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Teddy Bear
01. 자존감
02.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03. 채식주의자
04. 정답은 없다
05. 그냥 예뻐서
06. 의미
07. 뉴욕
08. INNERVIEW
01. 자존감
나에 대해서 제일 확실한건 일단 자존감이 별로 높지 않아. 이건 확실해. 내가 하는 것들을 항상 부정한다고 해야하나? 나를 너무 객관화 시킨다고 해야하나? 다른 사람을 대할때보다 나 자신한테 너그럽지 못해.
- 예를 들면?
뭘 하려고 하면 ‘아 안될거야, 그거 아니야’라는 생각부터 들어, 어차피 할 건데. 그냥 전부 사소한 것 들인데 막상 물어보니까 생각 안 난다. 그냥 생각한것들 마다 그런 것 같아. 발목이 잡히는 기분이랄까?
똑같은 걸 다른 사람이 할 때는 ”잘 될 거야”라고 하는데 내가 할 때는 안그러는 것 같아.
- 그게 ‘자존감’인가? ‘신중’ 아냐?
신중이랑은 달라.
- 그럼 ‘용기’? 무언가 할 때 주저하게 되는거, 타투를 예로 들면 타투를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막상 하려고 하면 ‘내가 무슨 타투야’라는 생각을 갖는거?
그런건 아닌거같아.
- 그런게 자존감 아닌가?
그런게 자존감인가? 나 오히려 취향 결정할 때는 진짜 확고 하거든? 근데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때 ... 내가 말이 정리가 안되네.
- 잘하고 있어. 그래서 간단하게 예를 들어줬으면 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엄청 신경 쓴다고 해야되나? 이것도 자존감 낮은 사람의 문제던데.
- 아 그래?
응 행동하기 전부터 미리 어떻게 행동할 지 생각하고 행동하는거? 한동안 그거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 심했어. 행동할 때 주체가 내가 아닌거지.
- 사실, 말하는거 보면 잘 모르겠는데 ?
주변 사람들 다 나한테 그렇게 얘기해.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정말 몰랐어”라고. 근데 그것도 내가 그렇게 안보이려고 행동하니까 안보인거라고 생각해.
- 근데 그건 사실 나도 그래, 누구나 다 남을 어느정도 의식하지 않나? 다만 본인이 스스로 의식하면 할수록 더 심하게 느끼는거지.
02.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그치, 그래서 내가 오히려 더 심하게 받아들이는거 일수도 있어. 또 뭐가있을까, 사실 어제 다른 인터뷰 미리 읽어보고 자기전까지 고민해봤거든?
나 내가 누군지 진짜 잘 모르겠어
- 꼭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고 그냥 ‘나’에 대해 풀어서 얘기해줘. 네가 뭘 좋아하고, 어떤 성격이고 ... 그래, 평소 성격은 어때?
요즘은 내가 ‘좋아하고’, ‘안좋아하고’의 선이 명확해졌어. 예전에는 싫어도 그냥 받아들이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아닌건 아니야. 사람도 그렇고.
- 그럼 주로 선호하는 것들은 어떤거야?
사람에 있어서는, 이건 다 비슷할 거 같은데, 일단 잘 통해야해. 가치관이 비슷해야될 것 같아. 나는 핀트가 어긋나면 그냥 다 쳐내. 나 일 할 때도 그래.
- 그럼 싫어하는건?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 말하는게 더 쉽지.
일단 잘 듣지 않는거, 또 솔직하지 못한 사람? 남을 대할 때 솔직하지 않고 허구로 대하는 거?
03. 채식주의자
- 말 잘하네. 지금 네가 말하는 게 다 너잖아. 그럼 요즘 최대 관심사는 뭐야?
요즘? 요즘 채식(흐허헣)
- 채식? 왜?(이해불가)
처음엔 채식이라서 다이어트가 된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왜 요즘에 관심이 더 많아졌냐면, 대화가 되게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채식을 했었대. 그래서 나도 그냥 같이 한번 하는거지. 근데 나는 엄청 철저하게 지키는건 아냐.
- 근데 살면서 일부러 피하지 않는 이상 고기를 안먹을 일이 별로 없지 않나?
그치, 은근 우리가 모르는 곳에도 다 들어가잖아. 동물성 기름도 그렇고, 근데 뭐 그런거 다 따지면 나는 못할거같긴한데(웃음) 그냥 요즘은 그런 곳이 있으면 많이 찾아보려고 하고있어.
- 다른 사람이랑 있을 때는 어떻게 해 ?
내가 먼저 물어봤을 때 그사람이 먹어볼래 하면 가는거고 아니면 말고.
- 아, 너 약간 문화전도사구나. 하긴 그 사람한테는 어쩌다 한끼니까, 나도 가끔씩은 가보면 재밌을거같긴하다.
솔직히 이런건 같이 해야 재밌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나도 관심 갖게된지 진짜 얼마 안된거라.(머쓱)
그리고 요즘 옷에 관련된 것들을 더 많이 찾아보는 것 같아. 나는 사진 수집을 진짜 많이해. 핸드폰에도 그렇고 노트북에도 그렇고 예전에는 예쁘면 그냥 저장하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이 시대에 이런게 있었어 ?’하면서 그 시대를 다 찾아봐 컬렉션(패션) 뒤지면서.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해 사람들이랑 좀 더 얘기 하려고 내가 더 먼저 얘기를 꺼내.
- 주변에서 그런거 접할 일이 많아?
좋아하는 브랜드가 좀 확고해진거같거든. 그러니까 그 브랜드에 대해서 더 알고싶어지잖아. 그리고 요즘 빈티지, 구제에 관심이 많아지니까 더 예전것들을 찾아보는거같아.
- 그럼 쉴 때는 뭐해?
사진 찾아. 사진을 찾고 내가 봤을 때 좋은게 있으면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얘기해주는 거, 그런 즐거움을 좋아하거든. 그리고 영화도 많이 봐. 최근에는 디즈니 영화들.
04. 정답은 없다
솔직히 요즘 생각을 되게 많이 하는데, ’보여주기식’이라고 해야 하나? 진짜 모습이 아닌데도 다른 사람에게 내가 멋있어 보이려고 일부러 가면을 쓰고 있는거지. 근데 그게 ‘어디까지가 진짜 내 모습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나’에 대한 고민이 있어. 그런 사람에 대한 얘기를 들었거든. 나는 전혀 몰랐는데 그 사람이 그런식으로 나를 대했대.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서 알았는데 ‘안그럴것같은 사람인데도 가면을 쓰고있구나, 혹시 나도 그렇지 않나?’라고 생각해보고 있어.
- 철학적인 생각을 하네. 그게 참 좋은 것 같아 생각해보면 나는 요즘엔 그런 생각을 잘 못하고 사는 것 같아.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요즘은 삶에 여유가 좀 있어?
요즘 혼자만의 공간이 생기니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거같아. 나는 내 공간을 갖고싶다는 욕구가 되게 컸거든? 우리 집은 프라이버시 존중이 잘 안됐어. 가족이라는 명분 하에 너무 다 같이 하려는 게 컸거든.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잘 안지켜졌어. 어렸을 때는 그런 것들이 좋았는데 크면 클수록 너무 침범하는 것들이 많아지다보니까 나와서 사는 게 좋아.
-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건데 너는 너를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잘 알고있는 것 같아. 좋아하는거 싫어하는거 다 잘 알고있네.
근데 나는 자꾸 답을 찾으려고하는 것 같아.
05. 그냥 예뻐서
처음 타투를 하게 된 계기는 그냥 예뻐서. 그리고 또 사람들이 내 외적인 이미지만 봤을 때 만만하게 보는 게 조금은 있다고 생각했거든. 무조건 착할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를 쉽게 대하는 그런 느낌이 되게 싫었어. 마른 사람이 타투를 하는 이유도 그런거래 좀 덜 만만하게 보이는거. 나는 그런 것들 때문에 한 것도 없지 않아 있어.
- 그럼 너는 처음 타투라는 것을 봤을때 어땠어? 너는 네가 보기에 이뻐서 타투를 했지만 남들이 널 봤을 때 덜 만만하게 보였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주위 반응은 어땠어?
내 주변의 친구들은 예쁘다는 반응이 제일 많은데, 가끔 어르신들이 있지, 얼마전에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있는데 할아버지가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다가 타투에서 멈추더니 혀를 차시는거야. 기분이 되게 나빴는데 아무말도 못했어. 무서워서. 그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내가 여자라서 더 그랬을 수도 있지. 내가 남자였으면 좀 덜 했으려나.
- 할아버지가 눈을 피했겠지.(웃음)
처음 타투를 본건 TV에서 제일 먼저 본 것 같아. 근데 전부 부정적이고 안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타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나와서 나도 부정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 문득 봤을때 타투가 미적으로 예뻐보였어. 아기자기한 타투도 많고 컬러가 들어가는 것도 안지 얼마 안됐으니까. 그런것들 때문에 더 예뻐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 그냥 예뻐서 한거지.
06. 의미
나는 타투를 하기 전에 타투가 얼마나 아픈지가 가장 궁금했어, 그리고 타투를 하고나서는 ”이거 무슨 의미냐?”는 질문을 제일 받았던 것 같아. 왜냐하면 내 몸에 있는 타투들은 뚜렷하고 명확하게 ‘이건 뭐다’라는 그런 그림이 아니잖아.
- 그때 넌 뭐라고 대답해?
“아니, 의미 없어. 그냥 내가 하고싶은거 했어”라고 대답해. “타투에 특별한 의미는 없어도 그냥 하고싶은거 있으면 다 하고싶다”고. 타투에 꼭 의미를 넣어야 하나? 의미 넣는거 좋긴한데, 내가 어제 한 생각이 오늘이랑 다를 수 있잖아.
- 사람들은 의미를 참 중요시하는 것 같아.
근데 만약에 살면서 ‘이건 진짜 엄청 의미 있는거야’라는게 있으면 하나쯤은 새길 수 있을거같아. 다들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웃음) 사회 구조 때문에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그래도 이제는 그런걸 좀 안 했으면 좋겠어. 굳이 하고싶지도 않고. 이거 내 거잖아. 내 건데 굳이 답을 찾아야하나?
- 그럼 타투는 왜 해?
나는 솔직히 기분 안좋을 때 갑자기 하고싶다는 생각 많이 하거든? 하나 둘 셋 넷, 이거 네 개 다 기분 안좋을 때 한 거 거든. 근데 유일하게 이번에는, 나 요즘 기분 되게좋거든, 이번에는 기분 좋으니까 하고싶었어. 머리를 갑자기 확 자르는 것처럼. 약간 그런 의미였던 것 같아.
- 근데 다른건 모르겠는데 진짜 너 이번에 도안 상담할 때 되게 신나보였어. 평소에는 어땠는지 기억 안나는데.
07. 뉴욕
우리나라는 타투를 하면 다 숨어서 해야되는 이미지잖아. 근데 내가 얼마전에 뉴욕에 출장 갔다 왔을 때 되게 충격적이었던게, 타투샵이 통유리로 되어있고 여러 명이 미용실처럼 한 공간에서 다 같이 하고있더라고. 그게 나한테 되게 컬쳐쇼크였어. 그리고 회사 미팅같은걸 참여를 했는데 거기에서 직위는 물론이고 나이가 높은 사람들도 타투가 정말 하나씩은 알게 모르게 다 있었어. 되게 높은 직위의 사람인데도 발목에 타투가 있다거나, 타투가 온 몸에 있는 애가 들어와서 프레젠테이션 하고. 우리나라였으면 난리 났겠지. 그게 또 컬쳐쇼크였고 오히려 미팅 끝나고 어떤 애가 나한테 “와, 너 타투 되게 예쁘다”라고 얘기했어.
- 아 진짜?(흐뭇)
응 진짜로. 이거(예전에 그누에게 받은 타투) 되게 예쁘다고 했어. 이런 것들도 정서와 문화 차이긴한데, 우리나라도 좀 저런식으로 바뀌면 좋지 않을까.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니까 왜 나쁜의미로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자기 표현 방식 중에 하나 아닌가?
- 뉴욕 갔을때 기분 되게 좋았겠다.
나는 타투가 좋은거라고 생각해. 좋고 예쁜거.
08. INNERVIEW
인터뷰가 점점 더 재밌어진다. ‘나’에 대해서 말 할 때, 처음에는 우물쭈물 거리던 사람들이 어느샌가 눈을 반짝이면서 본인에 대한 얘기를 들려줄 때가 가장 즐겁다. 수풀 속을 헤매다가 함께 길을 찾아가는 기분. 우리는 타인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간다. 타인이지만 타인이 아닌 존재랄까. 그래서인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할 때도 있는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답만을 찾는 경향이 나타날때가 있다.
인터뷰에는 정답이 없어서 다행이다.
타투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게되는건 사실 매체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사실, 대부분은 그냥 관심이 없는거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나는 사실 몸에 타투가 많고 타투 좋아해요’라고 얘기하면 타투, 좋게 볼 걸? 인식도 좋아지고. 우리나라는 유독 그런게 심하단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