 하게된 계기는 그랬던 것 같아요
주위에 타투를 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친했던 오빠와 타투 얘기를 하다가 아는 동생이 타투를 하고 있으니 가보라는 얘기를 듣고 소개를 받아서 갔어요. 여자분이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얘기도 잘 통하고, 내가 어떤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지 나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걸 말로 설명해야하니까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차이가 전혀 없이 제가 원하는대로 해주셔서 그 뒤로도 계속 그분에게 받았던 것 같아요.
05. 대나무와 바늘
그누 : 타투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
김식 : 제가 알기로 타투에 사용되는 기계가 잉크가 삽입이 되는 바늘로 피부에 단시간동안 수십차례 찔러서 잉크를 주입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예전에 본 일본 영화에서 대나무를 얇게 쪼갠 다음에 거기에 잉크를 묻히고 피부에 찔러서 타투를 하는데 피가 엄청 많이 나더라구요. 대나무를 아무리 얇게 쪼깬다고 해도 색 표현이나 미세한 부분은 잘 안될 수 있잖아요? 현재 사용되는 타투 기계랑 무슨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큰 차이는 없어요. 왜냐하면 애초에 바늘에 잉크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바늘에 잉크를 묻혀서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타투를 하는 방법을 흔히 핸드포크 타투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통 바늘의 굵기에 따라 선의 굵기가 차이난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바늘의 굵기에 따라 선의 굵기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선의 굵기는 바늘의 개수에 따라 구분합니다. 바늘 1개가 가장 얇고 3개, 5개, 7개 순으로 늘어나는데 바늘이 한 곳으로 모여있기 때문에 작업 시에 바늘의 개수에 따라 굵기가 다른 선으로 보이는거죠.
06. 색안경
그누 :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면 ?
김식 : 제 몸에 있는 타투 세 개 중에 두 개는 그렇게 크진 않고, 심지어 하나는 귀 뒤에 있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팔에 있는건 팔 전체를 차지하고있다보니까 아무래도 이 타투에 대한 질문이 많아요. 제가 일단 여자고, 잘 보이는 곳에, 잉어 한마리가 크게 있으니까
‘야, 이런걸 왜 했어? 나중에 결혼은 어떻게 하려구’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물어보지 않고 처음부터 부정적인 색안경을 끼고 자기 생각만 가지고 물어보는거죠. 만약 제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너무 멋져서 ‘젊었을 때 하나정도는 해야지’하면서 했다면 거기에 마땅히 대답을 못할 수도 있는데, 사실 저는 타투를 한 것들이 전부 저한테 나름의 의미가 있거든요. 팔에 있는 잉어는 저희 엄마가 저를 가지셨을 때 태몽으로 황금 잉어를 꾸셨대요. 그걸 생각하고 한거라 저한테는 되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누 : 이건 인터뷰와 별개로 제 생각인데 저는 그냥 멋있어서 하는 것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내가 보기에 멋있어서, 내 몸에 새기고싶어서.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아직까지도 타투를 한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게,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되게 많은데, 물론 이해는 해요. 근데 그냥 하면 뭐 어때요. 내가 하고싶어서 한 것들이고 남들이 내 인생 살아줄 것도 아닌데.
07. 타투
김식 : 타투에 대해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는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타투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건 지금 우리 세대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호주를 직접 가본건 아니지만 호주를 다녀온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몸에 올드스쿨(*타투 장르 중 하나) 하나씩은 다 있으시다고. 그 말은 즉, 타투에 대한 거부감이나 거리낌 없이 그 자체로 그 사람들이나 타투를 존중 해주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시작 자체가 부정적으로 알려졌기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보면 5년전에는 길거리에 이렇게까지 타투를 한 사람들이 많이 없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많아졌고 심지어 젊은 부부들도 하나씩은 가지고 있더라구요. 그 말은 그들도 부모지만 자기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게 얘기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는거 같아요.
우리 세대가 타투에 대한 제대로된 문화를 잡아간다면, 예전처럼 안좋은 문화가 아니라, 남녀노소 개성을 존중하고 한 사람에 대한 태도를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
08. INNERVIEW
백인 [百 人] 프로젝트 네 번째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항상 정해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도 인터뷰 내용은 각양각색이라는 것이 프로젝트의 취지와 잘 맞는 것 같아서 매 번 즐겁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대화하면서 인식과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너무나 즐겁습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뷰를 하시는 분들도 좋은 시간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마지막에 나눈 타투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건 지금 우리 세대라는 대화와 더불어 타투에 대해 남녀노소 모두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