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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an한 B Jun 05. 2024

이토록 사적인 독서모임이라니
_Ep. 23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2024년 1월 26일(금) BnJ의 제23회 독서모임.

최초로 1월에 진행되는 1월의 책. 2024년 시작이 좋아.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J: 우리 둘 다 이제 막 다 읽어서 감정이 아직 따끈따끈한데, 어땠어요?


B: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데이비드를 찬양하는, 그리고 그의 전기를 따라가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어. 그랬는데 읽어보니 그게 아니더라고!


J: 맞아요. 나도 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시작해서, 처음에는 그냥 단순히 과학 관련 책인가 보다 생각했거든요. 그 뒤에는 한 인물을 따라가는 전기인가? 또 그냥 단순히 과학적 이론을 설명해 주는? 과학이라는 장르에 더 가까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에세이 같죠?

 

B: 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과학 도서라고 생각했다가 과학적 환경에서 나고 자란 여성의 에세이구나 생각했지.


J: 그래서 이 책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짓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과학책 같기도 하고, 철학책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해서...


B: 또, 심리학 저서 같기도 해.


J: 맞아 맞아. 그래서 이 책을 그냥 논픽션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아요.


B: 개인적으로는 이과적 에세이라고 생각했어.


J: 맞아요. 그런 느낌이죠. 그리고 특히 이야기의 흐름을 전혀 예상할 수가 없잖아요. 중간에 반전도 꽤 있어서?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스릴러 장르의 책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B: 살인 얘기 나올 때?


J: 네. 누군가 죽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뭐야? 이거 스릴러야?'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서, 더더욱 장르를 형용할 수 없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B: 그리고 이 저자가 피바디상을 수상한 과학전문 기자잖아. 그래서 끈질기게 파헤칠 수 있는 동력이라고 해야 되나? 취재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재미있게 구성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구성이 너무 재밌었고 이 안에 글 중에서 허투루 쓰이거나 필요 없는 문장은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


J: 맞아. 이 책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고, 또 그 해 최고의 책이라고 얘기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우리가 과거에 읽었던 독서모임의 책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되게 많았어요. 심리적인 표현들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결이 비슷한 내용이 있었고, 또 어떤 부분은 <<침묵의 봄>>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B: 그리고 우생학 적인 부분을 말할 때는 <<멋진 신세계>>가 떠오르는 장면도 있었어!


J: 그런 것들을 떠올리면서 우리가 그간 했었던 독서 모임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됐죠. 우리가 편독하지 않고 심리, 철학, 과학, 생물학적 책까지 다 읽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우리 칭찬해!


B: 특히 난 이 책의 구성이 되게 흥미로웠어.
데이비드라는 신적인 분류학자의 성과를 조명하는 책처럼 시작해서, 그의 다른 면들을 하나씩 끄집어내고 그리고 그것이 우리 현대사에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최근 이슈까지 연결하는 과정이 좋았어. 그 사이사이에 개인사를 넣어서 작자 개인의 성장과 감정을 촘촘하게 엮은 것도 흥미로웠고...


J: 천천히 서사를 쌓고 클라이맥스에 터트리고 해소하는 영화 같은 구성 책이었어요. 이런 구성 정말 오랜만에 읽는 것 같아요.


B: 맞아. 거기다 중간중간에 반전까지 숨어 있잖아. 이 책을 시작할 때는 데이비드도, 저자의 정체성도 이런 방식으로 전개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 그런 반전이 심지어 굉장히 현실에 입각한 상황이라서 더 흥미로웠던 것 같아. 네가 나한테 벌써 그렇게 많이 읽었냐고 물어봤을 때, 정말 너무 재밌어서 그냥 빨리 읽게 됐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더라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 / © Courtesy Stanford University Archives

J: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 제목이 후반부까지도 이해가 안 됐는데, 이 제목에 대한 이야기가 뒤에 나오잖아요.


B: 나는 이게 되게 철학적인 제목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비유적인 표현? 근데 그게 아니라 정말 문장 그대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어. 그에 따른 과학적인 사실만큼!


J: 나도.


B: 실제 하는 모든 것을 의심해 봐야 된다는 거, 너무나도 맞는 말이잖아. 인간이 명명하기 전에도 대부분의 물질은 이미 존재했던 거니까. 그런 면에서 다시 한번 의심하고 곱씹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J: 제목과 관련된 이야기는 책을 구성하다 보면 앞에 쓸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근데 이번 책의 경우, 뒷부분에 배치한 게 적절했던 것 같아요. 제목에 관한 궁금증이 일찌감치 해소됐다면 이 정도로 감흥이 있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요.


B: 그래, 맞아.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구성도 좋았어!


J: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들었던 생각이 두 개가 있었어요. 

하나는 흔히 채식을 단계별로 구분할 때, 물고기까지 먹는 걸 새미 베지테리언이나 페스코라고 말하잖아요. (한때 내가 하기도 했었던...) 근데 '사실 그건 채식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B: 그리고 우리가 흔히 머리가 나쁘고 기억력이 나쁜 사람들한테 물고기에 비유를 하잖아. 특히, 금붕어라고... 근데 과연 그렇게 비하해서 비교할 만한 존재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J: 맞아요. 그러니까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이었어.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 저자가 어떻게 보면 광적으로 데이비드라는 사람한테 집중하고 몰두하잖아요. 물론 나는 이 사람 정도의 깊이는 아니지만 나도 고흐를 그렇게 좋아하고 그에 대한 발자취를 비슷하게나마 따라가고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으로 든 생각인데요. 내가 광적으로 좋아하고 몰두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시작이 긍정적이었던 사람은, 어떻게든 그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하게 되거든요? 나도 그렇고요. 물론 고흐가도 양면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그에 따른 평도 갈리지만 저는 그의 팬으로(?) 마냥 좋게 보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거든요. 근데 이 저자가 데이비드의 부정적인 면을 발견했을 때, 그걸 어떻게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B: 움... 그러게. 어쩌면 저자가 과학자의 딸이라서 그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J: 맞아. 물론 이 사람도 중간중간에 그걸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받아들였다는 게, 용감하단 생각이 들어요. 나라면 못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데이비드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일부의 다른 사람들은 결국에는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을 거잖아요. 긍정적인 부분만 옹호하고... 그래서 이 작가 대단하다 생각이 들어요.


B: 맞아. 거기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혹은 이 책이 이렇게 흥행하지 않았다면 데이비드를 중심으로 한 변화들(스탠퍼드 대학의 건물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든지, 어떤 분류체계에 대한 의문이 받아들여졌다든지.. 하는 그런 일)은 없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 측면에서 이 저자가 약간 독립군처럼 느껴질 정도랄까?


J: 맞아. 그리고 한 분야에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물론 근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B: 맞아. 쉽지 않은 일이지. 정말 취재 기자처럼, 그것이 알고 싶다 PD처럼 파고들어 정보를 모으고, 그것을 책을 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 지류판 '그것이 알고 싶다'인데, 끝이 '비교적' 해피엔드를 행해 있다는 것.


J: 그리고 뒤에 <<자연에 이름 붙이기>>라는 책을 쓴 그 '캐럴 계숙 윤'이라는 여자와 이 책의 룰루 밀러가 서로가 되게 힘이 되는 존재였겠다 싶었어요.


B: 맞아. 누군가 의견을 더해줄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이지 다행이라고 생각해. '윤'도 그랬잖아. 자기도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다고.
근데 여기서 더 다행인 건, 이런 것들을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현시대의 지성인의 의식 수준'도 한 몫하는 것 같아. 이게 만약에 30년 전이나 50년 전이었다면, 알아도 밝히지 못했거나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거야. 심지어 우생학 관련 이슈도 굉장히 최근(2000년)까지 있었던 일이어라고 하니까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더라고. 그때였다면 학계에서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안 됐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최신의 어떤 과학적 지표와 상식, 그리고 철학을 접한 것 같아. 내가 이 책을 놓치지 않았다는 거 자체가 좋았어. 안 읽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J: 나도 우생학과 관련되어 있는 그 '부적합한 사람들의 불임'이 법안이 아직도 폐지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너무 놀라웠어요. 물론 지금은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없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놀랍죠.


B: 그니까. 그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지. 아직도 나치즘이 있는 거잖아.


1907년 블루밍턴에서 사귄 그의 친구들 몇 명이 인디애나주에서 우생학적 강제 불임화를 법제화하는 데 성공했다. 20세기 첫 다섯 대통령이 모두 우생학의 밝은 전망을 찬양했고, 전국의 모든 명망 있는 대학들에서 우생학을 가르쳤다.     


J: 저자가 참 위트 있고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책도, 때로는 가볍고 위트 있게 써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B: 맞아, 거기다 각주와 미주를 적절히 혼용해서 사용한 것도 쉽게 읽는 데 도움이 됐어. 출처 같은 것들은 책 뒤로 보내지만, 읽으면서 바로 확인하면 좋을 법한 용어나 문장의 의미 같은 것들은 바로 하단에 실어서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게 해 뒀더라고. 센스 있는 배치가 좋았어. (물론 이건 편집자의 역할이 컸겠지만..) 


J: 각주도 정말 적절하고 필요한 말만 썼죠? 뭐 하나 쓸모없는 내용이 없었어요. 심지어 삽화까지.


B: 맞아. 각주도 지지부진하게 설명하지 않고, 간단하게 핵심을 잘 담아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에 적절했어.


J: 이 책에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잖아요. 저자의 아버지부터, 저자와 주변 인물의 관점을 들을 수 있어서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존재'를 정의하는 다양한 시각을 읽고 그것을 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드는 책인 것 같아요. '존재'란 이런 것이다를 알려주는 책이 아닌, '존재'에 대한 사유를 주는 책. 그래서 좋았어요. 이 책이 우리 책 위시 리스트에 있었는데, 참 잘 넣었고,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B: 맞아. 우리가 올해도 한 해의 시작을 좋은 책으로 연 거 같아. 안 읽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J: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비소설 중에는 최고의 책이었던 것 같아요.



B&J의 지극히 사적인 평점

B: 문장력 2.9점 + 구성력 3.0점 + 오락성 2.7점 + 보너스 1점 = 총 9.6점

J: 문장력 2.9점 + 구성력 3.0점 + 오락성 2.8점 + 보너스 1점  = 총 9.7점


함께 보면 좋을 작품 추천!

B: EBS 과학다큐 비욘드 '또 하나의 우주, 심해탐사 편  : 우리 생태계의 근간이 될 바다. 비록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지만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곳에 대한 탐사 다큐. 진짜 바다를 들여다볼 시간.
J: 넷플릭스 다큐 '킹 오브 클론 : 황우석 박사의 몰락' :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나쁜 짓을 일삼는 한 인간의 추악한 모습.

* 이 글은 J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aboutj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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