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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바기 Dec 18. 2024

체감온도 영하 40도

부부생활 숙려기간

2024년.

정확히 2024년 겨울이다.

매년 찾아오는 겨울이지만 내 인생에 절대 잊을 수 없는 겨울이다. 사춘기 때 하지 않았던 '방황'과 '홀로서기'를 이제야 시도하는 중. 이제야 나로서 바로 서고자 한다. 10년이 넘는 결혼생활 동안 마음 깊은 곳의 답답함의 원인을 이제야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고 할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결혼이란 성인이 된 개인과 개인이 만나 또 다른 하나의 작지만 큰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개인이란 독립된 인격체여야 한다. 건강하게 성장한 두 인격체가 만나 서로 맞추어가며 새로운 가정을 가꾸어가는 고귀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부족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독립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집에서 나와서 생활했기에 밖으로 보기에 독립심이 강하다고 생각했던 만큼  내면의 나는 기댈곳, 의지할 곳을 찾고 있었나보다. 대학 3학년, 군 제대 후 복학한 선배와의 긴 연애 끝에 결혼을 결정했다. 지금 와서 왜 결혼했냐 묻는다면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한 번도 진지하게 결혼이라는 것의 의미, 내가 결혼할 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모두 좋을 줄 알았다. 물론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이라는 크나큰 문 앞에서 생각을 해 봤어야 했다.


내가 독립된 인격체로 배우자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개인 대 개인의 대등한 입장에서 가정을 꾸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말이다.


나의 배우자는 같은 과 2년 선배였다. 외롭게 보낸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서 만난 사랑하는 사람. 마냥 행복하기만 했고 또 그만큼 많이 의지했다. 아플 때에도 멀리 계신 부모님보다 먼저 연락했고 사고가 났을 때도 제일 먼저 찾았다. 그렇게 그 사람이 내 마음의 중심이 되어갔다. 사랑만을 생각했고 또 그만큼 나를 챙겨주는 그가 고마웠다.





심리상담 센터를 방문했다. 나의 행태를 이야기 나누고 나의 심리상태를 선생님께 설명드렸다. 결혼 생활동안 해결되지 않는 이 문제들을 해결을 하고 싶어졌다.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했고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님은 남편분에게 애착형성이 되어있네요. 마치 아기가 부모에게 애착 형성 하듯이."


그랬구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이들의 애착과 신뢰 형성엔 유난이었으면서 정작 나의 마음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나를 지켜주던 고마운 마음에 형성된 애착에서 독립하지 못한 것이다. 안 한 건지도 모르겠다. 결혼을 통해 항상 내 곁에 있을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기울어진 시소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애썼을 남편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올라오라고 외쳤을 것이다. 발을 닿고 앉아 있는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른 채. 그렇게 10년을 넘게 살아왔다. 이제라도 "독립"이라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바닥에 닿아있는 시소를 내 발을 디딤돌 삼아 올라가려고 한다. 늦은 듯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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