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부터 배송까지 이커머스의 모든 것을 개선해 보자
배송 완료 메시지를
수정해 보는 건 어때요?
팀 미팅에서 지나가듯 나왔던 의견이었다. 이 의견이 어떻게 나온 것이냐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 (ex. 혜택, 프로모션, 정보 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고객이 '받아볼 수밖에 없는' 메시지에 내용을 담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배송이 완료되면 무조건 받아보는 메시지를 수정해 보면 어떨까 했다.
다만, 배송 완료 메시지는 우리가 매번 바꾸고 싶다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작성한 문구를 배송사에 전달하고, 배송사에서 테스트를 마치고 통과가 되어야 했다. 그러니 매번 바꾸고 싶다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번 바꿀 때 신중하게 바꾸어야 했다.
처음에는 메시지에 링크만 추가해야지 하고 메시지를 뜯어보는데 오, 은근 수정할 만한 것들이 많이 보였다.
'신속하게 조치'라는 단어는 뭔가 딱딱한 느낌이다. 우리는 고객들을 조치해 줘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어떻게든 도움드리고 싶은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조치보다는 더 부드럽고 고객 지향적인 단어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했다.
고객이 배송받는 곳이 '집 앞'이 아닐 수도 있다. 상당수의 고객들이 회사로 샛별 배송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 (식자재를 주문하는 마켓컬리와는 다르게 회사에서 일하며 아침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주스를 마시는 경우도 많기 때문. 풀무원 녹즙 배송 서비스와 비슷하다 보면 된다) 그래서 '문 앞' 등의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는 단어로 수정이 필요했다.
또한 '배달' 보다 '배송'이라는 단어로 통일하도록 했다. 배달의 민족 같아서..
보통 샛별 배송은 새벽 1시~오전 7시 사이에 도착하는데, 고객센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배송이 다 끝난 시간에야 배송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8시가 다 되도록 배송을 받지 못했는데 고객센터는 운영을 안 하니 고객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할 것이다. (실제로 출근 전에 꼭 받아야 하는데 지연 배송으로 인해 반차까지 쓰고 받으신 고객님도 있다. 나 같아도 엄청 화가 났을 것 같다) 그래서 '상담 시간이 아니더라도 꼭 말해달라'라는 문장으로 수정이 필요했다. 또한 어차피 해당 시간에는 전화를 해도 받지 않으니, 고객센터 전화번호는 우선 지우고, 게시판이나 채팅을 통해 문의사항을 남겨달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고객 입장에서도 궁금한 점이 있다면 서포트봇 (일종의 챗봇)을 만들어 두어서 상담 시간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궁금증은 해결할 수 있게 해 두었다. 그래서 카카오톡 링크를 채널톡 링크로 수정했다.
이전에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로 채팅을 주로 했다면, 요즘은 채널톡 메시지로 상담을 많이 돌리고자 한다. 채널톡을 활용하면 상담 내역이나 CS 데이터를 관리하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를 지우는 대신, 고객이 받아보는 제품에 대해 궁금할만한 점을 넣으면 어떨까 했다. 주스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 노션으로 만든 FAQ 등 여러 콘텐츠들이 있었는데 무엇을 담을까 하다가 위의 이미지처럼 FAQ 노션 페이지에 주스 제조과정을 담은 영상을 임베드해두었다. 노션 제목을 FAQ에서 A to Z로 변경하여 굳이 상담까지 가지 않고도 궁금한 모든 점들을 해소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정상 배송이 되었을 때의 케이스 외에도 지연 배송, 미배송 등 배송 이슈 발생 케이스의 문자도 작성했다. 이 메시지 또한 조치의 차원이 아니라 '무엇보다 당신이 겪은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 꼭 의견을 남겨달라, 가장 먼저 확인하고 연락 주겠다'라는 인상을 주어야 했다.
해당 문자를 받은 고객은 고객센터 운영시간이 아닐 때 문제를 마주했을 테니 참 답답할 것이니, 우선 화를 가라앉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위와 같이 변경하고 나니 전체적으로 메시지의 길이도 줄어서 내용이 한눈에 보이고 더 깔끔해 보인다.
이전보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더 부드럽고 명확해진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랬을까? 정기배송을 받아보시는 대표님께 받아보신 배송 완료 메시지의 피드백을 요청했고,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이전보다 더 간결해지고, 정확하고, 목적에 부합하다는 느낌이라니 다행이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메시지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더 자세하게 뜯어보니 문제점이 보였고 사소한 부분들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이런 작은 부분에서부터 서비스의 매끄러움이 차이 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