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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비 Nov 17. 2021

'살 빼야 해'라는 강박 말고

매번 실패했던 다이어트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죽을 듯 운동했어요"


7년 전 32kg을 빼고 컴백한 연예인이 말이었다. 다이어트를 과업으로 지고 살던 나는 그 말을 삶교리로 받아들였다. 날씬한 몸매를 뽐내는 그녀의 사진을 휴대폰 바탕화면에 저장하고선 매일매일 예뻐지겠노라 되뇌었다.


살 빼기 위해 몸이 조금 나빠지는 건 개의치 않았다. 늙어서 건강하게 사는 것보다 하루라도 젊을 때 날씬한 몸을 갖는 것이 중요했다.


원푸드 다이어트와 무리한 운동 계획을 세웠다가 폭식으로 끝내길 반복했다.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는 줄도 모르고 TV 속 연예인과 비루한 내 몸뚱아리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죽을 듯 살 뺄 필요는 없다

대학생 때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가 유행이었다. 친구와  살을 빼려고 마트에서 레몬을 한가득 사 와서는 2주간 레몬물만 마시기로 약속했다. 5일 차까지는 괜찮았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격려도 하고, 주변인들에게 디톡스 효과, 효능을 홍보도 했다.


그러나 6일 차엔 미친 듯이 식욕이 올라왔다. 딱 한 입만 먹겠다며 다이어트 시리얼을 뜯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커다란 한통이 텅텅 비어 있었다.


목표한 기간의 반도 넘기지 못하고 또 실패였다. 비장하게 시작한 다이어트가 어처구니없이 끝나자 친구들을 보기 민망함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부끄럽고 괴로웠다. 그럼에도 이번엔 제대로 성공하겠다며 또 다시 식사대체용 프로틴쉐이크를 결제하는 나였다.


수영을 하고서야 죽을 듯 살 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씩 좋은 식사, 운동 습관을 들이면 건강한 몸과 삶에 다다를 것인데 조바심에 눈이 멀어 몸을 해쳤던 것이다.


살 빼기 위한 가혹한 수단이었던 운동

어릴 적엔 친구들과 뛰놀며 숨바꼭질, 땅따먹기, 말뚝박기즐겼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것은 점점 버거운 다이어트로 변해갔다.


초등학교 때는 2시간을 달렸고, 중학교 때는 줄넘기를 1000개씩 뛰었고, 고등학교 때는 달리기와 줄넘기를 병행하다가, 대학교에 가서는 굶기를 추가했다. 이유는 단 하나, 살 빼기 위해서.


운동량을 들으면 운동을 많이 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절대 사실이 아니다. 위에 언급한 운동들은 모두 3일씩밖에 하지 못했다. 매번 단기간내 눈에 띄게 살을 빼고 싶었기에 지킬 수 없는 계획으로만 이어졌다.


창대한 계획의 끝은 언제나 백중 백발 실패였다. 수차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운동이란 지속할 수 없는 고된 수행이라는 것을 직접 증명한 듯했다.


운동하는 삶이란 향긋하게 익어가는 와인과도 같다.
운동은 그 자체로도 ‘목적’이 될 수 있다.

수영을 배울 때는 달랐다. ‘일주일 만에 몇 kg를 빼겠다’는 무리한 목표보다는 ‘수영장 물 좀 그만 먹고 싶다!’는 실질적 필요가 있었다.


어푸어푸거리던 초보가 부드러운 접영을 구사하기까지의 과정은 힘들기보다는 즐거웠다. 수영을 잘하기 위해 사람들과 훈련하고, 대회에서 경쟁한 시간들은 고되기보다는 행복했다.


대회에서 단체전을 뛰 처음으로 관중이 아니라 선수로써 다른 팀과 경쟁하는 스포츠의 재미도 느꼈다. 뜨거워진 몸과 마음에는 활력이 돌았고, 생각과 행동은 산뜻해졌다. 더 이상 운동은 살 빼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거운 ‘목적’이다.

 

운동하는 삶은 와인이 맛있게 익어가는 과정과도 같다. 와인을 잘  숙성하면 깊은 향과 맛을 내지만, 잘못 보관하면 곰팡이가 피고 시큼한 맛이 난다. 나에게 맞는 조건으로 알맞게 운동한다면,  도 와인처럼 그윽한 향과 멋이 깃드는 것이다.


반짝반짝한 젊은 날을 위해 빤짝하는 운동 아니즐겁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과정으로써 운동한다. 몸을 타고 흐르는 땀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전해지는 열기를 느끼며 매일매일 멋있게 익어가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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