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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이 Sep 24. 2020

어느 날, 지인이 나를 차단했다 (1)

(어이없음) (분노) (복수심)... (현타?)



누군가를 너무 싫어한 경험, 누군가가 나를 너무 싫어한 경험? 한 번도 없다고 한다면 당신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 정말 한 번도 없다고? 당신을 살아있는 성인 聖人으로 임명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아주 많은 이유들로 (어쩌면 이유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들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또 미움받는다. 어쩌면 예민할 수도 있는 주제인 '적'에 대해 말하려는 이유다. 모두가 대학입시에만 매달려있던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성인이 되고서부턴 모두 다른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의 상충, 성인이라는 이름 하에 가득 표출되는 자아들. 그 속에서 자신이 누군가의 적이 된다면? 혹은 누군가를 적으로 규정한다면. 우리는 감정 소모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0. 나를 싫어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


야심 차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목차를 써 놓았지만, 막상 많은 관계들을 돌이켜보니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막막했다. 이 글의 목적은 누군가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움이라는 이름의 감정 소모에 대해 이야기 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나를 싫어했던 사람이자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었던 'A'를 등장시키지만, 당시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최소한의 히스토리(?) 만을 풀어내려 한다. 지나치게 사적인 일들, 부가적인 상황은 모두 빼고  감정만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니 혹시나 글을 읽는다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삼가주시길.


A는 나와 같은 모임에서 만난 대학생이었다. 생활 반경과 지인의 범위가 겹쳐 자주 만났고, 나는 A를 알게 될 수록 이상함을 느꼈다. A가 나를 묘하게 다룬다는 느낌에서였다. A는 목적이 있을 때에만 연락하곤 했다. 목적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연락을 끊었고,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나와 괜찮은 관계인 것처럼 친근히 굴었다.


처음부터  A를 싫어한 건 아니었다. 느낌과 직관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솔직하지 않은 모습에 의문이 생겨났다. 나를 싫어한다면 멀리하면 그만이고, 나를 좋아한다면 가까이하면 그만인데 이 사람은 나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걸까? 어느 날부턴가 A가 나에게 보이는 따뜻함에 의심이 먼저 솟았다. 한 번 틀어진 마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묘한 거리감을 눈치챈 듯 A는 나에게 점차 데면데면한 태도를 보였다.


미움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적당히 어색한 거리감이 생겼을 뿐이라 생각했건만, 한 번 틀어진 마음은 아주 쉽게 뒤틀렸다. 어느 날  A가 나의 친한 친구에게 예의 없는 언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곤 자리에도 없는 A를 나무랐고, A가 나를 지나친 어느 날엔 어이없음에 코웃음을 쳤다. 이미 나는 A를 미워할 기회만을 바라고 있었다.



1. 아슬아슬한 신경전


A와 나는 겉으로는 나쁘지 않은 관계였다. 가장 데면데면하고 어색했을 때라도 가벼운 인사와 대화는 예의상으로라도 나누곤 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A가 나를 어떤 수준으로 생각했는지, 왜 나에게 묘한 태도로 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는 A의 행동에 이미 심사가 뒤틀린 상태였고 아주 작은 소문들로도 그를 의심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두 계절 동안 지속되었다. 항상 비슷한 시간에 마주치고,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일은 똑같았지만 A에 대한 의심이 깊어질수록 미움도 짙어졌다. 뾰족한 신경이 유난히도 그를 찔렀던 건지, 그가 특별나게도 나를 긁어댄 것인지 이제 와서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겠다.


두터웠던 옷이 얇아지며 봄바람은 산뜻해졌는데도 A를 볼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느샌가 나는 A를 마주친 날이면 급하게도 타자를 두드리곤 했다. "야, 나 방금 A 만났는데 나한테 뭐라는 줄 아냐?" 금방이라도 미움이 터질 것 같았다.



2. 폭발! SNS 차단


많은 지인들이 나에게 "A, 그냥 무시해"라고 말했다. 어쩌면 유달리 호승심이 강한 나는 더 유난을 떨었을지도 모르겠다. 몇 달 동안 아슬히 태우던 긴장과 미움은 티가 났을테다. 결국 어느 여름날 나는 A에게 SNS 차단을 당했다.


아니, 내가 뭘 했는데?


차단을 확인 한 순간 첫 번째로 든 감정은? 어이없음. 내가 뭘 했는데? 두 번째는 분노. 나는 전 애인을 정리하는 일 마냥 온갖 난리를 피웠다. A가 아직 차단하지 않은 SNS를 재빨리 차단하곤 사람들에게 그의 행동에 대해 알렸다. 홧김에 친구들을 불러내 소맥 한 잔에 성토 열 마디는 뱉고, 학교 선배에게 전화하고, 아는 동생에게 전화하고. 그렇게 온갖 방식으로 화를 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가온 세 번째 감정은 '현타'.

 

미움은 유난히도 크게 감정을 소모한다. 미움은 화를 필연적으로 부르고, 화는 입에서 내뱉는 순간 더 강하게 뜨거워진다. 그 당시의 나는 이 분노를 어떻게 해결할수 있을지 몰랐다. 어떻게든 똑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되돌려주고 싶었다. 그래야 타는듯한 속이 풀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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