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껍데기를 벗는 일이라는 생각을 줄곧 하게 된다.
세상살이를 하며 덧입혀진 선입견에 의해.
의식할 수밖에 없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
어쩔 수 없다 치부해버린 여러 상황에 의해.
진정 내 삶의 동력이 되어 줄 가장 순수한 욕구, 달려 나가게 해 줄 가장 날 것의 열망이 온갖 껍데기로 둘러싸여 있다는 걸 깨닫는 일 말이다.
그중에서도 '배움에 대한 갈망', 이것이야말로 딴딴하고 두터운 껍질에 싸여있다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
자아실현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점에서 누구나가 '지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나로서 실현된다는 것은, 배움을 지속적으로 더해가는 것이며 그것으로 실현의 단계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니까.
배움이란, 나로서 살아가는 것의 또 다른 이름이지 않을까.
그러나 정작,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진정 내가 원하는 배움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사람. 그 기회를 얻은 사람. 또는 잡은 사람, 만든 사람.
조금 더 일찍 정신이 깨어나거나 태생이 진취적인 얼마의 부류 외에, 그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일은 아니다. 우리는 어쩌면 강요된 학습에 더 익숙해져 있을 테니까.
그럼으로써 배움을 향한 본연의 '추구'는 딱딱한 껍데기 안에 갇혀버리고 말았을 것이고.
여기서 글, 쓰기의 위대함이 드러난다.
글이라는 것은 그러한 수동적인 학습 욕구에 절여있는 나를, 우리를 스스로 마주하게 한다.
해야 하니까.
누군가가 하니까.
다들 하니까.
알고 보면 사실, 그저 이 몇 가지 동기일 뿐이었던, 우리의 배움들에 대해.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
'그것에 관해 나는 어떤 앎이 부족한가'
'무엇을 채우고 싶은가'
'그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글을 쓴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겐 이 질문을 내 속에서 끄집어내는 것과 동시에 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무엇에 나는 무지한 것인지.
무엇에 부족하고
무엇에 이르지 못하였는지.
그래서 어떠한 배움을 갈망하는지.
어떠한 곳에 도달하길 구하는지.
결핍과 충족에 대한,
가장 날 것의 지적 욕망을 마주하는 일이며.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는 순전한 '배움의 욕동'을 따라가보는 일.
되돌아보니 그랬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껍데기를 벗고 드러난 그 열망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
내면 가장 깊은 곳의 소리를 좇아가 보는 것 그 자체는, 글을 쓰는 또 하나의 의미가 돼주었다.
글을 쓰는 나에게, 여전히 질문이 던져진다.
어떤 배움에, 갈함이 있는지.
깊은 내면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진정 원하는 모습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임을, 이제는 안다.
타인이나 무언가에 의해서가 아닌, 진정 '내가' 원하는 배움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를 말해주는 것일 테니.
그러니 내면 가장 깊은 곳.
껍데기에 둘러싸인, 가장 순수하게 생동하고 있는 그 열망의 소리를, 따라가는 거다.
* [하날빛의 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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