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의 일기_한글을 떼볼까?
"나도 한글 떼볼까?"
글자를 깨우치는 일이 무릇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저 자신감 넘치는 문장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윤 나이로 6살. 만으로 고작 4살 하고 6개월이 채 안된 쪼꼬미 주제에.
한글 공부를 우습게 생각하는 따님.
어린이집 친구가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친구 엄마 말로는 아는 글자 몇 개에 상상력을 더해서 읽어주는 거라는데,
우리 딸은 철석같이 그 친구가 한글을 뗐다고 믿는다.
어쨌든, 그런 저런 이유로 본격!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그것도 밤 10시 20분에.
옥수수 강냉이를 한 줌씩 쥐어 먹으며, 바닥에 강냉이 가루를 잔뜩 흘려가면서.
이전에 알려준 책을 읽으며 알려줬던, '아, 야, 이' 세 글자를 복습하고
새로운 글자 '여우'를 공부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 한 글자만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이내, '우'는 피곤해서 다음 날로 미루기로 했다.
한 단어를 채 배우지 못하는 너를 보면서, '이걸 미룬다고?' 싶다가.
힘들지만 포기하는 건 싫다고, 끝끝내 '공부'를 하겠다는 네 고집(?)이 귀엽고 대견하다.
부디 네가 아니라 내가 포기하지 않아야 할 텐데.
오늘의 괴로움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해내다 보면
너와 내가 소파에 마주 앉아 서로의 말을 맞대고
각자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조용히 즐길 수 있는 날이 올까.
햇살 가득한 창가에서 너와 나의 행복한 시간을 완성하는 그날까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