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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드먼드 마운틴 Dec 04. 2018

저는 이 언니만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혜주씨의 웃음 뒤에는 조물주가 아니라 엄마가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상대가 던진 말 한마디와 웃음에, 행복의 절정을 맛본 경험이 있다. 우리는 이미 진심에서 나오는 말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은 멋진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배부르다. 실제는 배고픈데 말이다.


직장에서 퇴근할 때 작장 상사나 동료가 “오늘 정말 고생이 많았다.”는 소리에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풀리기도 한다. 반대로 퇴근 전에 듣기 싫은 말을 들으면 어떨까?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입맛이 딱 떨어지는 느낌과 비슷하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그렇게 우리를 변화 시킨다.   

    

여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얘기를 듣다보니 자주 귀에 들어오는 말이 있었다. 여자들의 수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 감탄사에 새삼 정감이 갔다. 그 단어는 바로 ‘어머’였다. “어머, 얼마나 기쁘셨어요?”, “어머, 남자친구 정말 멋지다.” 이 말에 여자들은 작은 행복을 느끼는 듯 했다. 나도 분위기에 힘입어 농담으로, “어머, 오늘 음식 맛있네요.” 했다가 분위기만 썰렁해졌다. 남자가 할 소리는 아닌 듯 했다. 내 생각에, 진심으로 “어머”라고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여기서 좀 더 강하게 어감을 주면 느낌이 확 온다. “어머머머, 자기야 대박, 대박이다.”     


어느 날, 나를 만난 사람 중에 나를 기쁘게 해주거나 좋아해주는 사람 만나면 그날은 빛나는 날이다. 상대가 던진 한마디에 천금보다도 더한 행복을 느낀다. ‘이 사람의 말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내가 힘들었을까!’라고 생각하는 고마운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진짜 은인이다. 말은 공짜다. 쓸 수 있는 만큼 멋지게 사용하면 된다. 내가 말로 조금만 노력한다면 인간관계는 더 행복해진다.     

우리 팀에 강혜주라는 팀원이 있었다. 혜주씨는 상사건 동료건 모든 사람들이 좋아했다. 특별한 비결이 무엇일까?

한번은 내가 혜주씨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다른 사람의 안 좋은 얘기는 다 들리는데 혜주씨에 대한 소문만 없어요.”


혜주씨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이 없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광대뼈가 승천하듯이 항상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고객들에게도 진심으로 대하고, 할 말만 하는 혜주씨다. 그러니 이렇다, 저렇다 흉보는 소문이 들리지 않는 것이다.     


내가 혜주씨에게 웃음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혜주씨가 말했다. “저는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요. 그래서 웃는 게 쉽지 않다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 안갈 때가 있어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어느 때는 이런 저 자신을 보면서, 조물주가 쪼물딱 쪼물딱 거리다가 실수로 잘못 만들었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사실 혜주씨 얘기를 들어보면, 혜주씨 웃음 뒤에는 조물주가 아니라 엄마가 있었다. 혜주씨는 초등 저학년 때 남자짝꿍이 지저분해서 싫었다. 엄마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엄마가 혜주씨를 꼭 끌어안고 이렇게 말했다. “혜주야, 사람은 다 똑같아. 엄마에게 혜주가 최고인 것처럼, 친구의 엄마도 마찬가지야. 친구의 엄마에게는 그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일거야.”    


엄마의 이 말은 혜주씨가 인생을 살면서 사람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만든 토양이 되었다. 혜주씨가 어떤 사람을 만나도 얼굴에 미소를 띠우고, 목소리가 밝을 수 있는 이유를 엄마의 그 말 덕분으로 돌렸다. “그래서인지 살면서 이 사람 싫다 없이 살았어요. 존재는 똑같고 당연히 사랑받아야 해요. 앞으로 30대보다는 40대에, 40대보다는 50대에 더 밝게 살고 싶어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던 혜주씨다.          

 


한 번은 혜주씨가 외근 나갔다가 저녁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 웃으면서 인사하고 앉았는데, 직원 한명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언니만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저는 인사하는데도 언니 톤(tone)이 안 나와요. 전화 받을 때도 저만의 톤을 가지고 있나 봐요. 우울하지 않은 데도, 잘 안돼요. 그래도 꼭 바꾸고 말겁니다.”    


맑은 미소, 밝은 미소, 편안한 웃음소리를 가진 사람 주위에 사람들이 모인다. 만날 때마다  우수에 차 있거나 우거지상을 하고 있는 사람과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얼굴이 예뻐서 꼭 예쁜 것만은 아니다. 미소가 예뻐서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맑고 밝고 편안하게 웃는 사람은 입만 웃는 것이 아니라 눈도 함께 웃는다. 억지로 웃는 어색한 웃음은 티가 난다. 밝은 미소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 웃어야할 이유와 안 웃어야할 이유가 가위 바위 보 하면 웃어야할 이유가 무조건 이긴다. 이것이 우리가 웃음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웃음이 처음에 안 통하는 세계도 간혹 있다. 웃으면서 대하면 상대방이 달라지는데, 처음에는 안 변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한다. 그러면 웃음에 안 넘어갈 사람은 없다. 웃는 얼굴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웃는 얼굴로 대하면 웃는 마음이 된다. 슬퍼도 웃는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결국 모든 사람은 웃음에 통하게 되어 있다. 내가 밝게 웃으면 상대가 편안해질 수 있다. 그것도 재능기부다. 나도 그런 웃음을 가지기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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