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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 Jul 17. 2024

엄마친구

| Aboutm mother | 친구 애자와 지금은 도희가 된 갑순이



엄마 친구들 성함 오늘 처음 알았다. 상태엄마와 연희 엄마인 줄 알았는데.

“제일 친한 친구가 누구야?”

“상태엄마랑 연희 엄마랑 또 일금이랑 창희? “

“베프는?”

“음, 상태랑 연희?”

함께 있으면 편하다고 한다. 어제보고 또 봐도 반갑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본 것처럼 편하다고. 한마디로 ‘코드’가 잘 맞는다고.     

“자기 같은 친구가 있어서 나는 너무 다행이야~ 너 같은 친구 없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엄마는 “나도”라며 쿵짝이 매우 잘 맞는다고 한다. 이렇게 친구가 된 게 신기하기도 하단다.



셋 다 취미가 다 다르고, 따지고 보면 57, 58, 59년생으로 친구도 아니라고.     

도희는 85년도, 애자는 92년도에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뭐 엄청 특별하다 할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먹고 사느라 그리 다 같이 즐긴 것도 없는데 어느샌가 제일 친구가 되었다고. 도희의 큰 딸은 우리 언니와 절친이고, 애자(엄마친구)의 큰 딸은 언니의 동아리 직속선배이다. 그 셋은 친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까.     


사진: Unsplash의LOGAN WEAVER | @LGNWVR


고전적인 질문이지만 둘 이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 것이냐 하니까 엄마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진짜 빠진 것도 아닌데. 그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고, 내가 수영을 잘하니까 양쪽에 한 명씩 끼고 해병대처럼 나올 거란다.          


가장 싫은 친구에 대해선 딱히 언급하지 않았고, 워낙 엄마가 누구 싫다고 하는 편이 아니어서 깊게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마 엄마라면 ‘배추’ 아줌마를 달가워하진 않을 것 같다.

우리 집 주변인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있었는데 ㅋㅋ

주말농장에 오셔서 굳이 일손을 도와주신다고 했던 친구분이 계셨다. 엄마는 내가 취미로 소소하게 하는 것이니까 괜찮으니 오지 말라고 몇 번을 고사했지만, 혼자서도 여러 차례 오셔서 정성스레 밭일을 보시던 아주머니...

그리고 배추 수확일에 새벽같이 오셔서 말도 하지 않으시고 당신이 손 거둔 몫으로 가져가신 가장 튼실한 배추 묶음들...

우리 가족은 모두 황당한 웃음을 금치 못했지만, 재미있는 사건으로 남을 순 있었다. 결국 배추 사건으로 엄마는 아주머니를 손절했지만.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국내여행 같이 가서 힐링하고 오고 싶단다. 제주도든, 지방 어디께든.

동창회를 제외하고는 친구들이랑 여행도 많이 가지 않은 것 같다며 너무 재미없게 산 거 같다고 하신다.    

중년의 나이에는 여건과 사정이 맞는 친구를 사귀기가 참 어렵다고 한다. 건강, 가족, 자식들이 컸더니 맡겨진 손주들, 그리고 마음가짐까지. 그 와중에 잘 맞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 하신다.



‘친구들과 여행 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어려운 건 아니니깐 꼭 계획해 보겠다는 엄마의 표정이 결연하다.                    







오래된 친구는 가장 좋은 거울이다. - 조지 허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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