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먼츠필름 Nov 22. 2018

[인터뷰] '시'가 필요한 우리는

배우 신지이

철학에 대해서 말하거나 시에 대해 말하는 일이 있어요시를 통하면 삶이 불행하기도 하지만 그걸 견디는 힘 또한 시에서 나온다고 합니다사람에게 철학이 있다는 건 삶을 견디는 굉장한 가 될 수 있어요

세상은 너무 험난하고, ‘가 너무 필요한 우리의 시대신지이 배우를 만났습니다


핫, 저는 신지이 배우입니다, 연기를 하고 있어요. 장르와 상관없이 활동했었는데 요즘은 영화에 조금 더 집중하고 하고 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배우님 이나연 감독전’ 이후에 처음 뵙는 것 같아요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일본어 공부도 하고 좋아하는 춤도 추고, 작품도 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춤은 어떤 건가요?

플라멩코라는 스페인 춤이에요. 배운 지 한 2년 정도 됐어요. 굉장히 정열적이고 뜨거운 춤이에요. 한국의 춤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한’이라는 정서를 표현하는 부분에서 비슷해요. 집시의 ‘한’을 보여주는 춤이라고 하더라고요. 부채를 들거나 캐스터네츠를 들고 추는 춤이라고 떠올리시면 쉬울 거 같아요.


플라멩코라고 하면 탱고 같은 건가요?

탱고랑은 좀 달라요. 혼자 추기도 하고 단체로 추기도 하는 춤이에요. 저는 자주 못가는 편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 수업에 참여하는데 함께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 배우 분들이에요. 춤을 출 때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하는 순간들이 연기를 할 때도 굉장한 도움이 되고 있어요.


매력적인 춤이네요^^ 춤을 발휘할 수 있는 영화를 만나면 좋을 것 같아요일본어 공부도 하고 있다고요?

학교 다닐 때 제2외국어를 일본어로 해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일본어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어요. 그리고 연기를 할 때도 일본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요. 일본어를 사용한 연기를 꼭 해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꿈이 배우였나요?

어렸을 때 가수가 꿈이었어요. 춤을 좋아해서 댄스 동아리도 했었는데 노래는 잘 못 해서 가수는 안 될 것 같더라고요^^;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모습이 배우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배우님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를 찾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통해 몰랐던 나를 알아가게 되고, 어쩌면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만들기도 해요. 사실 이렇게만 들으면 굉장히 막연하게 들리지만, 제가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의미 있는 작업이 되지 않았더라면 연기하는 일을 지금까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성취감, 희열감 같은 감정에만 기대면서 일을 하기에는 뒷심이 부족해지는 일인 것 같거든요. 스스로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제가 위로받은 지점들도 있고요. 저는 그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서 소중하기도 하고, 제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처음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되었나요?

부모님께서 가수가 되는 것을 반대하셔서, 혼자 방법을 찾다 보니 연극영화과를 진학하겠다고 무턱대고 말했어요. 입시를 한다고 하면 지원을 해주시리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처음 입시학원에 다니게 되었어요. 학원에서 독백 수업을 하는데 내용이 바람난 남편과 다투는 아내의 역할이었어요. 그때 선생님이 제가 화내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에게 화는 내면서 밥은 먹었냐고 묻는 아내 같다며 화를 이것밖에 못 내냐고, 그 상황에서 너 그럴 거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때 문득, 제가 그럴 것 같더라고요. 그 모습이 제가 제일 싫어했던 엄마의 모습이었는데 말이에요. 그걸 알게 된 순간 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어요. 연기할 때 다른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해야 하는 거구나, 그리고 나의 다른 일부들을 계속 꺼내야 하는 일이구나,라고 말이에요. 이렇게 자꾸 몰랐던 나를 마주하다 보면 내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제대로 연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의 일부를 계속 꺼내는 작업이라면 매 순간 매우 힘들 것 같아요지금도 그런 모습들이 있나요?

힘들다기보다는 연기를 안 했으면 나를 이렇게 잘 알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해요. 보기 싫은 자신의 모습일지라도 부정하면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런 모습을 계속 마주해야 인정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좀 더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적으로 생각해요.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 다른 사람에게도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에도 극적인 장면들이 많잖아요. 그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항상 다가온다는 말이잖아요. 나 자신의 모습을 피하지 않고 온전히 느끼고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자신에게도 치료가 되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한다는 건 저에게 자기 치유의 힘이 되기도 해요.     


천상 연기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그렇게 생각해보면자기 치유가 없이는 하기 힘든 일 같아요신지이라는 사람과 신지이라는 배우 어떻게 다를까요?     

그럴듯한 모습이 되는 연기를 과시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런 연기 방식들을 버리는 일에 관심이 더 많아졌어요. 저도 모르게 배어 있는 연기 습관들을 빼려고 노력해요. 배우로서 그럴듯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제 삶과 배우로서의 삶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가식을 자꾸 버리려고 노력 중이에요.     


연극도 했었다고 들었어요. 

네, 연극을 더 오래했어요. 지금은 극단에서 활동하지 않지만, 올해 1월에 ‘오셀로의 식탁’이라는 연극을 했어요.      


연극 연기 영화 연기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생각해 보면 연기할 때 어디까지 염두에 둘 것인지가 조금 다른 게 아닐까 싶어요. 연극은 저 멀리 있는 관객에게까지 전달해야 하지만, 영화는 나를 세밀하게 바라다보고 있는 카메라가 있으니 표현의 사이즈가 당연히 달라져야 하는 게 맞으니까요. 예를 들면 클로즈업을 하면 배우가 눈동자만 움직여도 감정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연극을 하다가 영화를 하게 될 때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당연히 부자연스러워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행동적으로 제가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을 피드백하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하지만 두 분야를 따로 보기보다는 연기 자체가 추구해야 했던 것은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어요.      


처음 출연한 단편영화의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중력>(2008, 감독 안석현)이라는 영화예요.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쓴 영화였어요. 학교 선배의 권유로 처음 찍게 된 첫 작품이에요.


처음을 물어보는 이유가 배우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는지 궁금했어요.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그다음에도 여러 작품을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보면 첫 작품이 분명 의미가 있죠. 새로운 영역의 작업, 새로운 즐거움을 줬다는 거니까요.   

  

자신의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단편영화는요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2018, 감독 이나연)와 <남식의 다큐>(2016, 감독 신유정) 중에서 뭘 꼽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어요. 하지만 저희가 리뷰를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로 하기로 했으니 여기서는 남식의 다큐를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남식이 학교 다큐멘터리를 찍어야 해서 연기를 하는 전 여자 친구에게 출연을 부탁하는 내용의 영화였어요. 말도 스스럼없이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과 캐릭터가 매력적이에요. 연습할 때도 재밌어요. 이런 캐릭터와 상황을 어떤 식으로 보여줘야 좋을지 생각하면서 저도 매번 준비했어요. 많은 사람이 함께 보면 재밌을 거 같은 영화이기도 해요.


뮤즈나 참고되는 롤모델이 있을까요?     

배우 윤여정 선생님 보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오래오래 끊임없이 연기하고 싶고 카리스마 같은 걸 갖고 싶어요.

대개 나이 먹으면서 가장 두려운 게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 무서울 때가 있어요. 윤여정 선생님은 살아도 답은 없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모습과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솔직한 연기가 진짜 멋있어요. 사실 이런 생각들은 편견이 없어야 가능한 것 같아요. 요즘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일상생활에 팽배해져 있는 편견과 차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사람을 나이로 재단하고 함부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될까 봐, 나이를 물어보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 안다고 생각하게 되는 편견들을 경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페미니즘에 대한 말도 많은 것 같아요.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라는 책이 있는데 정말 책 제목 그대로 모두를 위해 페미니즘을 쉽게 잘 알 수 있게 쓰인 책인 것 같아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여자가 받는 차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차별에 대해 벗어나기 위한 이야기라는데 동의해요.     


인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보게 되네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요?

조금 더 활동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액션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인상에 대해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웃지 않으면 차갑거나 냉정하게 보기도 하고,^^; 좋은 말인 것 같은데 한 가지 역할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좋아하는 영화 장르나 감독이 있을까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요. 일상적인 것들을 기억하고 포착해서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내요. 그래서 우리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하는 것 같아서 좋아요.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분이 있을까요? 

저, 이상희 배우님 팬이에요! 이상희 배우님은 보면 볼수록 다채로운 얼굴을 가지고 계신 것  같고, 진심을 녹여내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연출하신 작품이 있다고 들었어요새로운 작품은 안 하시나요?

연출은, 쉽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니까 경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근래에 <레이디버드>를 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나도 저렇게 내 삶의 경험을 녹여내서 즐겁게 사람들과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또 연출하겠다는 말은 아니에요^^;

  

연출한 작품 이야기 좀 더 해주세요.

미혼모, 십 대 싱글맘에 대한 이야기예요. 키울 능력이 없어서 친권 포기각서를 쓰는 과정을 담았어요. 소재가 누구에게나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쉽게 상상하거나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야기예요. 임신에 대한 불안감, 청소년들이 아이를 갖게 되고 양육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묻게 되죠. 사회에서도 관심을 두고, 어른들이 같이 살펴줘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아서 쓰게 됐어요. 작업물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저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배우님이 생각하는 독립영화의 매력이란 뭘까요

조금 더 솔직한 거 같아요. 영화를 만드는 공동의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진솔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거예요. 표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나 손익과는 상관없을 수도 있어요.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가치 있게 작업을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기억에 있는 좋았던 독립영화 있으세요?  

<동아> (2017, 감독 권예지)가 좋았어요. <동아>는 감독의 애정이 담겨있는 느낌이 났어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좋은 장면뿐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에 임하는 자세관점도 듣고 싶어요.

연기요, 평생 해도 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배우는 삶과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부지런히 세상을 보고 부지런히 비춰내도록 거울을 열심히 닦아야 할 것 같아요.     

      

다 지나가잖아요삶이란 것 엄청 빠르게 지나가고 있어요그 순간을 다 저장하듯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그걸 연기로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제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처럼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 것 같아요저를 만나는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맞아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서로 소소한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_인터뷰 中 신지이 배우      


장소 협조 luff


배우 신지이 필모그래피


영화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2018

<어느날 갑자기> 2017

<42B> 2017

<All the same time> 2017

<남식의 다큐> 2016

<모나리자> 2016

<지금은 없는 이야기> 2016

<우르르쾅쾅 크림치즈> 2011


연극 

오셀로의 식탁

리어를 연기하는 배우, 미네티

그놈을 잡아라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맥베스 

열녀춘향

존경하는 예레나 선생님

챗온러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