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위대한 뒤샹. 1
2학기가 되자 전공수업은
추상으로 진행되었다.
융합예술과 교수님들께서
이구동성으로 사용하시는 어구가 있다.
저 위대한 뒤샹이 말하기를!
대학에 오기 전
나는 뒤샹을
단순히 소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한 괴짜
다디이즘 / 초현실주의의 일원 정도로
알고 있었다.ㅜㅜ
마르셀 뒤샹 1887- 1968
수업을 들으며 비로소
뒤샹 앞에
왜, 저 위대한! the great!.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절감하게 되었다.
뒤샹은 예술의 역사에서
코페르니쿠스에 비견할 만한 사람이다.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가져온
유일무이한 예술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구)예술은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예술작품, 특히 미술작품은
그 시작이 특권층이 가진
권력의 과시와 억압의 상징
그리고 재화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뒤상 이전까지
예술은 여전히 특권계급의 과시물이자 소유물
그리고 특권층에 편입되려는 욕망을
고상함이라는 이름으로 가린 무엇이었고
화가들은 그 기준에 충실한 그림을
그려내는 사람들이었다.
뒤샹의 형들은
당시 파리 미술계의 중견작가들이었고
뒤샹역시 엘리트 미술 교육을 받았다.
가계의 내력으로 순수미술 실력 또한 대단했다.
뒤샹은 특히 기계 과학에 몰두했다.
1912년작,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기계미학적 관점을 도입한 작업)
그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대격변기의 세계를 누구보다 정교하게 읽어냈던 천재였다.
수학 과학 특히 급부상한 영화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기존의 이미지적 그림을 통한
세계의 재현은
더 이상 무의미함을 깨닫고
독창적인 관점으로
세계를 다시 보고 그려내고자 했다.
뒤샹은 또한
예술품의 권력지향적 성격,
예술계의 특권 의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때까지 프랑스 미술계는 보수적인 원로들이
학연 지연 혈연등의 인맥으로
작가를 데뷰시키는 무대였다.
뒤샹은 살롱전에서
누가 예술을 규정할 권리를 갖는가?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담은 작업으로
특권의식에 쩔어있던
서구 미술계를 조롱하고
사상초유의 화두를 던졌다.
샘 1917
뒤샹의 가장 큰 업적은 레디 메이드 개념의 창안이다.
레디 메이드.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기성품을 말한다.
하지만 뒤샹의 레디메이드 개념은
아무리 기성품이라 해도
예술가가 선택해 제시한다면
애초에 그것이 갖고 있던
기능이나 용도와는 무관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는 개념이다.- 나무위키
자전거 바퀴 1915
예술가가 일상에서 발견한 물건에
독창적인 관점과 개념을 투영한다면
그 일상품은 일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소실하고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는 것이다.-
나무위키
뒤샹은
유물론적인 세계에 갇혀 있던
미술의 표현영역을
인간의 무한한 사고영역까지 확장 시켰다.
뒤샹은 또
경계 없는 융합 작업을 최초로 시도했다.
조각 영화 음악 과학 디자인 심지어 젠더까지.
이 작업은 오토마타를 적용한 오브제인데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전원을 넣으면
아래쪽에 모여있는 9명의 구혼자들이
먼저 신부를 약탈? ; 하려고
꼴사나운 모습으로-.-
앞다투어 위쪽의
신부를 향해 움직이도록 되어있다
—
뒤샹의 레디 메이드는
더 이상 특권층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그들이 제시한 형태로
굳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지 않아도
자신만의 창의적인 사고로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역사적 전환의 장을 열었다
백 년 전임을 감안하면
뒤샹은 아무리 생각해도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온 사람이 아닌가 싶다 ㅠ
뒤상은 초현실주의 다다이즘은 물론
후에 나타나는 추상, 개념미술을 위시해
동시대미술의 시조가 되었다
잭슨 플록 같은 미국 추상주의.
백남준의 플럭서스 그룹, 앤디워홀
데미안 허스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뒤샹의 작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앤디워홀은
뒤샹의 레디 메이드, 영상 융합작업등을
제대로 훔쳐간 사람이다. ㅎㅎ
모방은 언뜻 쉬울 것 같지만
남의 것을 모방해서 내 것으로 재생산하려면
원작을 재구성할만한
나만의 아이디어를 제시해야만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게 너무나 어렵다 ;;
앤디 워홀이 한 명뿐인 이유 ㅠ
나는
나의 가치관이 굳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단히 나 자신을 부정하려고 노력했다.
- 마르셀 뒤샹
저 위대한 뒤샹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면 평생 공부해도
부족하다고 교수님들은 말씀하신다
백 년 전에 이미 세계를 뒤흔들었던 뒤샹의 작업을
불행히도 2024년에야 (
어이없는...! 80년대 학교 미술 교육..-.-;;)
접하고 있지만
이렇게 늦은 나이에 학교에 온 라테에게
저 위대한 뒤샹은
너무나 감사한 멘토로 늘 자리하고 계시다 ^^.
한 편으로 끝낼 수 없는 분이라
2 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