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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세화 Nov 14. 2019

스티브 잡스가 해고 당한 당신에게 - 下

1. 

유사한 상황에서 전혀 다르게 대처한 인물이 있다. 그는 심지어 자기가 창업한 회사에서 하루 아침에 잘렸다. 

더 기막힌 건, 그를 몰아낸 이들은 회사 경영을 맡아달라고 수개월 동안 따라 다니며 설득한 끝에 영입해온 CEO, 자신이 아버지라 여길 정도로 의지했던 창립멤버와 투자자였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가 1985년 애플에서 해고됐을 때의 얘기다. 20대 후반 이미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고, IT업계 신화를 창조해낸 인물도 갑작스럽고 억울하게 해고당했을 땐 보통사람처럼 패배의 쓴맛과 좌절감을 맛보며 괴로워했다. 아니, 그의 고통은 회사에서 쫓겨난 일반 직장인의 상심이나 배신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1987년 플레이보이 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때의 심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누군가 마치 제 배를 강타한 듯이, 숨통이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겨우 서른 살이었고, 

계속해서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컴퓨터가 최소한 한대 이상 제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지요. 하지만 애플은 제게 그것들을 개발할 어떤 기회도 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도 처음 몇 달 동안은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마냥 방황했고, 아예 IT업계를 떠나는 것도 고려했었다고 한다. 잡스는 그렇게 영영 주저 앉을 수도 있었다. 술독에 빠져 살거나 하루 종일 게임을 하면서 허송세월 하는 한량으로 전락할 수도, 벤처캐피탈리스트 또는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담은 회고록을 쓰는 작가로 변신할 수도 있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그가 정말 원하던 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보통은 그런 냉혹한 현실의 바닥을 체험하는 동안 자기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무력한 희생자의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며,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느라 인생의 주도권을 빼앗긴다. 심리학에 따르면, 상처 입은 사람은 자기 자신과의 소통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아픈 내면과 마주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시선을 외부로 돌려 다른 사람의 문제점을 찾아내기 바쁘고, 자기에게 닥친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잡스는 특유의 냉정함으로 짧은 시간의 방황을 접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자기 내면에 집중했다. 


잡스는 이때 얻은 소중한 교훈을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덤덤하게 소개해 깊은 감동

과 울림을 주었고, 여전히 전 세계에서 화자 되고 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제 삶의 이른 시기에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니까요. 워즈(스티브 워즈니액, 애플 공동창업자)와 제가 저희 부모님 차고에서 애플을 시작했을 때, 저는 스무 살이었습니다. 우린 열심히 일했습니다. 차고에서 2명이 시작했던 애플은 10년이 지난 후 4000명의 직원을 고용한 20억 달러 가치의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우리의 가장 훌륭한 발명품인 맥킨토시 컴퓨터를 1년 빨리 시장에 출시할 때 저는 막 서른 살이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해고당했습니다. 어떻게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해고당할 수 있냐고요? 흠, 애플이 커가면서 저는 저와 함께 회사를 운영할 꽤 유능한 인재를 고용했고 첫해는 그럭저럭 잘 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비전에 대한 관점이 엇갈리기 시작하면서, 결국 관계가 틀어졌고, 우리 회사 이사회는 그를 지지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서른 살이 되던 해 저는 쫓겨났습니다. 그것도 매우 공개적으로요. 성인이 된 후 제 인생의 전적인 중심이었던 것이 사라져버렸고, 참담했습니다. 

 

첫 몇 달 동안 저는 무엇을 할지 정말 몰랐습니다. 대대로 전해져 오던 바톤을 제 차례에서 떨어뜨려서, 이전 세대의 기업가들을 실망시킨 기분이 들었어요. 저는 데이비드 팩커드와 밥 노이스를 만났고, 모든 일을 끔찍하게 망친 것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저는 아주 공식적인 실패자였습니다. 심지어 실리콘밸리에서 도망쳐버릴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제게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가 했던 일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애플에서의 예기치 못한 사태도 그것을 전혀 바꾸어 놓진 못했습니다. 저는 거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에 빠져있었던 셈이었죠. 그래서 저는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애플에서 해고된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성공에서 오는 중압감은 모든 것에 대해 덜 확신하는, 초보자의 가벼운 마음으로 바뀌었죠. 덕분에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창조적인 시기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 5년동안 저는 넥스트 NeXT라는 회사와 픽사 Pixar라는 또 다른 회사를 창업했고, 나중 제 아내가 된 굉장히 멋진 여성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픽사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인 

<토이 스토리>를 만들었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애니메이션 회사가 되었습니다. 사건의 놀라운 반전 속에서 애플은 넥스트를 사들였고, 저는 애플로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넥스트에서 개발한 기술은 현재 르네상스를 맞은 애플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또한 로린과 저는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뤘습니다.

 

제가 애플에서 해고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것은 지독하게 쓴 약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인생이란 때로 여러분들의 뒤통수를 벽돌로 내리칠 것입니다. 신념을 잃지 말기 바랍니다.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계속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하는 일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들도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일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기가 오는데, 일을 진심으로 즐기려면 자신이 정말 위대한 일이라고 믿는 일을 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분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직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으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언젠가 찾게 되면 여러분은 마음으로부터 그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관계가 그렇듯이,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니 찾을 때까지 계속 노력하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자기가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고 참담한 심정이었으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처 입은 내면과 마주한 결과 잡스는 자기가 했던 일을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자기 일에 대한 확신으로 그는 더욱더 목표에 집중했고,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숱한 실패를 이겨낼 용기와 끈기를 갖게 됐다.  


잡스는 언제나 혁명적인 것에 이끌렸고, 세상은 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마다 실패를 예견하며 경멸로 반응했다. 픽사를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했을 때에도, 파산 직전의 애플로 돌아왔을 때에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아이팟과 아이폰을 처음 출시했을 때에도. 그렇다고 잡스가 실패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한 모험가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예로, 잡스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던 애플로 복귀하는 것에 대해 처음엔 회의적이었고,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다시 실패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처럼 실패의 아픔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으나, 잡스는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개인이 사용하기 쉬운 기술을 개발해 좀더 살기 좋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자신의 오랜 꿈을 마침내 실현했고, 21세기를 대표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많은 이들의 삶에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단언컨데, 애플에서 해고 당한 서른 살의 청년 벤처사업가가 세상의 평가에 연연하느라 자기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모바일 시대를 연 IT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잡스는 기회가 될 때마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 때문에 당신의 목소리가 묻히면 안됩니다. 내 인생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꿈과 목표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판단으로 인해 당신의 희망을 좌절시키면 안됩니다. 당신의 열정이 시들지 않게 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당신은 이미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직장을 잃은 보통사람에게 세상을 변화시킨 우리 시대의 영웅 스티브 잡스를 롤모델로 삼아 역전의 드라마를 쓰라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런 의도는 티끌만큼도 없다. 스티브 잡스가 우리의 심장을 두드리는 이유는 천재 CEO,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IT혁명을 일으킨 혁신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해고라는 뜻하지 않은 불행을 대하는 태도와 극복과정에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해고 당하는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했을 때, 그는 분노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는 대신 냉정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끊임 없이 라이벌 빌 게이츠와 그를 비교했던 외부의 시선, 실패자라는 낙인에도 불구하고, 잡스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 집중했다. 그리고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알게 되고, 이것은 그가 실패로부터 얻은 가장 큰 자산이자 쓴 성공신화의 밑거름이 된다. 생각해보면 그가 “소크라테스와 오후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내놓겠다”고 했던 건, 그저 우연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평생 자기성찰의 실천을 가르쳤으며, 사형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적 사유에 따라 진리와 양심의 길라고 판단한 사형을 택했던 소크라테스. 어쩌면 잡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소크라테스의 사상적 가르침을 실천한 최고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소크라테스에게 가졌을 깊은 공감과 존경심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내면에 집중하는 것, 자기다움을 찾아 나답게 사는 것, 그것은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교훈이며, 실패를 극복하는 최선의 길이다. 그리고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자기성찰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힘, 메타인지능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다. 메타인지능력은 내가 인지하는 것을 제3자처럼 모니터링하는 능력으로, 우리는 메타인지능력에 의해 자신의 장단점을 올바로 인식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 효율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메타인지능력을 가진 사람은 자기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갖기 때문에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에 빠져 인생을 비관하며 무기력한 삶을 살지 않고, 자기가 처한 상황을 주도적으로 개선해나간다. 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실패)과 자신을 동일시 하지 않고, 상황은 하나의 경험에 불과하며,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잡스는 누구보다 메타인지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지독히 쓴 실패의 경험조차 자신에게 약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봤고, 숱한 실수와 실패, 고난과 난관을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여겼다. 애플의 제품 역사와 잡스의 어록을 살펴보면, 그의 메타인지력이 잘 드러난다.  


“혁신을 시도하다 보면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개선해나갑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세상에서 고객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최고의 회사가 된 이유입니다.”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직장에서 나오게 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들다. 불세출의 천재이며 억만장자일지라도. 그렇더라도 지나친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는 대신 냉정하게 자기 내면과의 대화를 시도해보자. 내가 과연 잘살고 있는 것인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나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스티브 잡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잘리고 상심해있을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일 것이다. 


노트:   

✔ 냉정을 잃지 말아라. 직장에서 잘렸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자기자신과 현실을 직시하자. 분노와 피해의식, 체념의 감정에 휩싸여있으면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어렵다. 위기의 함정에서 탈출할 수 있는 열쇠는 이성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무기력한 희생자의 자세를 버리고, 내면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라. 내가 누구인지, 어디까지가 나의 욕망이고, 어디까지 타인의 욕망이었는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자기자신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자. 이를 통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메타인지력을 향상시킨다면, 성장의 계기가 된다.    

✔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아라. 

✔ 실패를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변화의 출발점으로 여기면,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 길을 잃었다고 나 자신에 대한 신념까지 잃지는 말자. 신념이 있으면 길은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다.  

✔ 새로 시작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해고된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한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낯선 상황에선 문제해결을 위해 더 많이,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색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메타인지와 창의력 향상으로 이어져 개인의 발전은 물론,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혁신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위기를 기회라고 하는 이유다. 

✔ 퇴사 후 상황이 안 좋게 변한다면, 그건 퇴사(해고) 자체가 아니라, 퇴사 후 당신의 태도 때문이다. 신념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라. 그러면 멋진 반전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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