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지 Dec 20. 2023

가난하지 않았어

엄마


나는 어릴 때 가난뱅이라고 놀림받고 그랬었다?

몰랐으면 좋겠는데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좀 그렇네.


아무튼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이야기해 보면.. 그때 나는 내가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

놀림받은 기억도 안 나, 오빠가 이야기해 줘서 알았다.


내가 왜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돌이켜보면, 그 좁은 집에서 우리 가족의 추억들이 너무나도 부유했기 때문이었던 거야.

무더운 여름날, 다 같이 거실만한 큰 모기장 안에 들어가 잠에 들고 일요일이면 라면은 가족 수만큼 끓여서 먹고 비가 오는 날이면 다 같이 분주하게 신문지를 깔고 접시와 젓가락을 준비하면

엄마는 간이 잘 된 부침개 반죽을 들고 와선 노릇노릇하게 전을 구워 엄마와 아빠는 막걸리 한 잔 우리는 음료수 한 잔을 하곤 했지.

생일날이 되어도 선물을 받지 않아도 괜찮았어, 사실 못 받아서 운 기억도 있지만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 못했지.

그런데 어느 날 햄토리 인형을 사 온 거야, 엄마와 아빠의 부름에 달려 나가 짐을 옮겨 받았는데 거기 안에 햄토리 인형이 있는 거야.

아직도 기억이나,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그런데 그 뒤로 점점 세 남대가 커 갈수록 엄마와 아빠는 힘들어졌고 잦은 다툼에 그때서야 우리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엄마 아빠는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갔었지.


어느덧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엄마는 나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었고 나는 우리 집이 살만 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

엄마는 많이 힘들었고 벅찼었을 거야. 우리는 여전히 금전적으로 가난했었지만 엄마는 우리가 그런 생각으로 살아가지 않길 바랐던 거야.

숨겨 왔을 엄마의 그 마음고생들이 이제야 보여 미안해지고 보듬어주고 싶어졌어.


그런데 엄마, 우리는 전혀 가난하지 않았어, 오히려 아주 많이 부유했어.

그 모든 추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우리 가족들을 만들어냈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

매거진의 이전글 홀로서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