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소화기관이라고 말하는 소화기계는 구강에서부터 항문까지를 말합니다. 즉, 음식물을 섭취하여 영양분을 흡수하고 쓸데없는 것은 배설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계를 뜻합니다. 소화기계는 구강에서 시작해 인두, 식도, 위, 소장(小腸), 대장(大腸), 항문이 있고, 부속선에는 구강선, 간장, 췌장, 담낭 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십이지장은 어디에 속할까요? 십이지장은 소장의 일부입니다. 위와 소장을 이어주는 말 밥굽 모양(‘ㄷ’자 모양)을 띠고 있습니다.
십이지장은 화학적 분비물과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비워서 위에서 전달되는 음식의 분해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듯 소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십이지장에 염증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 주제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예전 통계이긴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소화기계질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위염과 십이지장염 질환자는 2006년 468만 1,748명으로 56개 소화기계질환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비교적 최근 통계를 살펴볼까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밝힌 ‘다빈도 질병통계’에 따르면 2017년 위염 및 십이지장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총 524만 명에 이릅니다. 이중 위염으로 진료받은 비율이 89%, 십이지장염으로 진료받은 비율이 11%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위, 십이지장 등 소화기계 질환자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십이지장염(Duodenitis)은 십이지장의 점막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하며,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먼저 염증의 원인에 따라서 분류하면 촉발성 십이지장염과 만성 십이지장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증상의 특징에 따라서 분류하면 역류성 십이지장염, 궤양성 십이지장염 등으로 나뉩니다.
이 외에도 호산구의 침윤에 의해 발생하는 호산구성 십이지장염과 면역 저하 상태에서 거대세포 바이러스(Cyto megalovirus, CMV) 감염에 의한 CMV 십이지장염도 있습니다.
십이지장염은 아직 그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바 없습니다. 그러나 학계와 여러 연구에 보고된 바에 의하면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위산(각종 소화효소나 담즙 등 포함)의 과다 분비와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성처럼 십이지장의 점막 방어기전을 약화시키는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나 잘못된 식습관(지나치게 기름진 식단, 과도한 육류 중심의 식단, 맵고 짠 음식이나 튀김류·밀가루 음식을 즐겨 먹는 경우 등), 약물 과다(잦은 진통 소염제 복용 등), 흡연과 음주 등이 십이지장염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손꼽힙니다.
그러나 내원 환자들을 진료했던 저의 임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십이지장염을 진단받은 환자 중에 상당수가 그 원인을 알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했습니다.
십이지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무엇일까요?
속쓰림과 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증상
명치 통증
복통(상복부 통증)
복부팽만감
소화불량 등이 있습니다.
* 이외 발열이나 구역/구토가 나타날 수도 있고 신트림이 잦거나 입맛이 떨어지는 식욕 부진 증세도 보이곤 합니다.
그러나 십이지장염은 뚜렷한 증상이 없는 환자도 매우 많습니다.
가벼운 소화불량이나 복부팽만감이 있고 간혹 체한 것 같은 명치 통증을 보이는 정도입니다. 환자가 십이지장염으로 자각하기엔 뚜렷한 증상을 찾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벼운 소화불량인지 혹은 위염인지 십이지장염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위염과 십이지장염이 동반된 경우도 많은 편입니다.
십이지장염의 조기 진단과 치료는 십이지장궤양이나 위궤양, 혹은 출혈 등을 미연에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십이지장염의 진단은 먼저 환자의 병력을 살피고 상부 내시경 검사나 혈액 검사를 주로 시행합니다. 환자에 따라서는 CT 영상 검사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검사를 통해 십이지장염 내막의 상태와 궤양 증상은 없는지 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앞서 십이지장은 위와 소장을 연결해준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서로 연관된 장기이므로 십이지장염을 오랫동안 방치하거나 호전과 재발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십이지장궤양뿐만 아니라 위궤양이 생길 위험도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작은 의심 증상이라도 있다면 먼저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십이지장염을 진단받았다면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면서 평상시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잘못된 식생활 습관과 음주/흡연 등은 십이지장염뿐만 아니라 소화기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바른 식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