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걸 생각하면 마음은 두배로 고통스러웠다..
감히 말해보자면 아마도 불안/ 우울증 환자분들의 딜레마일 거다..ㅠ
그때마다 나 자신의 약해빠짐을 비난하며
우격다짐으로 난 이겨낼 수 있어!라고
혼자서 울부짖기도 했지만
그런 행동은 불안을 더 악화시키기만 했다.ㅠㅠ
가족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모두 잠든 밤이면 울면서
집안 구석구석을 서성이던 내 모습은
아마도 유령 같았을 것이다 ;
그러던 밤들이 이어지던 중이었다.
밤새도록 뜬 눈으로 지새우자니
무서워 켜놓는 유튜브에서
단 한 줄의 글이라도
지금 쓸 수 있다면
당신은 정신줄을 놓은 것이 아니다.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이 비슷한 문구의 영성 클립을 보게 되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겠지만..
어쩐지 그 말에 무한신뢰가 갔다..ㅠ
나도 모르게 노트와 펜을 붙잡고 무작정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나는 왜 이런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적고
나름의 답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맥락 없는 글들이 종이를 채워갔다.
뾰족한 해답은 찾을 수 없었지만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50년 넘게 살아왔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무슨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정말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내가 아는 나는.
실제의 나와는 무관한
내가 바라는 나였는지도 몰랐다.
그랬기 때문에
갑작스레 찾아온 원치 않는 상황 속의 나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정신줄을 놔버린 건 아닐까..
나는 누구인가?
무슨 거창한 화두가 아니라;
나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알아가야만 할 것 같았다.
상자 속에 넣어두고 잊어버린
오래된 일기장들, 편지들을 다 꺼내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이랬었나.
이런 사람이었나..
낯설기까지 한 내 모습들, 상처와 기쁨들...
그런 감정들을 복기하다 보니
나라는 사람이 조금씩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만약 다시 대학교에 간다면...이라는 구절을 발견했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이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
내가 속한 세계. 내가 살아가는 세계.
무엇보다 그 세계 속의 나를....
다시 대학에 간다면
그것을 치열하게 탐구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학교에 가자!
나도 모르게 그 말을 중얼거렸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자!
어쩌면 그 길만이
이 혼돈의 트라우마를 벗어날 유일한 길이라는
어떤 생존본능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