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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Apr 25. 2023

바쁨

(55)

재요에게.


지난 주에 너가 쓴 글 좋더라, 그래서 나도 이번에 글을 공들여 쓰고 싶었는데 도저히 여력이 안 된다는 사실이 절망적이야(그 와중에 내가 너한테 예전에도 같은 주제를 준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


입사한 이래로 가장 잦은 야근을 경험하고 있는 요즘이야. 너도 곧 있을 영화 촬영 준비로 바쁘고. 바쁠 때 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 바쁘지 않으면 어색해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바쁜 게 싫어. 나에게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정말 중요한데, ‘바쁨’은 곧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고 아무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바쁜다 한들 그 과정이 좋은 기억만으로 남기는 어렵더라.


그래서일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바쁜 사람인 너를 통해, 나와 다르게 시간을 쓰는 사람을 경험할 수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역시나 ‘바쁜 거 싫다’는 결론으로 도달하곤 해. 너는 나름대로 양해를 구하기 위해 “oo 때문에 바쁘다”, “oo를 하는 동안은 정신이 없을 것이다”는 얘기를 꼬박꼬박 해주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그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기는 하지만, 결국 그렇게 바쁨을 탓하게 되는 상황을 마주하는 내 마음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아무리 너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너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응원해도, 너가 살아가는 방식 앞에서 내 감정은 자꾸 무너져. 해야 하는 일 외의 시간에선 내가 가장 우선이라고 너가 매번 얘기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너 말대로 네 삶은 점점 더 바빠지면 바빠졌지, 덜 바빠지지는 않을테니 이 문제는 그냥 둔다고 해결되지는 않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나름의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반복되는 이 서운하고 서운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어렵다.  


사람은 변하지 않고,

나는 너 혹은 내가 변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아.


그럼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2023.04.25.

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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