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그 미묘한 틈 사이에서

by 하날빛

*

글을 쓴다는 건,

삶을 전적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부터

밤에 잠이 들기까지,

몸으로 들어가는 것부터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들까지.


모든 삶과 언어, 행동 모두

글과 박자를 맞추게 되는 걸 보니.


글과 같은 삶.

삶과 같은 글.


적어도 나에게 쓰는 삶이란,

글과 삶 모두를

일치시켜 가는 여정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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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완결될 수 있으나, 숨을 쉬고 있는 한 언제나 흘러가는 삶에는 종결이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언어와 삶 사이에는 늘 미묘한 간극이 존재한다.


유동의 삶을 고정된 언어로 담아내려는 것이 쓰는 이의 숙명이라면, 이 둘의 불일치는 필연의 고통이 아닐까.

이미 써낸 문장과 한참 어긋나 있는 삶을 마주할 때면, 물 일듯 이는 부끄러움과 실망, 두려움이 쓰는 이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때로는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침묵하고 싶을 때가 있다. 적어도, 쓰는 나와 살아가는 나 사이의 낯섦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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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글쓰기의 쓸모를 작동시키는 동력이라는 생각을 한다.


글과 삶의 간극을 마주하는 용기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진실된 자아에 다가갈 수 있었다.


쓴 글처럼 살아가기 위해,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부단히도 삶을 다듬고 닦아내며 정제해가면 어느 순간, 조금이나마 글과 가까워진 삶에 이른 나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글과 삶의 그 틈, 완벽히 메워지지는 않을지언정 그 간극을 자각하며 살아가는 일.

돌아보면 이미 그 자체가 쓰는 삶의 본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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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고정시키려는 시도보다, 글로써 삶에 물결을 일으키는 쪽을 택하고 싶다.


단어가 삶을 가두는 틀이 아닌, 삶을 흐르게 하는 물길이 되도록.

문장의 마침표가 멈춤이 아닌 시작점이 되어, 글과 같은 삶을 향해, 움직이도록.


그리고 그렇게 조금 더 매만져진 삶은 다시, 나의 글 안에 언어로서 담기게 되리라.


글과 같은 삶.

삶과 같은 글.


완벽한 일치는 이루지 못할지라도, 그 안에서 새로운 순환을 만들어내는 것. 쓰는 삶이란 이러한 창조적 긴장을 껴안는 일이리라.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더 진실한 삶, 더 의미 있는 글을 만들어 낼 것이고.


오늘도 완벽하지 않은 삶, 그럼에도 그 삶을 쓰고, 글을 사는 삶을 사는 이유다.


다만 쓰는사람으로서.



* [하날빛의 글 정원]

글로 이끈 삶을, 글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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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