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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Jun 24. 2024

2학기인데 왜 더 힘들어ㅠㅠ

한 학기를 마친 뒤라

사실 2학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바람이었을 뿐...;


어떤 것을 완전히 모를 때보다

오히려  어설프게 아는 게

더 헷갈리는.... 그런 너낌?;


동시대미술 작품 기획을

한 주에 하나씩 제출해야 하는

현대예술기초 수업은

특히나 내 현실을 깨닫게 했다.


반 친구들의 기획안은

현시대의 흐름을 포착하는 감각이  

간단명료하게 드러나는데 반해


내 기획은 뭐랄까...

이 세상, 유일무이한 진리를; 저 혼자 알고 있는 듯

단언하는 듯한 어조에

문장 하나하나에 따라붙는

부연설명과 유사 자료들로

대략난감 상태였다.


그 옛날 아침 조회시간

결국은 몇 마디면 될 내용을

아이들이 쓰러져나가든 말든

끝없이 이어가며 주장하던 교장선생님 훈화처럼.


특히 형식면에서

나는 우리 세대의 답습적인  방식.

설명적인 이미지와 같은 내용의 캡션을 달아

주야장천 동어반복을 하고 있었다.--;


특히 현실정치에 관련한 작업 안은

내가 대학교 때 보았던

민중미술의 틀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직설적인 풍자와 은유 방식..;


너무 설명적이에요.

40년 전에 이미 그 시대 작가들이 다 한 거예요;

나는 교수님께 이런 말을 종종 들었다.


여기서 설명적인 이미지란

클리쉐까지는 아니지만

지시하는 의미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를 말한다.


이를테면 슬픔과 고통의 정서라고 할 때..

런  걸 설명적인 이미지라고 한다.;;


이런 이미지 아래에다  

ex) 나는 고통스러웠다. 나는 분열되는 것 같았다.  


처럼 또다시 같은 의미의 캡션을 다는

설명+ 부연+ 반복 형식은

동시대 예술에선

88년도 올드 라테 스타일인 것이었는데

라테만 몰랐던 ㅋㅋ


수업이 거듭될수록

내가 아는 모든 자기표현방식은 (

ex 말, 대화, 글, 작업...)

내가 옳다고 믿는 바를

어떻게든 부연하고 반복해서

상대에게 주입시키려는

욕망이 주였음을

섬짓하지만;

깨달을 수 밖에는 없었다.ㅠㅠ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자란 세계는

주입, 동어반복, 이미지반복...

자기주장을 타당화하기 위한 끝없는 부연설명들,

(대부분 허언으로 밝혀진)  

온갖 증거들로 범벅이 된 곳이었기에.

그런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자란 내가 또 다시 그런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는;;

  

같은 세대끼리 있을 땐 정말이지 잘 몰랐는데 --

(동년배끼리만 있으면 편하지만  독사과가 되는 이유..--;;)


mz 세대들 사이에 있으니

아! 내가바로 그 전설의 꼰대!

엿음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우리 딴엔

삶의 지혜를 설파한다며

진심을 다해 목청을 높여도

이야기를 듣는 자녀들은

뭔가 대략난감한 ㅋ 생명체를 보듯

공하한 눈빛이 되는 이유도 그런게 아닐까..

(일반화하는건 아니다 ㅎ

 안 그런 부모도 당연히 있지만....

허나 라테는 그렇다는 ^^;;)


마치 아무도 듣지 않는데

저 혼자 시끄러운 티비속

퇴물 시사비평가의 뻔한 논평처럼....

아이들 입장에선

무용한 데다 지겹기까지 한...

이상한 확신에 찬 주장들;


친구들의 발표는

짧고 명료하게

그저 내 생각은 이렇다.라고 말하고 그칠 뿐.

본인이 원하는 반응을 강요하지 않는데...


왜 나는 이렇게나 긴 설명을 해가며

내 주장을 납득시키려는 짓을 하는 걸까..;

그것도 30년 전의 고루한 형식을

답습하면서 쯧.ㅠㅠ


어떻게 해야 이런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나...;

솔직히 미션임파서블 아닐까..

나는 점점 우울해졌다.


내가 우울하든 말든..ㅎ

과제들은 매주 제출해야 하니

역시나 라테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몸부림을 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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