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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Jun 25. 2024

누드 크로키와 유 선생 ^^.

보통 미대에서는  누드 크로키를 종종 그리지만

우리 과는 순수미술이 주가 아니라

라테는 꿈에도  누드를 그리게 될 줄 몰랐었다.


그런데 다음 시간엔  누드 크로키를 한다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실물 인체의  선을 그려보는


흔치 않은 기회라 동기들은 기대가 된다고 했지만

난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흘렀다;


자식뻘의 mz세대들 사이에서

누드모델분을 보며 그림을 그린다는 게

생각만 해도 너무 민망해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


날짜가 다가올수록

차라리 결석할까..-.-

싶기도 했지만 학점 걱정도 되고

뭔가 궁금하기도 해서ㅋ

 결국 들어갔다.;


처음엔 솔직히  문화충격이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크로키를 시작하는  라테...ㅠ

모델분은 프로답게

다양한 동세가 드러나는

멋진 포즈와 쿨한 매너로

수업을 이끌어주셨다.

보디빌더들처럼 발끝으로 버티는 동작이 많아

어지간한 운동인이 아니고는 불가능함도 깨달음;


교수님께서 인체 크로키는

동세가 핵심이라고 강조하셨다.

그리는데만 집중하니 무안함은 저 멀리로 ㅎㅎ

 사람 몸의 역동적인 동선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 생각뿐이었고

나중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세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수업은 끝이 났다.

 휴우...


교수님께서  나에게 물으셨다.

 

유 선생!  인체 크로키 어렵지 않았어요?


'악! 유선생이라니... 너무 하시잖아....'


질문 내용보다  선생이란 호칭에  식겁한 라테..ㅠㅠ

강의실 여기저기서

큭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나이로 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냥 지나가면 될 것을.

그날따라 망신을 당한 것처럼 너무 창피했다 ㅠ


내 나이가 워낙에 엽기적으로 많다 보니 ㅋ

선생이란 호칭으로 불러주신 건 알지만..

교수님께서 나보다 7세 정도  위시고

난 교수님의 제자인데

선생이라고 불리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엇보다  다른 동기들처럼

나도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다.ㅜ


쉬는 시간에 교수님 앞으로 갔다.


교수님. ~


응?

저... 선생 말고 제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그때 내 어조가 좀 강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동기들한테 들으니;;


안 돼!  나이가 있는데 어떻게 이름을 불러~

평소엔 스마일맨 그 잡채이신 교수님께서

갑자기 언성을 높이셨다;;

 하지만 난 굴하지 않았다;;


왜요? 저도 제 이름이 있는데...


돌아보면

그 무렵 나이 때문에 부정적인 해프닝을

많이 겪고 있던 터라

피해의식에 그렇게 날이 섰던 것 같다;;


그래. 알았어!.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교수님께서는 뭔가  화가 나신 듯 보였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을 듣는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곰곰 생각해 보니 공개적인  강의실에서

다짜고짜 교수님께

항의성? 요구를 했던 내 행동도 문제가 있었다..

 

그땐  

내 이름을 내가 불러달라는데 뭐가 잘못이야.

이런 생각뿐이었지만

교수님 입장에서는 무례한 행동일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다시 교수님께 갔다.


교수님!


왜요?


교수님께서는 눈길도 주지 않으시고 대답하셨다.


죄송합니다.


뭐가?


주문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순간 뽀로퉁하셨던 교수님도 뭔가 빵 터지신 듯ㅋ

웃고 계셨다 ㅋ

 

"라테씨... 그게.. 있지...

우리 둘 다 힘든 부분이 있는 거야.

나는 나이대로 예우를 한다고 한 건데

듣는 입장에선 불편할 수가 있으니..

알았어 앞으론 이름 부를게."


그러자 또 내 맘은 그 새 무슨 변덕인지 ㅠ

조금 전 교수님께 항의하던 ;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너무 죄송스러웠다.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

뭐라고 불리든, 내가 학생이면 된 거지.

왜 이렇게 뾰족하게 굴고 난리야.

나이 많은 유세 떠는 거야 뭐야..


답 없는 자책을 곱씹으며 집으로 향했다.

공부 하나에만 집중해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에

나는

나이라는 부분에;

너무 많은 감정소모를 하고 있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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