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명식 Oct 24. 2020

한 번에 하나씩 하는 일이 더 낫다.

회사를 옮기고 나서 생활 패턴을 바꿨다. 조금 피곤해도 웬만하면 일찍 일어나서 바로 출근을 하고 있다. 예전 직장만큼 고객을 만나기 위해 회사에 들르지 않고 바로 출근하는 이른바 ‘직출’ 이 많이 줄었고, 출근 길이 조금만 늦어지면 차가 많이 막히는 구간이라 10~20분 정도만 일찍 집을 나서도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나름 일찍 활동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거치며 익숙해졌는데, 기왕이면 아침 시간을 다소 보람 있게 사용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주위 동료 분들을 보면서 좋은 힌트를 얻었다. 아침 헬스장에 등록하여 운동을 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비용 문제로 다소 망설이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는 의미도 있기에 과감히 등록했다.

아침 일찍 헬스장을 다니면서 정말 부지런한 분들을 많이 본다. 6시 헬스장 오픈을 위해 회원들보다 더욱 빨리 출근하여 준비하는 트레이너나 관리자분들을 비롯하여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 일찍 헬스장 곳곳에서 운동을 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여를 다니면서 헬스장에 오시는 분들을 보며 몇 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하는 분들이다. 


항상 동일한 복장으로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하는 것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운동하는 만큼 몸도 탄탄 하여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건 운동할 때 운동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볼 때다. 트레이너가 옆에 있기 때문에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분들은 운동할 때는 운동만 하지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 물론 ‘헬스장에서 운동만 하지 다른 무엇을 하느냐?’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만 헬스장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에 다니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모습이 그곳에서도 핸드폰을 놓치 않는 분들이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운동을 하더라도 집중하지 못하고 다시 핸드폰을 켜고 핸드폰에 집중하기 일쑤다. 물론 정말 중요한 전화를 기다리거나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그냥 검색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하더라도 집중하지 못해 운동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경우가 많다. 헬스장 안의 씻는 공간에 있으면 그런 부류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 옷까지 흥건한 분들은 그만큼 운동에 집중한 경우고 나머지는 옷이 처음 입을 때와 많이 다르지 않다. 물론 나도 후자인 경우가 많아 항상 고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렇게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는 경우의 몸이 좋은 건은 말할 것도 없다.

일을 하면서도 한 번에 하나씩 하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의 가장 흔한 업무 중의 하나인 미팅을 가보면 다양한 행동을 하는 동료나 선후배를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 직장에서 진행되는 미팅의 목적은 꼭 진행해야 하는 공동의 업무나 팀의 목표를 어떻게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달성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미팅 구성원들을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며 합리적은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미팅에 가보면 주최자나 가장 연장자나 높은 직급의 구성원이 대부분 얘기를 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의견을 들으며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37% 정도는 미팅을 하더라도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한다고 한다. 밀린 업무나 개인적인 핸드폰 사용 및 미팅과 전혀 상관 없는 업무를 하면서 시간만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기업에서는 ‘미팅 할 때는 전화기나 노트북 가져오지 않기’, ‘미팅 전에 논의할 내용 미리 공유하고 참여자들은 각각에 대한 의견 가져오기’ 등등의 효율적 미팅 시간을 위해 여러 사전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 번에 하나씩 해야지만 집중하게 되고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헬스장을 다니면서 나만의 한 번에 하나씩 하는 것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그냥 헬스장 가서 아침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무언가 좀 더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 보았다. 그렇게 나는 아침 시간에 골프 연습을 해 보기로 했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배울 때 좀 더 집중하고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물론 잘 되지 않았다. 실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생각만큼 재미가 느껴지지 않아 게을러져 ‘내가 과연 이것을 계속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중 헬스장에 같이 다니는 회사 선배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무래도 아침에 헬스장에서 만나면 각자 운동하기 바쁜 나머지 서로 얘기를 할 기회가 많지 않은 편이라, 그 선배는 어떻게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 조언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좀 내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으며 어떻게 그 선배는 아침마다 열심히 운동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예상과 달리 그 선배의 답은 간단하면서도 명쾌했다. “저도 처음엔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가 해야 할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하나씩 하다 보니 이게 습관이 되고 이제 아침에 아무것도 안하면 어색해서 그냥 나와요. 명식 씨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 해보세요.” 하면서 골프 연습을 예로 들어주었다. 선배가 볼 때 나는 시간을 들이는 만큼 효율적으로 연습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 아침에 골프 연습을 하는 시간은 기껏해야 30~40분 정도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한가지 골프 클럽을 가지고 하나에 집중해서 연습하는 것이 낫다. 그렇지만 나는 계속 클럽을 바꿔가며 연습을 하고 이는 시간을 때우는 것일 뿐 실질적인 골프 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이후 선배의 조언대로 나는 하루에 하나의 클럽으로만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30분 정도의 시간에 해당 클럽으로 내가 어떻게 한다면 가장 나은 스윙이 나오는지 스스로 연구하며 실력을 향상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항상 열심히 티가 나게 공부하지 않는데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친구들이 있었다. 수업 시간에 자주 졸기도 하고 자율 학습시간에는 소위 ‘땡땡이’도 치는 경우도 많았기에 어떻게 공부를 잘 하는지 궁금했었다. 그런 친구들의 공통점은 공부할 때는 무섭도록 공부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주위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방해하더라도 놀라울 정도로 집중하여 공부를 하는 그런 친구들은 소위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는 한 번에 하나씩 잘 하는 경우였던 것이다. 


원래 선택과 집중은 기업의 성공을 연구하는 다양한 학자들이 항상 얘기하는 말이다. 마치 전쟁터와 같은 치열한 기업간 경쟁에서 살아남고 계속 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깊은 고민의 결과는 개인에게 적용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더라도 ‘어떻게 집중하고,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결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는 것이 가장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