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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대성 Nov 28. 2018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007

007. SISTER

백 인 [百 人] 프로젝트

007. SISTER


01. 학교

02. 엄마도 사람이야

03. 나에게 쓰는 시간

04. 술

05. 열심히 하지 말고 제대로 해라

06. SUNNY

07. 타투

08. INNERVIEW



펜슬드로잉 느낌으로 작업.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가족



01. 학교


-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하고싶은, 하고 있는 것들.

학교에 다녀요. 처음에는 일 때문에 건축을 시작했는데, 일 하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일을 그만두고 학교를 다니면서 보게되네요. 일 할 때는 돈이 걸려있으니까 속도에 비중이 컸는데 학교에 다니니까 디자인쪽으로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하나 하나 꼼꼼하게, 천천히 하게 되는거에요. 몰랐던 부분은 더 알고싶어서 공부하고. 그러면서 ‘아, 나는 이런걸 하고싶었구나’라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 처음 건축을 시작한 계기가 뭐에요?

전에 일 했던 회사 사장님이 저랑 어렸을 때부터 알던 지인이었어요. 사장님 아버지가 건축을 하시던 분이라 회사를 이어받으셨는데 사장님은 원래 건축을 하시던분이 아니라 저를 부른거에요. 사장님도 처음이고 저도 처음이라서 같이 맨 땅에 헤딩하면서 건축을 처음부터 배우게 됐죠.


- 그럼 그 전까지는 건축을 아예 몰랐어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공사 용어, 현장, 부동산 계약서도 그렇고 집을 지으려면 우선 땅을 사야하잖아요? 땅 사는 방법도 모르고 진짜 아무것도. 그래서 처음에 했던 일이 통장 정리하고 금액이 왜 차이가 나는지 총액 맞추는 일이었어요.


그렇게 일을 하면서 하나씩 배웠는데 학교에서는 이론과 정석을 배우잖아요. 제가 현장에서 너무 노가다로 배워서 어떻게보면 불법, 유드리, 눈에 안보이게만 했는데 학교에서 이론을 배우면서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하는게 정석인데 현장에서는 다르게 하는구나’하고 제가 아는 지식에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 조화가 되니까 이해하기가 더 쉽더라고요. 사람이 원래 정석만 배우고 실전에 가면 잘 모르잖아요.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하면서. 근데 저는 일하면서 배운 지식들이 있으니까 내가 헛되게 일한건 아니구나 싶었어요.

제가 서울대를 다니고 있는데 학교엔 좋은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이 많아요. 반면에 저는 밑에서부터 올라온거라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더군다나 그 친구들은 그냥 학생이지만 저는 집에 가면 엄마가 되고, 집의 가장이 되니까. 저는 남들보다 조금 느리잖아요. 이제 스물여섯, 내년에 스물일곱인데 아직 2학년이거든요.

- 느리다구요? 많이 앞서 있는 것 같은데? 누나같아요(웃음).




02. 엄마도 사람이야


진짜 너무 간절해요. 학비가 너무 비싸서 무조건 장학금을 받아야하니까 성적에 목 매게 되고 이걸로 제가 먹고 살아야하니까, 지금 아니면 못하니까 더 집중하게 되는거에요. 집에 가면 애들도 봐야해서 공부 할 수 있는 시간도 짧고 그 때가 아니면 못하니까.




다른 친구들에 비해 간절해요, 난 기회가 이거밖에 없으니까.



-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겠는데요?

인생 쓴 맛 다 보고 여기 오니까 이게 너무 달아서, 맨날 밖에서 일 하다가 앉아서 공부하니까 너무 좋아요.

- 그치, 저 지금 그러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더우면 에어컨 틀어주고 추우면 히터 틀어주고 나는 앉아서 공부만 하면 되고, 그게 너무 좋은거에요. 학교에서 공부 하면서 되게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돼요. 일을 안해봤으면 이런 감사함을 몰랐을거에요. 그리고 애들한테도 좋은게, 친구들이 엄마 뭐 하냐고 물어보면 우리 엄마 공부한다고 얘기 하거든요.

- 애들한테 좋잖아요.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




애들에게 ‘엄마도 사람이다, 엄마도 너희에게 목매지 않고 뭔가를 한다.’를 보여주고싶었어요.




이게 양날의 검인게, 제 일에 치중하면 애들한테 조금 더 못하게 되고 애들한테 잘 하면 제 일을 조금 더 못하게 되지만 저는 우선은 제 계발이 되야 애들도 계발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저’이기도 하잖아요. 내가 행복해야 애들도 행복한거니까. 저는 ‘엄마니까 ~해야된다.’ 이런게 너무 싫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자도, 덜 먹어도, 덜 벌어도 내가 해야 할 건 해야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좋게 말하면 대단하다, 나쁘게 말하면 또라이라고(웃음). 역할이 너무 많지만 감당해야하는거니까, 그리고 감당해낸만큼 결과가 나와요. 정말.



동생과 나



03. 나에게 쓰는 시간


운동. 책. 그리고 저는 최대한 사람을 많이 만나요.

- ?, 그럴 시간이 있어요?

쪼개요, 어떻게든 쪼개요. 물론 공부도하고 육아도 하는데, 사람 사는게 다 다르지만 저는 제가 아끼는 사람들과는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연락이 계속 이어져야해요. 오랜만에 만나면 보통 ‘어떻게 지내셨어요?’ 하잖아요 이런 말이 안나오게. 그래서 저는 주로 집으로 초대를 많이해요. 같이 저녁 먹고 애들 재울 때 설거지 시키고, 애들 자면 같이 얘기하고.




04. 술


저는 술 먹으면서 얘기하는걸 별로 안좋아해요. 술을 마시면 감정이 격해지거나 쳐져서 얘기 하지 않아도 되는 얘기까지 다 해버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희 집에 오는 친구들은 다도, 차를 마셔요. 그런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아요. 제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해줄 수 있는건 해주고싶거든요. 저도 그 분들에게 정신적으로 얻는 것도 많고.

- 일부러 술을 안먹는 의무감 같은게 있어요?

제가 예전에 우울증이 한 번 되게 심하게 왔었어요. 술을 먹기 시작했는데 한도 끝도 없는거에요. 술을 마시면 기분이 조금 좋아졌는데 점점 양이 늘어서 한 병으로 안돼서 두 병, 두 병으로 안돼서 그 이상을. 점점 늪으로 내려가는데 그런 기분이 너무 싫었어요. 술에 잠겨있는 기분. 헤어나올 수 없고 사람을 더 힘들게, 더 슬프게, 기억 안나게 만드는.

물론 친구들하고 기분 좋게 놀 때는 마셔요. 근데 정말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술을 먹지 않고 얘기를 할 때 더 깊게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은 아침에는 이성적이고 직관적이지만 저녁에는 감성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해지잖아요. 그럼 사람이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지거든요.



저녁에 같이 밥 먹고 얘기하면 굳이 술이 없어도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05. 열심히 하지 말고 제대로 해라


저는 매일 일기를 써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른적이 없는데 몸이 진짜 아프면 한 줄이라도 써요. ‘오늘 몸이 아프다.’ 매일 그렇게 쓰다보면 일기거리가 생겼을 때 그게 너무 소중해요. 남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사냐, 너 되게 힘들게 산다, 듣기만해도 답답하다.’하는데 저는 성격이 원래 이래서 이게 없으면 불안해요.

물론 정말 힘들 때는 전부 미뤄두고 시골로 내려가요. 계획 없이 쉴만큼 쉬다가 올라와서 다시 하고.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까’ 전 그게 되게 강하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일 하나 하나에 되게 열심히 하게되는거에요. 저는 아이들한테도 항상 얘기해요. ‘열심히하지 말아라, 제대로 해라’라고.

어떻게 보면 저는 인생에서 순서가 바뀌었잖아요. 애부터 낳고 일을 하고 대학을 늦게 들어가고. 근데 이게 큰 일을 먼저 하고 나니까 나머지가 너무 쉬운거에요. 몰랐는데 제가 살면서 느꼈어요. 계획을 짜도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짜는게 아니라 잠들기 전부터 아침까지. 저는 이런 방식으로 일을 나름 수월하게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이해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굳이 이해시키고 싶진 않고(웃음).



몇 가지 부분을 수정하고 실제 작업은 조금 더 작은 도안으로 진행했다.



06. SUNNY


- 사람마다 삶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어쨌든 지금 모습이 본인을 말해주잖아요. 앞으로 하고싶은거 있어요?

저는 외국에서 집을 짓고싶어요. 미국에 놀러 갔는데 집에 등을 바꿔주고싶은거에요. 갈아주기만 하면 되니까 한국에서 배송을 시켜서 해줬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이름이 선희잖아요? 미국식 농담으로 선희가 와서 집이 밝아졌다고. 처음엔 못알아들었어요. 아무튼 제가 엄청 큰 회사를 들어가겠다는건 아니지만 그런걸로 파고들어가면 괜찮겠다싶고, 그리고 외국은 보통 집을 짓는 구조가 다 비슷비슷한데 더 이상 발전하려고 하지않아요. 우리나라는 누가하면 자기도 해야되고 하는데 거기는 그런게 없잖아요 그런걸 보면 한국인이 참 샘이 많구나싶어요(웃음). 아무튼 큰 도시보다 작은 주라도. 저는 외국에 나가서 집을 짓고싶어요.




07. 타투


아버지 친구분 몸에 문신이 되게 많았어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 본 타투인데, 그걸 보고 삼촌 몸에 그림 그린거 예쁘다고, 종이에만 그림을 그려야되는줄 알았는데 몸에 그렸다고, 멋있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대요. 고등학교 때 친구나 선배들이 팔에 한자를 넣은 문신을 할 때도 사람들이 이거 하면 나중에 후회한다면서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는 그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하고싶다잖아? 나중에 지우던 말던 지금 하고싶다잖아. 하면 어때, 저건 엄청난 자신감이라고. 리스펙.’ 그냥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타투를 의미 없이 하지는 않아요. 저는 손가락에 한 타투가 처음인데 처음에 했을때는 내 몸에 새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고 방치 아닌 방치를 하다가 ‘이제는 안되겠다, 지우던가 어떻게 해야겠다’생각했는데 지워도 깔끔하게 지워지는것도 아니고 그리고 굳이 억지로 지우고싶지도않아서 커버업을 했어요. 근데 타투는 한 번 하니까 두 번 하고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저는 타투를 할 때 실력을 떠나서 제가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받아요. 왜냐하면 타투를 해주는 사람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그냥 일이니까 하겠지만 그래도 타투에 그 사람의 기운이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 타투하고 후회한적은 없어요?

단 한번도 없어요. 그 때 당시에는 내가 정말 좋아서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이 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내가 싫으니까 ‘아 이거 싫다.’ 이렇게 된다는거잖아요? 근데 저는 지금 내 감정 때문에 과거에 좋았던 것들이 나쁘게 생각되는게 싫어요. 그 때 당시에는 정말 행복했잖아? 그래서 한 건데, 과거가 절대 안행복했던게 아닌데 지금의 나 때문에 옛날의 내가 불행했던걸로 느껴지는게 싫어요. 그래서 후회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 때 당시에 내가 좋았으니까.

- 표현의 차이고 생각의 차이인것같아요. 그걸 후회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사실 대부분이잖아요

후회 안하고 다시 하면 되잖아요? 시간이 걸리면 어때, 지우고싶으면 지우고 덮고싶으면 덮고 어떻게든 다시 하면 되지. 인생에도 지우고싶은 부분이 있지만 지울 수 없잖아요. 덮거나 지워야하지만 자국은 남잖아요.



지울 수 없는건 더 좋은걸로 덮는게 좋은 것 같아요.


- 사람들은 타투를 왜 할까요?

기억하고싶어서?

- 뭘?

그 때 그 감정을?



SISTER



08. INNERVIEW


저는 정말 궁금해요. 사람들은 타투를 왜 할까?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하잖아요. 저는 거기에 무조건 동의해요. 혼자서 산다는건 이 세상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만 존재한다는거잖아요. 딱히 의미 없는 삶일 것 같아요. ‘나는 나 혼자 살 수 있어, 혼자가 좋아’라고 하는 사람들도 집 밖을 나서면 사람들을 마주치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이 혼자 살 수 있다고 말하는거라고 생각해요. 의식 할 수 있는 타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_
‘누군가는 결혼하고 누군가는 아이가 생기고,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싶은걸 하면서 나 혼자 살거야.’ 그렇게 따지면 나도 혼자 살 수 있어요. 근데 그런 생각 자체가 나와 다른 타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_
나와 비교할 수 있는 존재가 있기 때문인건데, 남과 비교해서 우월감을 가질 수도 있고 열등감을 가질 수도 있고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고. 근데 그런 생각들이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타투도 어떻게 보면 남과 나를 구분 할 수 있는 무언가잖아요. 그래서 타투를 하지않나싶어요.
_
남과 똑같은 타투를 하고싶어하는 사람은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싶어, 저 사람이 하니까 예뻐보여, 나도 해야지’하는 마음, 남과 나를 비교해서 ‘나는 남들과 달라, 남이 하는 건 안 해, 다른걸 할거야’하는 마음, 인터뷰를 하다보니까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이유 없이 타투를 하는 사람도 있고, 이유가 있어야만 타투를 하는 사람도 있고, 똑같은 타투를 하고싶어하는 사람, 똑같은걸 하기 싫어하는사람.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어서, 그래서 그냥 가볍게 물어보고싶었어요.
_
간단하게 생각하면 간단하고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운데 애초에 질문이다, 인터뷰다,로 대화를 시작하니까 대답을 더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_
질문을 하는것도 어려워하고 대답을 하는것도 어려워해요. 근데 정말 여러가지 대답이 나와요. 저는 이런 모든 것들이 전부, 정말 좋아요. 가벼운 대답이나 무거운 대답이나 있는 생각 그대로 얘기를 나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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