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덕에 영상만 보다 유튜브, 넷플릭스와 절친이 되었다. 하지만 연말이 되니 책 냄새가 그리워 서점에 갔다. 오랜만의 서점 나들이. 골치아픈 인문학 책으로 뜻 모를 말의 향연과 흑백 활자의 감성을 잔뜩 느껴보리라 다짐한다. 다행히 영상만 보니 머리가 텅 비어 '골치 아픔'을 견딜 에너지는 충만하다
그런데 서점 가판을 한참 둘러보아도 인문학 책을 찾기가 어렵다. 나 같은 '인문알못'한테는 서점 추천이 중요한데 대체 가판대에 인문학 책이 잘 없다. 너무 성급히 둘러보았나? 찬찬히 다시 가판을 살펴보았다. 주식투자, 부동산 심지어 코인... 아.... 가판이온통 투자와 관련된 책들로 덮여있다.
2020년,돌이켜보면 올해는 가히 大투자의 시대라고 할만하다. 코스피가 1400에서 2800까지 움직였다. 이런 해가 있었던가?
현기증 나게 빠르다. 그런데 내 계좌는 한결같다..
부동산은 이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을 만큼 올랐다. 지난 30년간 부동산이 6년 연속 오른 적이 없다 했는데 올해 그 기록을 갈아엎었다.
코인? 비트코인은 올 2월 350만 원에서 12월 2100만 원으로 6배가 뛰었다. 실물, 증권, 가상을 가리지 않고 자산이라고 하는 것들은 그야말로 폭등에 폭등한 한 해다. 이제는 개미가 뚠뚠 하듯이 한 푼 두 푼 모아서는 버틸 수가 없다.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가 슬픈 현실을 대변한다. (집 없는 내가 개미가 뚠뚠 한 벼락 거지..)
시대가이렇다 보니 한국의 동학개미와 미국의 로빈후드, 세상 사람들 모두 투자에 열광하는 게 당연하다. 어디 책뿐이냐. 나 스스로도 올해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본 게 삼프로TV, 슈카월드, 채상욱TV, 석가머니 등과 같은 주식, 부동산 채널이 아니던가?
카카오TV에서는 재빠르게 주식투자 예능을 만들었다. 그리고 재밌다..(너와 나의 이야기)
이제는 심지어 유튜브에 나오는 애널리스트나 부동산 전문가가 아이돌처럼 느껴진다. 얼마 전 '2021년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부동산 하락론자인 이광수와 상승론자 이상우가 배틀을 한다는 광고를 보는데 얼마나 가슴이 설레던지... (중년 아저씨들을 보고 설레는 게 정상은 아니....)
사실 애널리스트라 하면 딱딱한 기업 분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아니던가. 친근함을 느끼기에는 어려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동학개미 시대의 도래하며 이들이 대거 유튜브로 출연하면서 부쩍 가까워졌다. 원래 치근대는 데에는 당할 장사가 없는 법이다.
애널리스트가 핫하긴 한지 이들이 '100분 토론'과 같은 지상파 프로에도 종종 불려 가고 있다. 과거에는 교수들이 주로 패널로 불려 갔는데 이제는애널리스트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사실 요즘 지상파 권위도 예전같이 않으니 대형 유튜브 채널 대비 크게 대단한 것도 아니긴 하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을 곰곰이 되돌려 보면 애널리스트가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적이 또 있었다. 바로 2007년이다. 펀드의 시대가 벼락처럼 열리면서 여의도의 애널리스트들이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혔다. 보통의 대기업 직장인 연봉이 4천 정도였던 시절 애널리스트는 주니어만 벗어도 연봉이 2억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노래의 끝을 알고 있다. 2008년 리만 브라더스發 금융위기. 자산은 무너졌고 수많은 이들이 파란 얼굴로한강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