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익 May 27. 2024

드디어 아주대 외상센터에 !

feat 강병희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셔서 알려드려요

제 남편의 교통사고는 4년 전, 2020년 4월의 일입니다.

지금은 잘 완쾌되어 건강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걱정해 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남편이 들을까 숨죽여 흐느끼는데

창밖의 익숙한 어둠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로 나들이를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남편과 올드팝을 들으며 바라보던

그 평온하고 부드러웠던 어둠의 풍경..

하지만 이 세계의 이미지란

순전히 내 머릿속의 착각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금은 그저 검고 오싹한 어둠에 잠긴 풍경일 뿐...


그리고 내 두 손으로 붙잡고 있는

피로 물든 붕대에 쌓여 눈을 감고 있는 남편의 얼굴..

엠뷸런스가 흔들릴 때마다

혹시나 뇌출혈이 악화될까 겁이 났기에

어느새 양손은 저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두 눈으로 엉망이 된 남편을 내려다보고 있지만.

나는 엠뷸런스 안의 이 시공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평생을 회사 집 회사 집.

그게 전부였던 남편의 삶.

만일 이대로 남편이 죽는다면.

그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인천 끄트머리, 척박한 동네에서

용케도 모범생으로 자라  명문대에 들어간 것?

나를 만나 아이를 낳고 키운 것?

회사에서 승진한 것?

20년 넘게 한 가족을 먹여 살린  것?


그런 것들은  부모나 가족의 만족이지

정작 그가 원한 행복과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남편은 아버님이 병환 중이셔서

어릴 때 즐거웠던 기억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긴 병환 끝에 스무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결혼을 하고

4 식구의 가장이 됐다.


일 년에 반년은 해외 출장을 다니느라

정작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은

거의 해보지도 못한 남편.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살지 말고

처자식이고 홀어머니고;  

다 관두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 할 것을...

이제와 아무 소용없는 상념들이 질주하는 사이

어느새 엠블런스는 아주대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 한 시

불이 환하게 켜진 외상센터 입구에

미리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나와 계셨다.


그 애증의 대학병원과 180도 상반된

 vip를 영접하는 듯한 태도에  어리둥절할 지경..;;

정말이지 프로페셔널하게 남편을 내리고 옮기는

그분들의 모습에 불안했던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남편 홀로 외상센터 응급실로 들어가고 문이 닫혔다.

얼마쯤 지나니

수간호사님께서 나오시더니 들어오라고 하셨다.


외상센터 응급실을 난생처음 본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병원시설을 이렇게 말하는 게 좀 그렇지만..;

일반 병원 응급실이 모텔급이라 하면

이건 5성급 호텔 처럼 보였다.


널찍한 실내 쾌적한 공기와 온도 습도.

고급? 베드마다

ct 등 중요 검사 기기가 달려있어서

환자가 검사를 하러 이동할 필요도 없었다;


남편은 조금 전의 만신창이 모습이 아닌

말끔하고 편안한 얼굴로 누워있었다.


수간호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남편분 머리부터 샴푸 해드렸고

얼굴과 목 쪽도 깨끗이 씻겨드렸다.

머리 쪽 상처 부위가 벌어져 출혈이 계속돼서

바로 봉합수술을 했다.

여기서 그 애증의 병원에 다시 화가 남-.-;;)


잠시후

의사 선생님께서  브리핑을 해주셨다.

그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주대 외상외과 강병희 교수님,

그분은 이국종 교수님의 제자셨다.

나이는 40쯤 돼 보이셨는데

앳된 외모에 레지던트인 줄 알았던;


강교수님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일단 중상이다,

뇌출혈을 동반한 다발성 골절.

골반과 종아리 (비골) 뼈가  골절되셨다.


골반??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애증의 대학병원에서

골반골절 있다는 말은 들은 적도 없기에;;


이곳 외상센터의 ct는

일반 응급실에 없는 특수 ct라

깊숙한 곳까지 잡아낸다고 하셨다.


환자의 골반이 골절된 줄도 모르는 그 병원에서

하염없이 5일을 기다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했다;;


이어지는 브리핑

전신 골절들은 중상이지만,

머리는 외부 출혈이 심한 것에 비해

내부 출혈은 적은 편이라 관찰만 하고

새벽 6시쯤 1차 다리 수술이 들어갈 것이다.

응급 중환자실에서

2-3일간 집중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생각지 못한 중환자실이란 말에 순간 패닉이 왔다.

나는 우왕좌왕하면서


제 남편이 죽는 건가요? 어떡해요 불쌍해요..

기억도 안나는 횡설수설...


그런 내게 교수님은 침착하고 단호하게

전혀 아니에요 어머니.

어쨌든 뇌출혈이 있으니

최소 3일은 뇌혈관 상태를

특수 기기로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혹시 모를 악화를 사전에 막을 수 있거든요.

안심하셔도 되세요.


라고 상냥하게 말씀을 해주셔서 겨우 진정.;;


교수님은

집이 어디시죠라고 물으시더니

여기는 기다리실 곳도 마땅치 않다고

남편분은 저희가 잘 케어할 테니

집에 가서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오시라고 하셨다.


순간  교수님이 히포크라테스로 보이는 증상.

치료의 결과를 떠나

절망에 빠진 보호자에게

의료진들의 상냥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사고 전화를 받고 집에서 나온 지 13시간...

내가 어떻게 여기에 와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남편의 사고와 그 레지던트의 전원 퍼포먼스 등등;;

오늘 하루 동안의 충격이

자상한 그 말씀 하나로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울면 주책일 것 같아 억지로 눈물은 참았다..ㅠ


수간호사님께서도 하루종일 놀라셨을 텐데

아무 걱정 말고 다녀오시라고..

환자의 보호자까지 배려하는 자상한 의료진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안심이 들면서

그제야 정신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란만장 그 병원 응급실 탈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