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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Oct 05. 2024

50대 자취생 이야기^^

미니 침대랑 책상이 도착했다.

이젤도 갖고 왔고!

작업만 잘하면 되는데

11월 초까지

영상 1+ 평면 3점을 완성해야 하는데 솔직히 멘붕이다..

집에 있을 땐 식구들 때문에라도 뭔가를 해야 했는데

자취하고는 밥을 거의 안 했다 ㅋ

나 하나 먹자고 밥하고 치우고 하는 게  귀찮아서 ㅋ

보통은

오피스텔 1층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랑 컵라면ㅡ 즉석밥등을 애용한다 ㅎ


고맙게도

근처에서 자취하는 3학년 선배 지은이랑 윤주가

틈날 때마다  라테를 살뜰히 챙겨준다

그러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마음씨 고운 아이들..


학교 앞은 자취하는 학생들 말고 딱히 유흥가가 없어서 밤에도 안전한데

 24시간 하는 남매 카페라는 편안한 공간이 있다.

미대 특성상 새벽에도 과제나 팀작업을 많이 하는 울 학교 학생들의 아지트 겸 작업실 같은 곳.

자취 첫째 날 이것저것 정리하고

자정쯤 자려고 누웠는데

윤주랑 지은이한테 디엠이 온다.


"라테님. 저희 남매카페에서 공부할 건데 같이 하실래요?"


밤 12시에? ㅋㅋ

너무 늦은 시간이라 살짝 망설였지만

고마운 맘에 야심한 밤,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고 노트북을 챙겨 들고 카페로 간다.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맞아준다


그렇게 작업과 수다를 병행하며 한 시간 반 정도 있었나..

새벽  두 시가 다 되어온다.

카페 안의 학생들은 여전히 작업 삼매경.


그러나 노구의 라테는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꾸벅이기 시작.

도저히 안 되겠어서 난 이만 자러 가겠다니

그 짧은 거리를 바래다준다는 아그들^^;

새벽 2시의 케이크와 커피 ㅎㅎ

밤눈 어두운 ㅎㅎ 라테를 위해 씩씩하게 앞장서는 윤주와 지은이ㅎㅎ


지난 국군의 날, 집에 가기도 애매한 징검다리 휴무.

날도 궂어 나가기도 뭐 하고

작업도 밀려서 방 안에서

종일 궁상을 떨며 ㅎ  컴퓨터랑 씨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밥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멍을 때리는데

반가운 전화가!


"라테님, 저희 알곤이탕 시켰는데 드시러 오실래요?"



알곤이탕? ? 뭔가 생선탕같은데

뭔가 생선 들어간 탕을 안 먹는 라테지만 ㅋ

이번에도 고마운 마음에  

후다닥 옷을 입고

가는 길에 치킨 한 마리를 사들고

 지은이네로 뛰어간다 ㅎ

토끼 같은 두 선배가 문을 열며 까르르까르르 나를 반긴다.




치킨을 먼저 먹으며

복학한 라테가  알고 있어야 하는

수업별 팁들을 알려주는 선배들.

뭔가 나이대가 뒤바뀐 ㅋㅋ



그다음은  본격적인 알곤이탕 시식.

 알과 곤이, 오징어를 아구찜처럼 찐 거였는데

비리지 않고 맛있다

셋이 옹기종기 작은 밥상 앞에서 밥을 먹는데

함께 먹는 맛도 맛이지만

아이들의 예쁜 웃음과 목소리를 듣는

그 순간이 사랑스럽고 정다워서 코끝이 찡...

어쩌면 이렇게 속 깊고 사랑스럽게 키우셨을까..

곧 졸업할 두 친구들이 사회에 나가

꿈을 이루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한편으론 그 빈 자리가

벌써부터 허전해오는

라테인 것이었다 ㅠㅠ

마이멜로디랑 찰떡 귀요미 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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