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익숙하지 않은 쪽으로] 8화

사당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가격은 욕구의 길이와 비례한다.

by 다니엘D

도윤은 아파트를 분양받고 건물이 올라가는 동안, 주말 저녁이면 차를 몰고 그 주변을 한 바퀴씩 돌았다.

멀리서 보이는 공사 현장은 흙먼지와 기계음으로 가득했다. 크레인이 철근을 옮기는 소리는 금속이 부딪히는 거친 음악 같았고, 밤마다 켜진 가설등은 마치 작은 별처럼 반짝였다.


아직은 삭막한 풍경이었지만, 그 속에는 언젠가 불이 켜지고 사람들의 발자국이 새겨질 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창문 하나 없는 벽들이 어둠 속에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차갑게만 보였지만, 도윤에게는 묘하게 따뜻했다.

그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과거가 불쑥 떠올랐다.




퇴근길의 기억


퇴근길 셔틀버스는 숨 막히는 통조림 같았다.

사람들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부딪히며 짜증이 오갔다.

서로의 어깨에 스쳐 묻는 땀 냄새, 무력해진 에어컨, 눅눅한 공기.


남태령 고개에 들어서면 차는 아예 멈추어 섰다.

앞뒤로 이어진 헤드라이트의 행렬은 끝없이 이어진 불빛의 강물 같았다.

30분이면 닿을 거리가 한 시간 반, 두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 불편 속에서 도윤은 다른 이들과 달리 창밖을 오래 바라보았다.

“이토록 고생해서도 사람들은 결국 매일 이 도시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만큼 원한다. 욕망이 이렇게도 확실한데, 가격이 오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사당역에서 느낀 아이러니


사당역에 내리면 풍경은 또 달라졌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온 무리와, 다시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무리가 같은 공간에서 교차했다.


그 순간, 도윤은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다.

같은 시간대, 같은 버스 한 대를 타기 위해 서른 명 남짓이 줄을 섰다.

정류장 몇 군데만 더 이어지면 그 수는 금세 수백이 되었고, 시간을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 수천 명이 이 길 위에 줄지어 있었다.

그들은 똑같이 지쳐 있었고, 똑같이 불편을 호소했지만, 결국 다시 줄을 서서 버스에 몸을 맡겼다.


도윤은 생각했다.

“이들은 정말 자발적으로 먼 길을 감수하는 걸까.

사실은 모두, 더 가까이에 살고 싶지 않을까.”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행렬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각자의 사정과 무게를 안은 사람들이었다.

어쩔 수 없이 멀리 밀려난 사람들, 그래도 서울에 발만 걸쳐 두고 싶은 사람들, 단 한 칸이라도 더 안쪽으로 들어오고 싶어 발버둥 치는 마음.

사당역은 매일 저녁, 그 욕망의 줄다리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장소였다.


그 아이러니가 도윤의 가슴을 쳤다.

도시는 매일같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듯했다.

“누가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




욕망이란 무엇인가


그는 깨달았다. 좁은 원룸 하나가 경기도 아파트 전세의 세 배라는 것은 단순한 불균형이 아니었다.

그만큼 “더 가까이” 있으려는 욕망이 응축된 결과였다.


사람들의 삶에는 나이에 따라 다른 무게가 있었다.

젊음에는 속도, 가정을 꾸리면 편의, 아이가 생기면 배움, 나이가 들면 숨 쉴 자리.

욕망은 한 계단씩 변했고, 그 흐름이 곧 자산의 질서를 만들었다.


서울의 아파트는 그래서 집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욕망이 굳어져 돌이 된 것이었다.

사당역의 끝없는 행렬은 매일 그 사실을 증명했다.




화폐란 무엇인가


화폐는 본래 단순한 교환 수단이었다.

곡식과 가축을 바꾸던 물물교환에서, 금속과 지폐로 발전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화폐는 인간 욕망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더 큰 공간을, 더 편리한 생활을, 더 나은 교육을 원했다.

그 욕망은 화폐 위에 올라타 숫자로 환산되었다.

서울의 아파트는 단순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 욕망이 가격이라는 옷을 입고 응결된 결정체였다.


사람들은 매일 같은 불편을 겪으며 불평을 내뱉었지만, 결국 그 욕망의 줄을 떠나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의 줄은, 사실 화폐의 줄이었다.

얼마나 가까이 들어올 수 있는가, 그 간격을 재는 줄서기였다.




해석의 능력


사람들은 투덜댔다.

“교통이 왜 이 모양이냐.”

“이 나라가 망해간다.”

그러나 도윤은 그 장면을 달리 보았다.


같은 풍경을 보고도, 누군가는 불편만을 보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속에서 내일을 본다.

차이는 단 하나, 해석의 능력이었다.


그날 밤, 그는 메모장에 조용히 적었다.

“욕망이 모이면 수요가 되고, 수요는 결국 무게가 된다.

화폐는 욕망을 담는 그릇일 뿐이다.

차이는, 같은 장면을 어떻게 읽느냐에 있다.”




그리고 지금, 다시 현재의 도윤은 아파트 공사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태령 고개의 불빛, 사당역의 인파가 그 건물 위로 겹쳐졌다.

단순히 집 한 채가 아니라, 인간 욕망의 무게가 철근과 콘크리트 위에 서서히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되뇌었다.

“내가 살고 싶은 그곳, 결국 살게 될 그곳.”


물론 그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모두가 함께 오를 것이라는 걸.

하지만 이왕이면, 더 크게 흔들리고 더 크게 빛날 자리여야 했다.

그가 가진 몇천만 원의 작은 지렛대가, 언젠가 더 큰 성과를 들어올리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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